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그녀

영화감상평

사이보그 그녀

1 촬리 6 9204 1
올해 나온 일본 영화들 중 이미 마음에 드는 두 편이 있었습니다.

그 영화들과 더불어 이 영화를 미리 점찍어두고 함께 추천할까 하다가

영화를 보던 중 결국 너무 마음에 드는 나머지 이 영화만 따로 추천 올리게 되는군요.

제목만 보면 한국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떠오르네요.

하지만 사실 비교 자체가 미안할 만큼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배경 그리고 케릭터까지 너무 탄탄한 것 같습니다.

곽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맡았다는 점에 우려반으로 봤지만

워낙 시나리오가 대단하다보니 정말 놀라운 영화가 된 듯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고전이 되버린 한 영화의 오마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마쥬라지만 마이너리티 하면서도 오히려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생각하네요.

주제의식은 원작 영화보다 소극적이지만 오히려 대중적이면서

시나리오는 원작 영화가 간과한 부분을 훌륭히 영화속으로 끌어들여 승화시켜

오마쥬된 영화가 보여주진 못한 측면을 의미있게 잘 그려낸 듯 합니다.


저처럼 오마쥬된 원작 영화 터미네이터1을 매우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의 초반 내내 코믹한 패러디에 배꼽을 잡지않을까하네요.

영화 첫장면부터 계속 이어지는 것은 지속적인 터미네이터1의 오마쥬입니다.

개인적으로 터미네이터1을 워낙 좋아해서

이 영화 전반부는 오마쥬와 특유의 코믹으로 배꼽을 잡았었네요.

터미네이터의 등장신, 마이클 빈의 노숙자(영화에서는 건달)에게

연대를 물어보는 장면과 바바리 코트...

게다가 주인공을 위험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터미네이터의 액션.

정말 유쾌할 만큼 독특한 터미네이터1의 오마쥬였는 듯 하네요.


하지만 터미네이터가 인류와 사이보그 간의 생존이라는 거대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했다면

이 영화는 그 보다는 스케일이 매우 작은 러브 스토리일 뿐이라서

영화를 보던 중반까지만해도 터미네이터의 마이너리티한 영화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로 갈 수록 그러한 생각은 접게 되더군요.


시간 여행에 대한 고전적인 문제는 미래인이 과거에 영향을 줄 경우

미래의 흐름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다는 모순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래인이 과거로 와서 나무를 하나 죽여버릴 경우

그 나무는 미래에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죠.

미래에 그 나무는 남아있느냐? 아니면 미래인이 나무를 죽여버리는 순간에

미래에 그 나무도 순간적으로 사라지느냐...

사실 둘 중 어느 것도 어색한 해석입니다.

그래서 최신 이론은 평행우주이론이라고 해서 미래인이 과거에 영향을 주는 순간

새로운 미래가 현재로부터 갈라진다는 의견을 내놓게 됩니다.

백튜더 퓨처, 닥터 후같은 많은 영상물들이 이를 뒷받침해

다변적인 미래상을 제시했었지만

사실 오래전 영화화된 터미네이터에서는

미래가 과거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무의미하게 처리했었습니다.

미래에서 과거를 구하기 위해 온 전사가 어떻게 하던지 간에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터미네이터 1,2편의 논지였습니다.

심지어 터미네이터1에서는 미래인이 과거로 와서 한 여자를 임신시키고

그 아이가 미래에 인류지도자가 되어서는 자신의 존재 근원이 되는

아버지를 과거로 보내어 어머니를 임신하게 만든다는

황당하고 모순적이지만 영화의 중요한 매력적인 요소를 끌어들이게되죠.


그런 한계를 이 영화는 적극 반영해서 이야기의 한 축으로 편입시킵니다.

그렇게 이어지는 줄거리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듯 하네요.

계속 이야기 해봤자 스포의 연장일 듯 하니 줄이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작가는 정말 매니아틱한 터미네이터의 팬이자

놀라운 스토리 텔링 기질을 가진 분인 것 같습니다.

터미네이터에서는 미래의 아버지가 과거의 아들을 낳는다(논리적으로는 말도 안되죠.)는

데자뷰가 이 영화에서도 다른 형식이지만 완벽하게 반복됩니다.

미래인이 과거인에게 데바뷰를 일으키는 에피소드는

터미네이터의 업그레이드된 스토리라 정말 놀라웠습니다.

더군다나 터미네이터의 임팩트한 요소들을

러브스토리로 감동깊게 갈무리했다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네요.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6 Comments
1 김우빈  
곽재용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녀 시리즈의 최종판 격인 이 영화 시나리오를 들고 한국 배우들이 아닌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서 일본 배우들을 데리고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는 섭섭함이 있었지만, 영화를 다 본후에 사이보그 역할을 한국배우 중에 이 만큼 소화해 낼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만큼 정말 훌륭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CG도 나름대로 스토리를 반감시킬 만큼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도 다행이구요. 터미네이터에 비교하기에는 이 영화 너무 예쁘지 않아요?
1 crazystudent  
저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남주인공의 매력이 좀 안타까웠지만..최근에 본 일본영화중에 제일 볼만했던것 같아요. 제가 시간여행컨셉을 좋아라해서 그런지..참 좋았던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터미네이터보다는...지금은 만나러 갑니다 라는 영화가 더 생각이 나더군요. 컨셉이 비슷해서 그런지 몰라도...지금 만나러갑니다. 조금더 미래버젼이랄까?? 우리나라에선 시간여행의 영화가 몇개 없어 안타깝지만..솔직히 곽재용감독이 국내배우들과 한번더 한국판을 만들면 어떨까..싶네요...주인공에는 개인적인 캐스팅으로는 여자는 김아중이 괜찮을 것 같고..남자는 봉태규를 좋아하지 않지만 봉태규스런 연기가 괜찮을듯 싶네요...
아...제목에 스포라고 적어주세요.
1 hoke  
다만....위화감이 들었던 것은 도둑질을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
그래서인지 너무 제멋대로인 주인공들... 무전취식 도둑질 남의 집에 쓰레기 던지기...
잘 이해가 안됨.
1 촬리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터미네이터1의 장면들을 많이 답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와 비교했던 것이구요.
터미네이터1을 많이 보신 분이라면 겹치는 장면이 최소 5컷이상이라는 것을 아실거에요.
M 再會  
말씀하신 터이네터외에 A.I 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몇장면이 겹치네요... 특히 후반부...
1 김우빈  
터미네이터 3 아닌가요? 도로 한복판에 찌지직~하고 등장하는 장면이요. 근데 T3처럼 옷 다 벗고 안나타나고 다 입고 나타난게 엄청 큰 차이죠. ㅋㅋㅋ
위에 언급하신 데쟈뷰에서도 덴젤 워싱턴이 과거로 갈 때 옷 다 벗고 들어가잖아요. 그게 맞는거 아닌가 하는 약간은 쓸데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 어쨌든 예쁘니까 영화가 더 재밌었네요. 나름대로 곽감독님이 한국인임을 강조하는 배경음악도, 미래에서 두 여학생이 쌩뚱맞게 한국말 하는 장면도...노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