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나라의 앨리스] 껌을 사올껄 그랬다

영화감상평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껌을 사올껄 그랬다

1 안일범 4 7225 1
껌을 사올껄 그랬다. 졸음을 참을수가 없다. 이미 사온 팝콘도 다 떨어졌다. 위기다. 이제는 허벅지를 꼬집을 수밖에 없다. 내 자유시간을 버릴수는 없다. 그리고 팀버튼과 헬레나에 대한 예우도 아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나도 모르게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자 뭔가 익숙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또 눈을 감았다. 다시 익숙한 장면이다.

뭐지? 이 기분은? 싸구려 3류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 기분은 무엇일까. 아, 그래 마이클 클레이튼을 보면서 느꼈던 그것이다. 난 졸고 있구나...

그 순간 부터 뭔가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토록 굳건했고, 열렬했던 팬의 마음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그리고는 키보드 워리어가 될 듯한 리뷰의 시간만이 남았다.

영화를 보기 전 까지만 해도 정말 최고의 작품을 기대했다. 팀버튼, 헬레나, 조니뎁, 여신님에다가 앨리스다. 이 조합이면 무적이라 생각했다. 연기파 배우들이 총 출동한데다가, 예고편을 통해 본 미아도 앨리스에 딱 맞는 분위기다. 기발한 상상력을 선보인 팀버튼이라면, 분명히 최고의 작품이 나올터였다.

초반부 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랬다. 이쁘장한 미아가 걸어다니고 말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설레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작 토끼굴로 들어가면서 부터 미아 만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슬슬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원더랜드의 문을 활짝 연 순간, 아악! 하고 터져나와야할 탄성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인가 허전한 기분. 웬지 브라를 벗겼는데, 뭔가 있어야할 것이 사라진 기분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허전함은 더해간다. 이것이 무엇이냐. 팀버튼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번저간다.

그래 우리에게는 조니뎁이 있잖냐. 애써 참는다. 나올때까지만 버티면 답이 있겠지. 막상 그가 등장하자.

이것은 또 무엇이냐. 초코랫 공장의 윙카가 약간 순화된 버전으로 서있다. 캐릭터는? 캐릭터는? 캐릭터는? 톡톡 튀는 팀버튼의 상상력은? 아아아악 참아야한다.

이제 기대할 수 있는건 헬레나다. 다행이다. 헬레나는 정말 멋지다. 독특한 말투와 훌륭한 연기로 그나마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5분을 채 넘기지 못한다. 어설픈 구조 탓이다.

이제는 여신님에게 기대하자. 그래 겨우, 아주 힘들게 도착했다. 연신 양팔을 들고, 뭔가 기품있으면서도 매혹적인 말투로 사람들을 녹인다. 저 팔은 언제쯤 내리나.. 싶지만, 괜찮다 이쁘다.

그리고.. 끝난다.

뭐지? 내가 뭘 본거지. 아쉽게도 마지막 장면 인근에서 꾸벅꾸벅 조는 바람에 몇 장면을 놓쳤다. 아마 그 잃어버린 3분이 정말 명장면일지도 모른다.

팀버튼이 이리 영화를 만들리 없다. 껌을 사왔어야했다. 미안할 따름이다.


평점: ★★★☆☆☆☆☆☆☆ (3점)

총평: 1점은 헬레나의 연기에, 1점은 팀버튼감독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리고 나머지 1점은 아마도 명장면이었을 놓친 3분을 위해 바친다.

잡설:

누가 팀버튼에게 디즈니 무비를 만들라고 시켰는가. 무엇이 그로 하여금 디즈니 무비를 만들도록 만들었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팀버튼이란 말이다. 이런 @%@#$%$% . 일부러 "X돼 보게나"라고 만든 영화이기를... 한줄기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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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안일범  
영화 보실분들은 잊지말고 껌을 챙겨가세요
10 사라만두  
저도 나름 팀칼라 매니안데 허허 제대로 붙어봐야겠네요.
간만에 맛보는 맛깔나는 평 고맙습니다*0*
10 부성웅  
리뷰가 영화보다 좋다고 하면 오버인가? 아무튼 애들은 좋아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딴짓을 ㅋㅋㅋ
1 한요한  
어떤 영화인지 확 감이 오는군요. 덕분에 자유시간을 낭비 하지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