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 소리...

영화감상평

워낭 소리...

22 박해원 0 5159 0
자연위주의 푸른색 배경, 녹음된 목소리의 적재적소, 진실된 영상.
제가 워낭 소리를 보면서 크게 느낀 요소 3가지입니다. 제작기간이
어마어마했던 이 저예산 독립영화가 이 정도 호평과 함께 흥행에도
대성공을 했다니 충분히 납득도 가고 정말 잘된 일이라 여겨지네요.
약 40년을 동고동락해가며 함께 피땀 흘렸던 소와 할아버지의 끈끈한
유대감은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며 여생을 조금 편하게 지내게
하고픈 할머니의 사랑을 초월해버리고, 끝끝내 할아버지는 소와 함께
서로를 위해 밭일을 하다 소가 눈을 감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소에 대한 독불장군같은 성격은 소를 팔기를 권유하는
다른 모든 이들의 이간질을 뿌리칩니다. 다들 할아버지를 위하는
마음이었지만 정작 할아버지 가슴 깊숙한 곳의 마음은 들여다 보질
않았던 할머니와 가족, 주위 사람들이 살짝 안타까웠습니다. 그 외에
광우병 파동 등의 몇 해전 사건들을 그들이 보고 듣게 되어 안쓰러움을
더했는데요. 결과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겠지만 내적, 외적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분위기에 축척되는 전개방식이 다큐멘터리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소같은 경우엔 음악의 단조로움을 살짝 비껴가볼 만한 종 하나가 목에
걸려 있어 클로즈업 샷에서 공명음이 정적을 축소시켜주고, 분위기를
경건하게 유지시켜 준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는 극강의 여운도 남기구요.
그리고, 서서히 소의 실체를 드러내는 연출 방식도 와닿았습니다. 초기엔
와이드샷이나 정면샷이 많다가 서서히 소의 피폐한 윤곽에 접근해가고,
후반부엔 등골을 타고 내려가는 카메라에서 뼈가 튀어나와 있는 모습마저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장면들은 이것저것 많이 찍어놓고 후반에
편집을 한 것이겠지만 표현이 잘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의도했다는 소린 아니겠죠. 앞서 언급했듯이, 가슴 아픈 실화니까요.)
이 작품 하나로 저는 나에게도 반평생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랑 이외의
존재가 있을까, 앞으로 생길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었지만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할 수 있는가가 가장 관건이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ㅋㅋ
농담이라도 소가 죽으면 따라 죽겠다는 노인의 표정과 소가 앞으로 1년은
살 수 있다는 수의사의 말에 애써 웃으며 아니라 부정하던 노인의 표정이
오묘하게 겹쳐집니다. 둘 다 웃음속에 씁쓸함을 애써 숨길 텐데 말이에요.
오랜만에 감동스럽고 인간미 물씬 풍기는 작품을 하나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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