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감상문.. <가족의 탄생>
가족의 탄생..
제목이 너무 거창하게 다가왔다..
왠지 모르지만 뭔가 심오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 같고,
그래서 함부로 봐선 안 될 것 같고,
하여 가부좌를 틀고 경건하게 관람해야 할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고나 할까??
그래서, 섣불리 볼 수가 없었다.
수많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수많은 호평들이 부담스러워 더더욱 볼 엄두가 안 났다..
그렇게 볼까 말까 고민하기를 몇 달째..
결국 큰 맘 먹고 보기로 했다.
까짓 거, 제가 대단해 봤자 얼마나 대단하겠어??
어차피 우리 현실을 다룬 영화인 거, 그냥 옆집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자!!
그렇게 나름대로 거창한 심호흡 끝에 관람하기 시작한 이 영화..
근데 이거 뭐야.. 너무 웃기잖아.. 가볍잖아.. 이거.. 이런 영화였어??
보기 전엔 그토록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경외했던 이 영화가
알고 보니 사실은 지지고 볶고 싸우는, 우리의 일상일 뿐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관객으로선 좀더 쉽게 등장인물들에게 동화될 수 있었고,
여지없이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화내며 같이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들어 있어서 그런 걸까..?
그 속에 나온 등장인물의 모습이
흡사 내 삶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그들을 볼 때마다
즐거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과연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가..
아니면 내가 이상한 것인가..
나 같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들었더랬다..
그리하여..
실컷 웃으면서 봤음에도 영화를 끄고 난 후 한동안 깊은 참회에 빠져야 했다..
그리고 영화 한 편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해 준 감독에게 깊이 감사를 했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보고 난 후 아득한 여운이 남는 영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하는 영화..
그리하여 이 사회가 좀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 데 일조하는 이런 영화..
난.. 이런 영화를 사랑한다.. 사랑해 마지 않는다..
시청률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명품을 완성해 주는 <미왕>처럼,
한국 영화계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흥행에 좌우되지 않고 뚝심있게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과 제작자가
더욱 더 많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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