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 좋겠지★

영화감상평

★[펌]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 좋겠지★

1 칠동주민 13 3189 13
제가 활동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퍼왔습니다
진짜 맛깔나는 글 아닙니까? ㅋ 쫀득쫀득한것이~ 한 사이트에만 남겨두기에는 너무 아까와 아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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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후배가 <조디악> 보여준대서 나갔는데
에그머니나.. 연쇄살인범 이야기란 것을 몰랐다.
극장에 들어가기 직전 공룡양호샘에게 문자를 날렸다.
'공포로 샤워하고 집에 들어가면 나 우울증 도질거야.. 도와줘요 플리즈~~'

떼지어 몰려나온 양호샘들이랑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봤다.

조디악에 대해서는 생각이 안난다.
망각은 두려움을 회피하고자 인위적으로 기억을 차단하는 의식의 작용이다.
(아, 혀 꼬여..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말을 고상 떨며 하는 것이니 넘 신경쓰지 마시라.)


연애 4년에 결혼 3년, 합이 7년이면 외도할 자격 있다..고 은밀히 믿는 그대에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추천한다.
애인이나 옆지기는 대동하지 않는 게 신상에 좋겠다.
아, 스와핑 할 용의가 있는 커플들이라면 쌍으로 보시라.

아웅 졸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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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난 Etwas, 2부 시작하시겠다.


유부남 유부녀가 짝 바꿔 연애하는 이야기가 질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두 가지 되시겠다.
일. 로맨틱 코미디 톤을 취하고 있다.
적당히 가볍고 웃기고 진지한 분위기라서, 부담도 적당하다.

이. 자식과 집안 문제가 빠져있다.
당신이 현실에서 그랬다면 발목 콱 잡을 부분을 쏙~ 빼버리는 쎈스.
그러니 영화지.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만 오로지 충실하게 드러낸다는 거다.
순진한 Etwas, 그 감정 라인대로 쭉 따라갔다.
느낀 점. 오오~ 진짜 쿨하네.


옛날 영화이론 책 줄 그어가며 공부할 때
대중영화는 관객의 평균적 정서를 반영한다..는 말에 밑줄 쫙 그었더랬다.
그 믿음을 토대로 말하자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가 대변하는
대한민국 30대 남녀의 애정관은 더할 나위 없이 쿨하다.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부부 관계의 특성, 개인의 성격, 환경 등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자기 감정에 일단 솔직하다.
내 남편, 마누라도 나름 소중하지만 나 저 사람 갖고 싶어..
요런 마음이 들 때
여우짓, 늑대짓 하며 일단 들이대더라는 것이다.
(아우 부러워..)

그리고 흑백논리나 극단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채,
자신과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즉, 니가 잘 못해서 내가 바람 피잖아..
요따우 말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최종 선택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하되,
그로 인해 상대가 겪게 될 상황에 대해서도 사려 깊게 이해한다.
그렇다고 상처가 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고려를 바탕으로 내린 선택이라는 자기 확신 때문에 당당하다.

엔딩 장면의 대사 몇 개 기억나는 대로 읊어본다.

박용우 : 나만 미워해. 우리가 좋았던 기억까지 부인하지 말고..
한채영 : 선보기 전에 날 보러 왔었어요? 우리도 시작은 괜찮았구나.

멋지잖아?
누구도 선악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고, 이해할 만 하고
바람 피우니 이기적인 게 아니라 두루 복합적이고.


<커피 프린스 1호점> 13회부터 밤새워 다 봤는데
역시나 20대 언니오빠들도 끝까지 멋있었다.

은찬-한결, 유주-한성, 커피집 오빠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한지라 어찌나 다른 개성들이신지.
그래도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

그럴 수 있는 힘은
자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 콤플렉스 등을 솔직하게 바라본다는 데서 나온다.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해를 타인에게도 똑같이 적용시키고
그렇기 때문에 갈등은 있어도 비극으로 치닫는 대신
그 갈등을 다루는 과정 속에서 상호 이해에 도달한다.

부모님, 할머니도 이들 세대와 무난히 조화를 이루는 능력을 갖추었고
지혜로운 지지자로 변모해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보아온 멜로드라마 주인공들의 태도와 확연히 구별된다.
과거에는 주로 이랬다.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막는 외적인 장애요소 하나씩 등장한다.
신분 차이, 혈연의 비밀, 불치병, 경제적 환경적 요소..

주인공이 울고 불고 하면
(주로 착한 여자 되시겠다. 어찌나 착한 척, 슬프지 않은 척 해주시던지.)
감정 이입된 관객도 따라서 울고 불고.
(아, 어찌나 많이 따라 울었던지~)
여자 울려주시는 악인은 어찌나 빠짐없이 등장하시는지.
(너무 잘난 처녀, 야심에 찬 젊은 남자, 시어머니 등등.)

요것이 바로 신파적 드라마 작법과 연기 패턴이다.
한국 대중문화에 신파 코드가 얼마나 강력한지
곰곰 돌이켜 보시라.


어째 이리 신파 코드가 강력하고도 오래오래
대중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했느냐.
못 살고 힘들게 살아서 그렇다.

영화가 들어온 게 식민지 시대고, TV가 보편화 된 게 군사독재 시대다.
사람 사는 이야기 해야하는데,
지대로 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죽는 수가 있었던 것이다.
죽이지 않더라도 사전 사후에 검열 철저하게 해주셨다.
작가의 생명, 작가의 창의력은 저절로 말라 죽어주셨다.

세상을 지대로 슬퍼할 수 없으니
개인적인 운명, 팔자를 앞세워서 세상 시름까지 담아서
꺼이꺼이 울어대게 만든 것.
극장이나 테레비 앞에서 한판 지대로 울고 나면
속이 시원했던 거.
요거이 신파의 힘이었다.

정치의 억압이 사라지고 나니
울긴 울어야겠는데, 지대로 울 명분이 줄어들었잖은가?
불치병, 핏줄의 비밀 자꾸 나오는 게 그런 이유다.
울 이유가 확실하잖아?

한 가지 더.
옛날식 가족제도, 이거 여자들한테 무지 징글징글 한 낡은 전통이다.
권위적인 정치는 옛날식 유교 전통과 잘 어울린다.
아니, 서로 필요로 한다.
그러니 뭐, 부모-시부모가 옛날 식으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이야기가 아직도 먹혀들 수밖에.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와 <커피 프린스 1호점>
모두 이런 낡은 것들이 힘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짜로 힘을 잃었을까?
적어도 이 두 개의 드라마 안에서는 그렇다.

현재의 대한민국 20,30대가 모두, 진짜로 쿨하고 솔직한, 신인류인가?
이 두 개의 드라마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그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는 알 만하다.

나쁜 일본인도, 군사독재의 철권 통치도 사라졌다.
전통이라는 이름의 억압적인 가족제도도 느슨해졌다.

이제 무엇이 남는가?
오직 내가 남는다.

오직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적 삶,
나의 의지로 꾸리는 가족의 핵심적인 의미만이 남는다.


어떻게 살겨?
멋대로 살지~

되도록이면 쿨하게,
무조건 즐겁게,
오직 나의 깊은 의지에 충실하게.

깊은 게 모냐고?
몰라~ 앞으로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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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1 디워  
  생활속에서 건져올린 쫀득쫀득한 글이네요.
근데 필자가 sos를 친 공룡양호샘은 누구예요?
1 여린왕자  
  아 나도 살떨리게 연애하고 싶다 ~
금지된 사랑이란게 사실 어딨겠어  ~

글 정말 잘쓰시네요 근데 ㅋ
1 황금내단  
  깊은게 모냐고? ㅎㅎㅎ
1 황금내단  
  공룡양호실??? 고거이 모다냐?
1 godami  
  이 영화 나도 봤는데 무쟈게 재밌어요. 강추!!!
근데 영화평은 더 재밌게 쓰셨당.^^
1 godami  
  근데 어느 사이트에요???
1 여린왕자  
  아 진짜 모 사이트 이름이 안나와 있짢아 ㅠㅠ
7동주민님 공룡양호실? 머 가축병원 이름같기두 하구
1 라따뚜이  
  재밌는 발상이신데...
글도 많이 써보신 분 같네요...움...
네이년가서 빨랑 찾아봐야겠네요~ 이 사이트~! ㅋㅋ
1 멜론  
  아 글이 쫀득쫀득하니 맛있는데요?
근데 갑자기 공룡이 모에요? 디워랑 관련이 있나? 호호
1 삐루  
  공룡양호실에서 퍼오신 글이군요.<BR>위에 분들 사이트 궁금해 하시는데..<BR><BR><A href="http://www.yanghosil.com/">http://www.yanghosil.com</A><BR><BR>요기 입니다. 읽을 만한글이 꽤 되는 곳이죠...^^
1 정재원  
  그저깨 이 영화 봤었는데... 해석을 곁들이니깐 이해가 쏙 되는군..
글이 참신해서 추천 줌다... 가끔 올려주쇼.
1 콩가루  
  잼나네.. 근데 난 보수적이라 그런가 어딘가 쫌 찝찝..
1 LOve iS...  
  이 영화 근 3년 되는 우리 커플이 보러 갔습니다.
은근히 재밌고 충격적인 그... 물에 빠진 여인? 구하는 장면 보고 심히 말이 많았습니다.
제 여친님께서...
정말 그냥 재미로 보러 갔지 이렇게 상세히 어필을 해줄지 몰랐네요 연인끼리는 서로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고 또한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정확히 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 보고 몇 일간 시달렸습니다.
아직 상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은 사랑 없인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