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가 를 직시해야 하는 이유!

영화감상평

충무로가 <디-워>를 직시해야 하는 이유!

S 이현준 3 2044 7
다음 박형준 님의 글인데 공감이 가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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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의 보도자료에 쇼박스가 배급한 작품들도 간단히 언급돼 있더군요. 2007년 배급작은 대부분이 흥행실패작이었습니다. <허브>, <최강로맨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마강호텔>, <쏜다>, <뷰티플 선데이>, <날아라 허동구> 등. 이중에는 누리꾼으로부터 험악한 공격까지 당한 허술하기 이를데 없는 영화들도 보이는군요.

한국영화 산업은 이미 가라앉아도 한참 가라앉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왕의 남자> 흥행돌풍 직후에 '한국영화 위기론'을 거론한 적이 있는데, 여러 경로를 통해 가볍게 묵살당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위기는, 관객의 구미를 맞춰주지 못한데에 있습니다.

'조폭'이라는 컨셉트가 유행하니까 우르르 '조폭 코미디' 찍고, '감동'이라는 컨셉트가 유행하니까 우르르 '감동' 위주의 영화를 찍었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동어반복의 영화를 따라다니면서 찍나요.

물론 일부 영화는 야심차게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해, 청춘스타를 캐스팅한 작품들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너진 작품이 많죠. 왜일까요? 대충 잘 팔리는 배우들 내걸면, 연기를 잘 하건 못 하건 무조건 다 봐줄 줄 알았나 봅니다. 천만의 말씀이죠.

충무로의 위기는 충무로가 자초한겁니다. 관객의 수준을 싸잡아 우습게 보면서, 당장 벌어들이는 돈에 눈이 어두워져 어설픈 기획영화를 쏟아낸 것이야말로 진짜 이유입니다.

영화계의 '큰 손'들이 주로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분들이 관객의 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으면서 한눈에 봐도 무너질 것 같은 작품에 돈을 쏟아붓다가, 정말로 망하니까 돈지갑을 꽁꽁 닫은거죠. 그게 한국영화가 위기에 몰린 진짜 이유인겁니다.

'한국영화 위기론'에 대한 책임을 관객에게 떠넘기지 말길 바랍니다. <왕의 남자>나 <괴물>이 잘 나갈 때부터, 한국영화는 이미 조짐이 보였습니다. 화제작 반열에 오른 <디-워>를 통해 다시 '위기론'을 짚어볼 제 이야기를 묵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디-워>와 충무로가 각각 바라보는 '즐거움'


조심스럽게 전망하자면, <디-워>는 분명한 흥행효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3일에 작성한 <디-워>의 프리뷰에 간단히 언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디-워>에 호의적인 관객들은, 심형래 감독 개인의 지칠 줄 모르는 의지를 주목하는 관객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충무로나 '스크린쿼터'에 반감을 표하는 관객이 주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역시 진위확인은 어렵지만, 실제로 심형래 감독은 "개그맨 출신이라 (충무로로부터) 천대받았다"고 주장했고, 그래서인지 더더욱 이를 악물고 할리우드의 각 분야 유명스탭들을 모아 <디-워>를 만다는데에 매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형래 감독은 남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인 '개그맨' 출신이기에, 관객이 영화를 보는 핵심적인 이유도 '즐거움'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충무로가 생각하는 '즐거움'과 심형래 감독이 생각하는 '즐거움'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최근 10년간 개봉한 한국영화의 경향으로부터 판단하자면, 충무로가 생각하는 '즐거움'은 코미디입니다. 셀 수도 없는 코미디영화들의 면면이 확인될 겁니다. 그중에는 일부 관객들이 이에 걸린 팝콘껍데기처럼 생각하는 '조폭코미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이 생각한 즐거움은 '스크린을 활용한 압도적인 즐거움'일듯 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트랜스포머> 생각해보시죠. 압도적인 스케일과 현란한 그래픽과 스피드로 중무장한 영화입니다. 현대에는 이런 영화들이 흥행을 선도합니다.

줄거리는 단순하더라도 최소한의 개연성과 장치만은 분명하게 유지하면서, 시원한 액션이나 현란하고도 압도적인 그래픽으로 즐거움을 유도할 수 있는 영화들이 흥행하는겁니다. 이건, 오래전부터 일관적으로 유지해온 현상입니다.

하지만, 충무로는 이런 시도 잘 안합니다. 물론 한 적이야 있죠. 하지만,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스타마케팅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다가 무너진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대작들이 왜 흥행하는지, 본질적인 연구를 거의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트랜스포머>? 관객의 눈에는 잘 누군지도 모르는 배우들이 주연입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주연은 '오토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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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스타마케팅보단, 괴수 캐릭터를 창작하는 것이 부가가치가 더 높다"는 심형래 감독의 이야기는 정말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 역시 제가 <후레쉬맨>과 <스타워즈> 등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후레쉬맨>,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전대물로 보이시겠지만, 캐릭터 미니어쳐 판매량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평론가들 눈에는 질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활용하더라도, 최소한의 맥과 개연성까지 잃는 선이 아니라면, 관객은 그런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평론가 본연의 할 일과 대중의 취향은 다를 수도 있는겁니다.

충무로와 영화투자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영화'가 '스크린'을 활용해 선사할 수 있는 본질적인 즐거움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무슨 돈으로 그런 영화 만드냐구요? 조폭 영화 만들 돈 줄이고, 어설픈 그래픽 무협영화로 날릴 돈 절약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도전하려는 의지도 좀 갖추시구요.

관객은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지, 영화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이 잘 돼, 판이 커지고 돈이 돌아야 더 다양한 영화에 투자할 여력도 생기는겁니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입니다.


다시 반복합니다, 어린이 영화 무시하지 마세요


지금은 잊혀졌지만, 개인적으로 김청기 감독을 높이 평가하는 편입니다. 작금의 충무로가 ‘어린이 영화’의 가치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간단합니다. 어린 시절에 봤던 감동적이고 유쾌했던 영화는, 어린이 개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우뢰매> 보면서 감동느꼈던 어린이들이 이제 다 어른이 돼 심형래 감독의 막강한 지지자가 된겁니다.

그 어른들이 결혼해 낳은 아이들이, 다시 부모 손에 이끌려 <디-워>를 볼 것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왕년의 프로야구가 아직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죠. 즐거움의 대물림, 이것이야말로 한국영화의 잠재적인 기반을 탄탄하게 할 것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 개봉한다고 위기론 외치지만 말고, 어린이영화에 대한 말도 안되는 선입견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잘 만든 어린이 영화 한편이, 충무로의 기반을 보장할 수도 있는겁니다.

할리우드 보세요. <해리 포터> 시리즈 보세요. 크리스 콜럼버스, 알폰소 쿠아론, 마이크 뉴웰, 데이빗 예이츠, 모두 작가적인 재능과 유명도를 두루 갖춘 감독들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어린이들이 부모와 같이 즐길 수 있는 < E.T >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해 지금의 위치를 얻었습니다. 그래도 어린이 영화 무시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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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로도 감동적인 어린이 영화를 통해 '이런 장면'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 유니버셜



충무로는 두 눈 똑바로 뜨고 <디-워>를 봐야

물론 <디-워>도 인정해야 합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스캔들과 함께 제작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심형래 감독 개인의 영향력이 너무 막대했다는 것도 그런 스캔들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디-워>는 분명히 높은 수준의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확실히 눈에 띄는 면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평론가들의 지적도 맞는 이야기이며, 차기작에서는 심형래 감독이 시나리오만큼은 전문작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디-워>는 심형래 감독 개인의 의지 자체와 성과만으로도 평가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뢰매> 이후로 자취를 감췄던 대형 SFX 영화의 맥을 다시 이었다는 점, 그리고 심형래 감독 개인의 호언한 "우리도 직접 미국에 가서 직배 때리고 그래야 하지 않겠냐“는 말의 시원함. 이 모든 것들은 충무로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할 것들입니다.

제발 좀 도전해보세요. 유명해졌다고 안주하지 마세요. 해외영화제에서 상탔다고 안주하지 마세요. 그럴수록 더 뻗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판도 커지고 돈도 돌고 한국영화도 알립니다. 위기는 곧 기회. 공공연하게 충무로를 자극한 심형래 감독의 영화라는 이유로 <디-워>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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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0 사라만두  
  친구에게 잠시 들은적이 있는 내용이었는데
이런 판열이 바닥에 깔려있었군요.
위기=기회, 기회=위기 이 말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공식인가 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1 nameltneG  
  좋은 이야기입니다. 공감하는바도 있고요. 조폭코미디같은 영화는 이해불능에다 넌덜머리가 나기때문에…
아이에게 좋은 추억은 평생가는 꿈이 되는것도 그렇고요.

다만 영화 제작 관련인들이 영화에 대해서 고민하는만큼 관객들도 영화를 보지만 말고 고민해야 합니다.

영화 재밌으면 물론 매우 좋지요. 보는 사람에게는 감동을, 만든 사람에게는 돈과 명성을…
하지만 단순히 '재밌으면 땡이지 뭐(코미디, 감동 뭐 이런 코드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이런말만 하는 것은 결국 다수의 의견이라고 하는 음식을 주는대로 받아먹고 좋아라 하는 아기의 모습과 다를것이 없을것 같아요.

여지껏 한국영화 제작의 큰손들은 그렇게 생각했을테고요.
1 이낙현  
  이상하게 충무로는 '외부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배타적인 성향 같더군요. 물론 어디를 가나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는 인간들은 있습니다만, 유독 심한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심형래씨를 까는 것도 그랬고, 예전부터 심형래는 찬밥 신세 같더군요. 좀 더 유연한 자세로, 포용력 있게 그를 받아 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시일 안에 디워같은 한국산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대단합니다. 영화계에서 문전박대 당하고도, 사기꾼으로 몰리고도,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간승리에 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