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 감상평, 진부하기 짝이 없는 영화. 스포일러 주의.

영화감상평

평행이론 감상평, 진부하기 짝이 없는 영화. 스포일러 주의.

1 이규하 1 9215 0
감상평을 시작하기에 앞서 스포일러 덕분에 이 영화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버릴까봐 걱정인 사람들은 그런 걱정따윈 하지 않아도 좋다. 뭐 스포일러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 글의 목적 자체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달려가려는 당신을 극구 말리기 위한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꼭 보고 싶다는 사람은 내가 책임져 줄 마음이 단 1g도 없으니 이쯤에서 페이지 뒤로 가기를 클릭하던가 인터넷 창을 끄시길.


보통 내가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고를 땐 '주제와 소재의 참신함, 감독과 출연진의 위엄, 배우들의 연기력, 서사구조의 탄탄함, 비주얼의 완성도' 등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사전 조사를 거치는데 이는 부쩍 비싸진 영화 티켓값이 아깝기도 하거니와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2시간 넘도록 시각적 청각적 고문을 견뎌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허나 이번에 본 평행이론은 단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사전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보게 되었고 결과부터 미리 말하자면 약 3년 전에 극장에서 본 '삼국지 용의 부활' 이후로 오랜만에 영화관 탈출증이 발동했을 정도로 재미없었다. 만약 사전 조사를 거쳤더라면 결코 보지 않았을 재미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가 얼마나 기대에 못 미치는지 내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차근차근 대충대충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주제와 소재의 참신함.

평행이론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평행이론이라는 것 자체가 꽤나 흥미롭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컨트롤 할 수 없는 시간은 언제나 미지와 공포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호기심과 흥미의 영역이기도 하기에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백투더퓨처'나 '터미네이터', 혹은 '13몽키즈'나 '시간여행자의 아내' 등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어 왔고 흥행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다.

즉 영화 소재로써의 평행이론은 시간과 관련된 소재이면서도 그동안 식상할 정도로 많이 다루어졌던 '시간여행'과는 '달리 다른 시간대의 같은 삶'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에 영화 소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허나 그것 뿐이었다. 소재는 참신했으나 영화의 줄거리, 반전, 장치등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진부하다. 뒤에 가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아무리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과 시퀀스들을 끼워 맞추는게 요즘 한국 스릴러 영화의 트렌드라 하더라도 이렇게 티나고 엉성하게 짜집기 하는 건 부쩍 수준이 높아진 관객들을 너무 얕잡아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점수 : 14/20



2. 감독과 출연진의 위엄


평행이론의 권호영 감독은 사실 처음 들어봤기에 신인 감독인 줄 알았으나 찾아보니 공포영화 단편과 장편 하나씩 제작한 경험이 있는 감독이었다. 공포영화 감독 답게 평행이론은 사람을 깜짝 놀래키는 공포 장치가 많은데 그냥 많을 뿐이다.

깜짝 놀라는 것과 무서운 건 엄연히 다른 것이고 효과적인 공포/스릴러 영화가 되기 위해선 '무서워야' 하는데 평행이론은 깜짝 놀래키기만 할 뿐 정작 숨통을 죄여오는 긴박감 같은 스릴러 영화의 알맹이가 빠져 있었다. 게다가 공포 장치 마저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진부한 것이었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유명한 배우는 역시 서울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싸이 미니홈피 테러 맞은 지진희이다. 지진희는 주인공인 부장 판사역을 맡았는데 원체 수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인지라 최연소 부장 판사 이미지론 제격이긴 한데 뒤에 다시 얘기 하겠지만 연기력이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형편 없어서 제 아무리 수트 간지남이라 할지라도 주인공의 심리 연기가 매우 중요한 스릴러 영화에서 연기력이 딸리는 지진희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건 최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지진희 보다 유명하지만 까메오급 조연으로 깜짝 출연한 하정우는 지진희에게 부당한 판결을 받고 원한을 품어 지진희 주변을 맴도는 범인 역할을 맡았다. 뭐 하정우 나오는 거 밝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스포일러이긴 한데 여기에 더 스포 짓을 하자면 당연히 하정우는 범인이 아니다. 어쨌든 하정우 캐스팅은 정말 굿이었던 거 같고 나머지 배우들은 관심도 없고 귀찮아서 패스. 점수 : 10/20


3. 배우들의 연기력

영화가 재미없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스릴러 영화는 주인공의 심리 연기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스릴러 영화 주인공은 보통 연기파 배우들이 하기 마련이고 주인공의 연기가 어설프면 영화 몰입에 심각한 장애를 겪게되는데 주인공 부장판사 역을 맡은 지진희의 연기는 참혹할 만큼 형편없다. 물론 지진희라는 배우 자체가 연기파 배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릴러 영화 주인공이나 되는 사람이 국어책 읽는 연기로 관객들 손발을 오그라뜨리는 일은 없어야 했다. 영화에 좀 몰입 할만하면 아주 진지한 얼굴로 미드' 로스트'의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정도 수준의 대사를 내뱉으니 그저 웃을 수 밖에. 지진희 딸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수준의 연기였다.

까메오급 조연으로 나온 범인 하정우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줄거리상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출연 횟수가 짧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와 후회로 가득찬 눈빛 연기는 영화 중에 제일 기억이 남는다. 이걸 보면서 하정우는 정말 스릴러 영화에 특화된 배우라는걸 다시한번 느꼈다.

사실 대사 자체가 지나치게 어색한 문어체여서 그런진 몰라도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 역시 어색했다. 소설에서 갓 튀어나온 인물들이 연기하는걸 보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지진희보다는 나았다. 세상에.. 스릴러 영화 주연이 연기를 제일 못하다니.. 점수 : 5/20

4. 서사구조의 탄탄함

앞에서 말했던 것 처럼 이 영화의 주제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불륜'이다. 평행이론 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고작 불륜, 치정 따위에 썼다는 소리다. 부장판사의 아내는 사실 매우 난잡한 여자였고 보좌관과 놀아나다가 현장을 목격한 부장판사가 보좌관이 자릴 비운 틈을 타 아내를 살해, 보좌관에게 덮어씌우고 부장판사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기억을 잃고 자신이 범인인 줄도 모른채로 범인을 쫓는다는게 이 영화의 대강적인 줄거리이다. 제목은 신박한 느낌이 넘쳐나는데 정작 알맹이는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내용이라는 거다. 그리고 스릴러 영화라면 적어도 어느정도의 개연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개연성이 좀 부족하다. 평행이론을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 평행이론을 주장하는 수학교수를 미치광이 쯤으로 취급하던 이성주의자 주인공이 평행이론을 맹신하게 되는 과정은 억지스러우면서도 갑작스럽다. 뭔가 주인공의 내면이 서서히 변한다던가 그런게 아니고 갑자기, '그래, 평행이론 맞는 거 같아 확실해' 이래 버리니까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수 밖에 없다. 또 아내를 죽인 후 수면제를 과다복용해 기억을 지워버리는데 어떻게 아내를 죽인 기억만 딱 지워질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복선 역시 지나치게 깔아뒀다. 보좌관이 범인이면서 부장판사 딸의 친부라는 걸 관객들이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깔아둔 복선은 영화의 몰입을 심하게 방해한다. 마지막에 부장판사가 아내를 죽인 진범이라는 반전은 수면제 드립이 아니면 도저히 눈치챌 수 없기 때문에 너무 억지스러운 것이고 하정우가 지진희를 죽이는 것 정도가 제대로 된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하정우가 다 죽은 영화를 살리는구나.. 점수 : 6/20

5. 비주얼의 완성도

뭐 액션 영화에서만 보는 기준이기 때문에 그리 크게 따지진 않겠지만 굳이 살펴보자면 비주얼적인 면은 나름 괜찮았다. 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들로 구성된 화면 자체는 꽤나 수준급이다. 허나 역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은 좀 아쉽다. 점수 : 12/20



주관적인 총점 100점 만점에 47점

그나마 하정우 땜에 50점 넘기는가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가 너무 괘씸해서 50점 이상은 못주겠다. 세상에.. 주제가 고작 불륜이었다니..

소재 자체는 좋았으나 지진희의 연기력 부족과 서사구조의 엉성함, 주제의 참을 수 없는 진부함, 끼워맞추기 식의 영화 전개 등으로 재미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1 Comments
1 깜찍이달구  
기대한 영화인데 영 아닌가 보네요 결국 평행이론은 없고 그걸 조작했다는게 반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