76회 아카데미와 반지의 제왕.

영화감상평

76회 아카데미와 반지의 제왕.

1 제르 0 9232 123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이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싹쓸이하면서 7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많은 사람의 예상과 크게 빗나간 것이 없었지만, '싹슬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들과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겠지만, 이미 시상식을 끝이 났고, 그래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수상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에서 아카데미에 대한 짧은 생각을 끄적거려보려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제가 아닌, 시상식으로서의 가치.
아카데미는 영화제가 아닌 시상식이다. 일부 보도자료에서 영화제로 표기한 것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분명 잘못된 얘기이다. 게다가 아카데미는 '영어권 영화'에 대해서 시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다. 물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원칙에 위배되는 일들이 조금씩은
벌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영어권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에는 특별한 흔들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 영화상'이 있는 것이다. '외국'이 아닌 '외국어' 영화상이라는 것에
주목할 수 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이런 원칙들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최근인 90년대 중반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인 87년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의
'마지막 황제'가 외국/외국어 영화로는 의례적으로 아카데미를 싹슬이(9후보 9수상)한 일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외국/외국어 영화를 후보에 올리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후반의 영화들,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녀에게' 등이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것으로 보아 아카데미 회원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국제적인
성격의 '영화제'로 보이고 싶어하는 의욕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뛰어넘어 그들만의 잔치로 거듭나기에는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영화제는 3개를 꼽고 있다. 물론 여러 국제영화제들이 있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꼽는 3개는 '칸느' '베니스' '베를린'이다. 원래는 4대 국제 영화제라고 하여
'모스크바 영화제'도 속했었지만, 러시아 붕괴 후, 모스크바 영화제는 종족을 감춰버렸다.
이런 대열에 아카데미 시상식도 끼고 싶어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들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스타의 인기몰이와 홍보에만 치중하여 그 덩치만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
한계이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의 대종상과 미국의 아카데미가 결국 같은 영화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그 상에 대한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미국의,
아니 헐리웃의 힘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은 든다.

76회 아카데미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이 11개를 싹쓸이하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결과를 낳았다. 물론, 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는 쪽이 그나마 더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이 11개의 아카데미를 받아갈만한 영화였는가의
문제, 게다가 11개 후보에서 11개를 싹쓸이하는 100% 수상율은 절대반지의 힘이었는가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할 부분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말 그대로 시리즈로
놓고 볼 것인가, 아니면 1편 2편 3편을 각각 다르게 떼어놓고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영화가 개봉한 시기도 다르고, 그 해마다 아카데미가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 영화들을
따로 분리해서 각 시상식마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어야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반지의 제왕'을 각각 분리해서 영화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옳은 일일까? 그 3편의 영화들이
속편개념이 아닌, 한편의 완성된 영화를 3편으로 나눠놓았다는 것을 다 아는 관객들로서는
각각의 영화를 하나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판단할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1편은 결과가 없는
영화가 되는 것이고, 2편은 설정과 결과가 모두 없는 것이고, 3편에서는 아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결과만 존재하는, 그런 영화가 되는 것인가? 당연히 '반지의 제왕'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봉시기야 어찌 되었건, 결국 영화를
하나의 완성물로 바라 볼 수 있는 것은 그 영화가 하나의 완결을 지니는 순간이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년 아카데미에 후보로 올라왔던
1편, 2편은 무엇인가? 그들은 후보에만 올랐을 뿐이다. 정작 오스카를 가져간 것은 시각효과와
음악, 메이크업, 사운드에 관련된 기술파트뿐이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물론 연기에 관한 부분이 다소 인색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이안 맥켈런'에게 좀 미안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3편에서 갖게 된 영화적인 완성도가 아닐까 싶다.
3편은 별로지만 1편이 재미있다던지, 1편보단 2편이 더 좋다던지의 대한 판단이 불가능한 것이
바로 '반지의 제왕'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속편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지 않은가?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의 수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
물론 영화에는 개인차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각각 나름의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솔직히
아카데미를 받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이라는 것은
그 영화에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아카데미가
공정성 시비에 가끔 휘말려드는 이유는 바로 선정단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이
회원들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반영이 되는 이유이고, 다분히 미국적인 사고로 영화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흥행성에 날개를 달아주는 식의 수상은 그들에게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흥행성적과 아카데미가 비례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그들이 정책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상을 통해서 흥행에 직결시키려는 의도는 보인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흥행영화들이 아카데미에서 배제되는가? 아시다시피 굳이 그런 것도 아니다, 결국 아카데미는
'대중적인 시각을 갖으려고 노력하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주관적인 결단'에 의해서 수상작이
결정되는 셈이다. 그래서! 아카데미는 결국 자국의,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 '반지의 제왕'의 수상에 제동을 걸만한 작품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과연, 반지의 제왕이 11개 부문을 싹쓸이하는 동안 다른 영화들은 그 아성에 도전장을 던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영화가 '반지의 제왕'의 몰아주기 수상에 희생양이 되었는가?
후보작들을 살펴보자. 아마도 이번 76회 아카데미에서 그나마 유력했던 후보작들을 뽑아보자면,
'반지의 제왕' '미스틱 리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마스터 앤 커맨더' 정도가 될 것이다.
과연, 절대반지의 아성에 맞설 영화가 무엇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지만,
더욱이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절대반지를 무너뜨릴만한 복병조차 없는 탄탄대로였음이 분명하다
물론 '반지의 제왕' 외의 다른 영화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시상식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이 상대적 우위를 점해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처럼 무더기 공동수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수상작을 가려내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지의 제왕'의 수상이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에 이번 아카데미의 최대 희생양이
있기는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니모를 찾아서'인데, 기술적인 부문에서 '반지의 제왕'이
없었다면 '니모를 찾아서'는 제법 여러가지 상을 받을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에
관해서는 당연히 이의가 없다. '반지의 제왕'이 연기상에 후보조차 못 올린 것은 그나마
아카데미가 각 영화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후보를 선정한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어찌보면
'시비스킷'이 상을 받지 못한 것이 미국내에서는 제법 애석해할 일일 수도 있겠다. 그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는 감동스토리이지만, 너무나도 미국적인, 그들만의 이야기에는 손을 들어주기가
힘들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반지의 제왕'과 아카데미
이번 아카데미에서 '반지의 제왕'을 제외하고 상을 주라고 했다면 어떤 영화들이 상을 받았을까?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과연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 사이에서 감독상을 선듯 받아낼 수
있었을까? '미스틱 리버'가 탁월한 연기자들을 통해서 작품상까지 받아낼 수 있었을까? 노장
'피터 위어'는 '마스터 앤 커맨더'를 그저 후보에만 많이 올리는 것에 만족했을까? 그들이
사랑하는, 그들만의 감동스토리 '시비스킷'은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아마도 '니모를 찾아서'팀은
기술파트 시상마다 단상에 올라 수상소감을 읽느라 바빴을까? 모를 일이다. 이번 아카데미가
절대반지의 위력에 대적하지 못한 것도 '반지의 제왕'의 싹쓸이 수상에 한몫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 자체적으로 놓고 볼 때,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영화였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단순히 비교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상을 받기가 용이했을 뿐이지, 그것이 상을
받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를 배제하고, 수상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라도 '반지의 제왕'은 근래에 보기 드문 위대한 영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1,2,3편을 통해서 즐거웠던 그 3년이 지나가버린 것이 애석할 뿐이다..




http://www.cyworld.com/zerre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8-23 02:12:43 특집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11-07-11 05:43:54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