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랴기 (멋쟁이들)

영화감상평

스틸랴기 (멋쟁이들)

1 김영진 1 10148 0
이 영화는 스토리상으로 어쩌면 뻔한 내용일수도 있습니다. 억압된 정치체제에서 자유화된 젊은이들의 사랑과 고뇌랄까요? 미국식 영화에서 한 백번은 본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배경에 있어서는 조금 설명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서방을 긴장케 한 20-30년대에 이룩한 소련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스틸랴기란 소련의 개발시기당시 서방지향의 젊은이들을 조롱조로 부르는 단어였습니다.

냉전시대에 퍼부어진 공격들은 소련은 억압적이기에 궁핍하며 못살았고 비판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획일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현대의 자본주의화된 러시아문화는 미국과 서유럽의 절대적 영향이라고 생각하기 쉽상이죠. 물론 프롤레타리아혁명의 선두를 지휘해야 했던 소련공산당의 문화정책에서는 이를 항상 절제된 모습을 내보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소련시대는 나름의 화려하고 다양한 문화가 꽃핀 시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www.101.ru 의 30-50년대소련채널들은 지금도 항상 당시에 소개되던 다양한 장르를 틀어주고 있습니다.)

또한 소련문화는 언제나 자아비판적인 요소가 강하게 있어왔습니다. 반공주의의 선전으로 재료가 된 많은 근거들은 사실 소련의 문학(불가코프)과 스튜르갓스키의 판타지,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서 먼저 표현되었습니다. 이것은 내부적으로 광범위하게 즐겨졌습니다. 겉보기에는 억압적이며 중앙집권적이지만 소련사회의 특성상 그러한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았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자유로운 문화를 공유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미국에 동경을 갖고 넘어가서 연주자생활을 해야했던 소련의 공화국들의 재즈뮤지션들 이야기, 그리고 다시 미국의 45-50년대의 공산주의타도분위기에 의해 소련으로 돌아와서 미국에는 러시아문화를, 소련에는 미국문화의 매개체가 되었던 음악가들이 존재합니다.)


이 영화는 소련내에서의 갈등과 융화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100번은 반복된 주제지만 이 영화에서는 소련의 역사가 (미국이나 서방의 역사가들이 쓴 역사가 아닌,)보여주는 많은 것들이 배경이기에 그 의미가 매우 재미있어집니다. 50년대의 소련재즈라니! 소련의 '소비에트클래식'이라는 사회주의 곡들과 80년대의 팝음악, 그리고 미국재즈의 사실 어울릴 수 없을 듯한 만남을 보여주는 뮤지컬입니다. 그리고 따라서 현재를 다시 설명해주죠.

20,30년대가 핵분열이었다면 미국의 공산당이 굿모닝아메리카에 나오며 산업들은 국유화의 일로를 걷는 지금 이 시기는 핵융합이랄까요?

이 영화는 소련시대의 사회비판음악을 훌륭히 녹여냈습니다. 영화는 거의 요즘 음악이 아니라 소련시대의 음악인데 절묘히 영화속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또한 주술적 효과가 있는 러시아어는 그 이중적 의미로 인해 (자막은 이를 충분히 살릴 수 없습니다만) 매우 다른 효과를 냅니다. 이 시대혼돈적인 재미는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는데요,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동무들 착석하세요,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공산청년단의 안건은....멜스, 일어나세요!
과거 소비에트 학생이던 멜스(Mels)는 이제 우리들앞에 멋쟁이 '멜'(Mel)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한 글자가 빠졌지요.
실로 아주 작은 차이입니다.

하지만 기억해 봅시다.

MELS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 이름에는 우리에게 신성한 이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

이제, 생각해봅시다...
그의 이름에서 'S'를 지워버린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는 우리들 속에서 살았으며,
우리는 그와 함께 대오를 이루었습니다.

진솔한 청년이었으며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는 법.

그는 짐승의 이빨을 드러내었습니다.

하나의 체제를 수호하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하나의 체제를 수호하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너는 감히 우리의 신성한 성인들을 모독하였다.
네 이상은 어디에 있느냐, 그것을 깔고 앉았니!?
적들의 야한 옷들과 바꿔버렸니
양심과 영예와 그리 쉽게 이별하는구나,
하지만 넌 성공못한다. 우리의 체계는 멈추지 않는다!

하나의 체제를 수호하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하나의 체제를 수호하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톨스토이의 음악에 감히 너는 춤추지 말거라.
감히 속이고 우리를 배신하다니.
우리가 대오를 지어 하나를 이룰 때
너같은 이는 함께할 수 없다.
우리의 당이 어머니요, 공산청년단이 우리 아버지다.

(거기 서라! 그렇지, 젊은이!)

우리는 다른 장단에 노래하지 않겠다.
대장간의 망치소리가 우리의 박자.

하나의 체제를 수호하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하나의 체제를 수호하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너희 같은 반동에게 내줄 자리는 없다.
여기는 우리의 이상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곳.
여기는 노를 저어나가며 합창이 울리는 곳
여기는 일심된 사랑으로 발을 내딛는 곳
너를 빼고 우리는 기꺼이 가리라.
또 존재하리라!

하나의 체제를 수호하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하나의 체제를 수호하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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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7 루카  
러시아 영화는 몇편 본적이 없지만 본영화는 전부다 재미있어서
러시아가 영화를 참 잘만드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예고편 보니 그냥 할리우드 뮤지컬의 짝퉁  같다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단순하게, 예쁜 여배우가 나온다고 해서(그것도 19금!!!)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 참 좋더군요.
전혀 알지 못했던 시대의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도 좋고
암울했던 시대를 그토록 유쾌하게 풍자하고 재미있게 풀어간것도 좋고

아름다운 여배우 몸매 봐서 좋고, 
1955년 소련이라면, 그처 칙칙한 회색의 제복에
공장에서 쇠망치를 휘두르거나 들판에서 낫질하는 사람들만 떠올렸는데

스탈린 초상화를 화장실앞에 걸어 놓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이 아돌프라는 이유만으로 수용소에 끌려가는
그 억압의 시대에도 젊은이들은 놀고 싶고 즐거움을 찾고 싶어하고
또 그 때문에 갈등하고 좌절하고 반항하더군요.

특히 스탈랴기들과 갈등하는 청년단 간부역으로 나온 카티아(까차?) 역의
여배우가 특히 캐릭터도 좋고 연기도 좋더군요

사실 제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딱하나 여주인공 옥산나 아킨시나 때문이었는데
카티아역의 에브게니아 크리비스카야에 더 눈이 가네요.

그리고 극중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스틸랴기들 중에 킹카인 프레드의 여자친구면서
프레드가 결혼해 미국으로 파견되는 것을 슬퍼하는 노래(무지 익살맞게 불러 그리 슬픈것
같지는 않습니다)를 부른 에카테리나 빌코바도 참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남자들이 하나같이 못생긴데다 찌질하고, 가끔씩 좀 잘생긴 놈은 느끼해서 여배우들의 미모가
상대적으로 돋보인듯 합니다.

북한에도 스틸랴기 같은 애들이 있답니다. 소위 '놀새'라는 애들이라는데
당간부 자제나 중국과 무역을 해서 돈좀만진 졸부, 돈많은 조총련 친척을 두고 있는
특권층 자제들이라는데 얘들이 자본주의적인 향락에 빠져 북한당국이 골머리를
썩인다더군요.

놀새떼들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배고픈 인민들 착취하는 애비들 덕분에 호사를 누리는
기생충 같은 놈들이라고 경멸했는데... 얘들에게도 억압된 사회에대한 반항심과
자유에의 갈망이 있을 듯하고요.

얘들이 나중에 성장해서 북한에도 자유의 바람을 불어 넣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한 30년 후...1990년대 놀새들의 이야기가 영화화 되어 서울과 평양의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