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 - 결말이 대단히 아쉬운 영화 (스포 유)

영화감상평

미스트 - 결말이 대단히 아쉬운 영화 (스포 유)

1 레드포드 9 9320 0

 


 수퍼마켓에서의 갈등 씬, 정말 좋았습니다.


 공포에 매몰된 군중들이 어떻게 이성이 마비되는 지를


 매우 친절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히 훌륭한 영화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 주고 싶습니다.


 아니, 수퍼마켓에서의 갈등 구조만으로도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충분히 나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미스트의 마지막 부분은


 개인적으로 매우, 매우 아쉽게 끝나버렸습니다.


 왜, 주인공인 데이빗은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그토록 쉽게 결단했을까요?


 기름이 떨어진 차를 가지고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 기때문일까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에게 죽임을 당하느니, 차라리 스스로 죽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까요?


 


 데이빗은 왜, 다른 차를 구해서라도 끝까지 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아들을 비롯한 일행을 차 안에 남겨두고, 혼자 다른 차를 구해 나서더라도 말입니다.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동에 유추하여 본다면,


 그는 그렇게 했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결국 아들의 죽음보다 더 큰 절망에 휩싸이게 됩니다.


 


 스티븐 킹이나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당신이 절망하는 순간은.. 절망하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다."


 "절망하지 마라. 당신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면, 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에게만 절망감을 안겨주지 말고,


 관객들에게도 그 절망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여분의 총알이 없어서 자살도 할 수 없는, 그렇게 절망하고 무기력해진 데이빗에게,


 주변의 안개가 서서히 걷힙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괴물들..


 영화의 마지막에, 데이빗과 관객이 생각해 오던 지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데이빗이 느끼는 절망감을 관객들에게도 이전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마치 1968년 혹성탈출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입니다.


 


 만약 그런 결말이었면 두 엄지 손가락을 치려 올렸을텐데,


 아쉽게도 제 개인적인 욕구를 마지막에 충족시켜 주지 못했으므로,


 감히 제 엄지 손가락 하나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PS: 스티븐 킹의 원작에서도 같은 결말인가요? 혹시 아시는 분..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요?


 


 PS: 스티븐 킹의 영화를 보면, 킹은 자신이 추구하는 공포의 실체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인간의 공포를


       그려내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킹은 인간이 알지 못하는, 그 실체를 명확히 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에 대해 글을 쓰고 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알 수 없는 실체가 항상 주인공이고, 인간은 단지 그 실체에 대해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꾸준하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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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유상철  
원작에서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식의 결말로 끝납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am라디오를 키게 되는데, 거기서 희미하게 '미국의 어느 주 이름'으로도 들리고 '희망(hope)'으로도 들리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너무 막나간 결말로 말아먹은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 레드포드  
유상철님의 글을 지금봤네요. 답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유상철님이 말씀하신 그 막나간 결말에는 스티븐 킹도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듯 하군요. 감독과 스티븐 킹이 공동으로 각본을 맡았으니까요. ^^
1 유상철  
아 각본에 스티븐킹이 참여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설마 영화의 결말이 스티븐킹이 소설의 결말로 생각했던 내용이었을까요..
2 j4life  
레드포드님의 주인공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답글 자체가 통째로 스포가 되겠네요)


죽기 전 장면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거대괴물을 만나게 되죠(만난다기보단 밑으로 지나가죠)
전부 다 괴물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조용히 차를 몰고 피해가면서 자연스럽게 괴물이 내던 굉음을 의식하게 되고, 이윽고, 기름이 떨어져서 차를 멈추게 되자 아까와 유사한 굉음이 다시 한번 들리게 됩니다.
어떻게 마트에선 생명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지만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스치던 완전히 폐허가 된 풍경이 뇌리에 박히고 + 그 전에 마주쳤던 거대한 괴물에 대한 무력감이 합쳐져서, 인류는 끝장이 났구나... 뭐 이렇게 판단한 나머지 결국은 자살을 선택한게 아닐까요?
총알이 떨어지자, 주인공 빌리 제인이 밖으로 나와서 나 잡아 먹어!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좀 전 괴물을 피해가던 상황과 연결이 되고), 이후 안개가 걷히며 그 굉음이 탱크가 기동하는 소리였음을 알게되는거죠. 

혹성탈출 같은 인류의 전멸 같은 식의 절망감도 꽤 강렬했지만, 이번 미스트의 절망감 역시 그에 못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식을 자기 손으로 죽인(사이가 나쁜 부자도 아니고,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곤 하지만, 결과론적으론 오해였으니까요) 아비의 고통, 후회 VS 인류의 전멸...
이 두 가지 엔딩중에 어떤게 더 잔인하고 절망적이냐...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 같음 전자를 선택할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미스트 DVD 출시 됐나요? 미스트 DVD는 감독판인가 그래서 고전영화 처럼 흑백으로 나온단 소릴 얼핏 들은거 같은데, 흑백으로 만나도 굉장히 신선할거 같습니다~
1 막되무스  
저도 마지막 부분은 정말 이해가 안가더군요.
그렇게 현명하게 대처하고 행동하던 사람이
그런 극단적으로 행할 수 밖에 없었는지....
1 조지훈  
저는 감독이 의도적으로 주인공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느껴질만한 장면을 추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관객이 '차라리 자살하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갖은채 마지막 장면을 봤다면 완전 다른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감독의 의도가 그게 아니었겠죠
1 라마순  
저도 자살은 공감이 안갔습니다. 아니왜 벌써 아직 죽기에는 이른시간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부분을 관객들에게 공감을 못 느끼게 한건 정말 아쉽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감독이 관객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의도했다면 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보면서 자살하는거 보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설마 진짜 자살하나.

정말 더 죽였더군요. 그래도 역시 볼만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포스터 낚시는 올해 최고의 영화가 아닐런지. 포스터 낚시는 정말 최고.ㅎ 포트터 안보고 영화봤으니 망정이지....
1 T⊙⊙N광일  
저는 나였더라도 지금까지 겪은일들이 두려워(인간은 한치 앞도 내다보질 못하잖아요^^)
자살을 택했을것 같습니다.
전 엔딩이 오히려 신선하고 좋은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끝까지 살려고 발버둥치다 죽는 어이없는 결말보다야 ㅎㅎ
1 장경진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