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보이스- 목소리를 높여라!!!

영화감상평

이노센트 보이스- 목소리를 높여라!!!

1 흰곰 5 7472 1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사라진 순수한 영혼들

1980년 엘살바도르

아이들이 있는 어느 곳이든
그곳은
철없는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한 순수의 땅이었다.
담백한 첫사랑의 기억
앞 뒤 잴 것 없는 아름다운 유년시절의 꿈.
그리고 맑은 눈 뜨면 살포시 안기는 소중한 가족과 불알친구들….
아름다운 성장 통을 거쳐야 할 아이들의 이 세상은
척박한 전쟁 통만 남긴 채
모두 열두 살 생일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너희는 조국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열두 살… 이제 군인이 되어야 한다.

엄마 홀로 이끄는 어려운 살림을 지키기도 버거운,
벅차 오르는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억누르기도 힘든 “차바”에게
미군을 등에 업은 지주와 정부군
생존을 위해 저항하는 농민, 게릴라 사이의 전쟁은
어린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도 비참한 세상으로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하루를 지치며 보내야 할 한바탕의 놀이를 위한 편가르기가 아닌
이유 모를 적개심으로 상대방의 목숨 뺏어야 할 전쟁터의 편가르기는
살기 위해 훌쩍 커버린 애 어른 차바에게
그 시절 순수함과 사랑을 철저히 가슴에 묻고 가기를 강요하고
친구들 중 오직 살아남은 자만이
그 목소리를 간직하며 울릴 가혹한 운명을 만들어 낸다.

전쟁과 아이의 극한 대비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감독의 꿍꿍이성 의도와
가진 자의 횡포, 세상의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선동일거라는,
슬그머니 넘겨짚는 내 얄팍한 머리를 멍하도록 때리는 가슴 속의 울림.

젠장,
머리가 아니라………마음이 아프다.

죽음으로 변해가는 딸의 눈동자를 속절없이 바라보는
이웃집 아줌마의 무력한 절규와 인간이 가지는 한계를
어느 공포영화보다 더 공포스럽게
실시간으로 뜨겁게 느끼는…
아직까지도 묵직하게 누르는 이 느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훌륭한 미장센, 놀라운 연기, 잘 짜여진 네러티브…
이런 것쯤은 쉬이 뛰어 넘는 진심의 힘은 정말 놀랍다.
물론 진짜 그 삶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그 표피만 건드려도 눈이 맵고 가슴이 짠~한걸 어찌할까나?

하나 더 먹으려는 욕심이, 남들 보다 한 평 더 넓게 살려는 이기심이
내가 너보다 낫다는 우월감이,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눈 질끈 감은 잔인함이…

결국 본연의 인간됨을 벗어난 폭주 인생이
선 하나 넘으며
너도나도 금 밟고 시작된 현실의 불평등함과 부조리.
그리고 거기서 일어난 갈등의 파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새까맣게 덮고 있다.

나 또한 버리지 못한 천박한 욕망을
어찌 가리고 세상 탓만 하랴마는
눈덩이처럼 자꾸만 불어나는 그 부메랑이
몹시 아픈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아 이 빌어먹을 세상,
순수함을 통째로 말아 드시는 세상이신데…
이웃집 후덕한 아줌마의 토실토실 귀여운 딸들과
건장한 내 아들들은 물 먹은 콩나물 마냥 잘도 크고 있다.
아무런 눈치 없이…

“지금도 전세계 40여개국 이상에서 30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분쟁지역에서 군인으로 무기를 들고 있다”
영화 “이노센트 보이스”의 마지막 자막이다.
그 지역의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처지라고 무작정 감사만해야 할 지…
우리가 만든 세계를 조근 조근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은근슬쩍 구렁이마냥 슬며시 가려야 하는 건지….
머리는 어지럽고 마음은 우리하게 저며온다.

영화 한 편 보고 뭐 그리 바뀔 것이 있겠냐만
뭐 그리 지지리 궁상 지진 내고 있냐고 털 수도 있겠지만
애써 살며 느낀 단상을 붕어마냥 그냥 잊고
현실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그 모습이 더 아쉬운 건
과대망상 복잡머리 때문일까?

영화에서 어린 차바의 어른 친구“안차”역을 한 배우가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죽었단다.
어른과 아이를 이어주던 모자라지만 순수한 어른친구 역이었는데….
그것이 이놈의 현실을 은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제대로 미친 것 맞겠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씁쓸함은…

나도 차바처럼
세상이 낚아채는 것을 피해 하늘의 희망을 바라보며 누워있다.

언제 이 시간이 지나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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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2 김성수  
100원 내야 봐지는건인줄 알았음
1 흰곰  
보면 백원 주는겁니다....
10 사라만두  
망각의 동물이라 칭할 만큼 순간에 방점 찍길 좋아하는 인간이라지만
여운이라면 창고에 박혀있다가도 드문드문 튀어나오는 것이기에
그런 식으로라도 쟁여둘수 있다면 이런 작품을 접하길(너무 남얘기 같지만) 잘했다고 할테죠^0^
전 요즘 ebs 다큐스페셜 준비하느라 부산합니다.
이것저것 얻을게 많은지라 어떻게 쪼개서라도 가봐야겠죠.
잘 지내시죠?
1 흰곰  
오 정말 오랜만입니다.
사라만두님 땜에 다큐 무지 좋아하게 됐는데...다큐 찍으시나봐요???
저도 제 인생의 다큐를 좀 찍으며 잘 지내고있답니다.

사실은 아내가 무지 아팠어요......ㅠㅠ
10 사라만두  
그래도 다시 글 적으시는거 보면 완쾌되신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