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지춘 - 전주 국제 영화제 안에서...

영화감상평

소성지춘 - 전주 국제 영화제 안에서...

1 가륵왕검 0 3702 0

전주 국제영화제를 통해 감당해야하는 시각적 낯섬이 고통일지 신선한 즐거움일지 "작은 마을의 봄"이라는 작품의 프롤로그가 나올때까지도 솔직히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설프게나마 홍콩영화의 제살 깎아먹기식 저질 장르의 남발로 인한 몰락과 중국 본토영화의 질감은 다르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느새 헐리우드 스타일의 클리셰에 중독되버린 두뇌가 이걸 감당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선 탓이다.


선배의 소개로 보게 된 "작은 마을의 봄"은 1948년에 페이무라는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을 2002년에 티엔주앙주앙 감독이 다시 리메이크한 것으로 오리지날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멜로영화라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1946년 전쟁 직후 한때의 화려했던 흔적만 남은 채 허물어진 저택에 사는 젊은 부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남편은 지병으로 인하여 젊은 아내와 아무런 즐거움을 나누지 못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전쟁으로 파괴된 외부의 살풍경함은 저택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맞물려 마치 아무것도 달라질 것 따위는 없다는 암울한 느낌을 만든다.


이윽고 영화의 내용은 그런 남편에게 지첸이라는 옛 벗이 갑자기 찾아오게 되고 아내와 동향에서 같이 자란 아는 사이란걸 알게 되는데 여기서 쉬이 짐작이 되듯 지첸과 아내는 한때 사랑했던 사이였다.


여기서 영화는 각자 욕망과 도덕적 불문률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대신 오히려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보일듯 말듯 이어지는 변화를 따라가게 한다.


아마 한국영화였다면 욕망에 충실하고자 각자의 은밀한 시선으로 허덕였을만한 인물 간의 구조겠지만 이 작품에는 그러한 욕구를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설사 조금이라도 보이게 되더라도 이네 추스리기에 바쁜 어쩌면 무척 답답한 인간형들이 등장한다.


즉 불륜이라는 가장 먼저 짐작할 수 있는 결론으로 치달을 요소를,.. 인물 구조와 사건의 전개에서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감정의 편린들을 도덕적인 설교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아무런 극단적인 선택을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무능력함에 절망한 남편이 자살을 시도했다 살아나고 친구 지첸은 다시 떠나는 것으로 끝나는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중국 사람들이 아니면 결코 이해할 수 없고 영화 안에 내포된 네러티브들을 다 집어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허락하지 않는 관조적인 카메라의 시선 - 클로즈업은 아예 없고 바스트샷 조차도 어쩌다 잡는, 한 테이크의 머뭇거림 또한 길어서 인물들의 움직임을 한발자국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 이유는 어쩌면 중국 사회의 집단적 이데올로기 혹은 도덕에 대한 편향적 시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개인의 현실에 대한 증명이지 않나 싶었다.


그렇다면 이를 수억의 인구를 가진, 과거 이성으로 통제되지 않는 문화대혁명이라는 끔찍한 악몽의 시기를 거친 중국에서 개인의 욕구는 영화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없다는 답답함으로 봐야하는걸까.


아니면 차원높은 도덕적 품결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격조높은 멜로에 조용한 박수를 보내야 하는 걸까.


그에 대한 의문은 쉬이 풀리지 않았지만 적어도 현재 중국의 가장 큰 딜레마는 집단의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과 함께 엔딩 크레딧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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