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영화의 영원한 테마 '전쟁'과 '사랑', 그 진부한 테마지만 여전히 감동과 애잔함이 가슴으로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릴적 멋 모르는 우리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을 엿보며 가끔 엉뚱한 상상으로 부풀려 혼자만의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그런 상상과 환상은 혼자만의 상상과 환상으로 끝나고 그렇게 잊혀지지만, 영화 속의 13세의 어린 소녀 브로니, 언제나 타자기를 끌어 안고서 자신만의 이런저런 상상과 환상을 써내려 가기를 즐기는 탈리스 가문의 이 소녀는, 언니 세실리아와 탈리스 집안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일을 하지만 의대를 졸업한 전도 유망한 멋진 청년인 로비와의 몇 가지 사건을 보고는 자기만의 상상의 나래 속에 로비에 대해 오해를 하게된다.

햇살과 푸르름으로 가득한 탈리스 저택의 아름다운 전경, 

2차 대전의 전장인 프랑스의 들판을 걷는 로비와 동료 패잔병들, 하지만 거기 들판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붉은 꽃들,

프랑스에서 철수하기 위해 해변에 대기중인 영국 패잔병들의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진 모습들

전쟁중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가 된 세실리아와 군인이 된 로비,

로비에게 자신에게 돌아오라 말하는 세실리아

Robbie, Look at me. (로비, 날 봐요)

Come back. (돌아와요)

Come back to me. (내게 돌아와요)

영국으로의 철수를 기다리며 패잔병 로비는 다시 돌아가 다시 시작하리라 다짐한다.

The story can resume. (이야기는 다시 시작할 수 있어)

Our story can resume. (우리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할 수 있어)

I will simply resume. (난 다시 시작할 거야)

I will return. (난 돌아갈 거야)

Find you, Love you, Marry you. (당신을 찾고, 사랑하고, 당신과 결혼할 거야)

And live without shame. (그리고 치욕 없이 살거야)

영화는 화면이나 내용 모두 보는 내내 아릅답고, 아프고, 애잔하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쁨

18살의 간호사가 된 브로니는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그렇게 진실과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 브로니의 아픔과 떨림.

자신이 좋아하는 두 사람, 언니 세실리아와 로비에게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럿는지를 깨닫고 떨리는 가슴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브로니의 모습은, 돌이킬 수 없는 그 잘못에 늙어서까지도 떨고 있는 그녀의 손 끝을 보는 건 또 다른 아픔이고 슬픔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의 이야기 속에서나마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자 '어톤먼트 (Atonement)'라는 자신의 마지막 자전적 소설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