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토 - 고대문명이 어떻게 붕괴했냐고?

영화감상평

아포칼립토 - 고대문명이 어떻게 붕괴했냐고?

1 Dark B;John 3 3285 9

이런 시대적 배경과 소재를 갖고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줄이야...

영화를 보면서 각자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극적인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화려한 액션과 현란한 볼거리에 잠시 넋을 잃기도 한다.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에게 심하게 감정이 이입될 수도 있으며, 숨막히는 긴장감에 가슴을 졸일 수도 있다.

처절하게 자유를 부르짖던 '브레이브 하트' 와 잔혹하다고할 정도로 폭력을 사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묘사해서 예수님의 고통을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들도 느껴지게 해버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의 멜 깁슨 감독이 새롭게 내놓은 '아포칼립토' 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과연 누가 고대 문명을 배경으로 긴박감 넘치는 스피디한 추격전을 찍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고대 문명 몰락직전의 시대를 다뤘지만, 영화는 문명의 붕괴와는 그닥 관련이 없는 그저 숨막히게 쫓고 쫓기는 단순한 이야기다.
영화 시작에 거창하게도 '과거 위대한 고대 문명은 외세의 침략때문이 아닌 내부에서의 문제로 자멸했다' 라는 문구를 삽입했지만, 정작 영화는 고대 마야 문명이 왜 안에서부터 붕괴해갈 수 밖에 없었나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보인다.
과거에 놀랄만큼 번영을 누리던 고대 문명의 붕괴를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그것을 찾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것을 권한다.
고대문명이 내부로부터 몰락한 이야기와는 별반 상관 없는 내용이니까.
오히려 밀림이 울창한 고대 사회를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전달할 수 있는 최대의 즐거움은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한 것이 아닐까 싶다.

멜 깁슨은 정말 폭력이라는 장치를 자유자재로 잘 다루는 능력을 지닌 듯 하다.
'브레이브 하트' 에서는 억울하고 억압받았던 상황을 단숨에 폭발시키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장치로써,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에서는 고통의 간접경험으로써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감독 데뷔작이었던 '브레이브 하트' 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던 사실적인 전투장면을 잔혹함과 끔찍스러움이 배가 시킬 수 있도록하는 무기들을 등에 업고서 더욱 과격하면서도 세련되게 다듬었으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의 끔찍스러움과 고통이 그대로 전달되는 연출방식을 속도감 있는 연출로 변주하며 추격전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감과 그야말로 똥줄타는 듯한 긴장감을 최고조로 선사한다.

산 제물신세에서 움직이는 표적으로 전락한 부분에서의 액션연출은 긴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지그재그로 내달리며 도망치는 등뒤로 창과 돌, 화살이 '슈-욱'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든다고 생각해 보라.
등골이 오싹하지 않은가?

주인공들의 절박한 상황을 배가 시키는 고대의식의 끔찍함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그러한 의식을 행하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다만, 그러한 의식을 사실적이고 끔찍하게 묘사함에 따라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 바로 코앞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듯한 처지를 잘 부각시켰다고 본다.
절체절명이라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만큼한 것이 있을까?
구차한 설명 없이도 얼마나 주인공이 절박한 상황인지 아주 잘 느낄 수가 있는거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영화를 통해 느끼는 바는 각자가 다를 것이다.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어느 정도인가하는 것보다 영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무적함대가 마치 구세주처럼 묘사가 되어 인종차별적인 메세지를 은연중에 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물론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수도 있는거다.
그건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 아닐까?
사실 그부분은 그닥 비중있는 부분도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포칼립토' 를 통해 고대문명이 어째서 내부로부터 붕괴했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나 백인 우월주의 같은 인종차별을 느끼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그리고 하나뿐인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사내의 숨막히는 탈출기에 매료되었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반응이 천차만별일텐데, 제물로 잡혔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력으로 도망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이토록 흥미롭게 풀어갈줄 아는 멜 깁슨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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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리파티  
  오오..평 공감가네요..역시 본질은 스피드~~~
2 이만후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1 빙쵸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 주인공의 열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