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와 마법사 - 스포일러

영화감상평

여행자와 마법사 - 스포일러

1 제법무아 1 2301 17
일장춘몽,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은은한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이 영화는 부탄 영화다. 조금은 어색한 연기, 또 조금은 낯선 그들의 전통문화, 또 조금은 낯선 풍속... 그래서 처음에는 몰입이 잘 안 된다. 뭔가 매끄럽지 못하고 거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스님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스님하면 떠오르는 것이 과묵함이건만, 이 스님은 도통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이름도 모르겠지만 기타처럼 생긴 악기를 연신 튕겨대며 옛이야기를 풀어낸다. 주황색 장삼과 붉은색 가사가 눈에 튄다. 그가 연주하는 악기의 소리가 마력이라도 가진 듯, 그의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한 달 급료가 미국에서 허드렛일 하는 사람의 반나절 일당만도 못한 부탄의 공무원,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산다. 미국인 친구에게 온 초청장을 받고, 미국으로 가려는 이 젊은이와 사과장수 노인, 그리고 수다쟁이 스님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모인다. 이 셋이 차를 얻어타거나 또는 함께 걸으며 풀어내는 로드무비, 중간에 쌀종이 장수와 그의 어여쁜 딸이 합세를 하고, 얻어탄 트럭에서는 술주정뱅이와도 조우한다.

이틀간의 여정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그리고 스님의 옛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생이란 정말로 나른한 봄날 낮에 꾸는 달콤한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꿈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고, 언젠가 깨었을 때, 고개 몇 번 외치고 잊고 말 지도 모를 그런 꿈...

희망은 고통을 낳는다거나 기대하면 초조해진다는 스님의 말이 잔소리 같으면서도 잠언처럼 들려온다.

제법무아, 제행무상, 일체개고... 불타의 말씀이 영화 한 편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불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크게 불교적이지 않은 영화. 그래서 마음에 든다. 그리고 부탄의 아름다운 산하의 모습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우리의 주인공 청년은 과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을까? 답답하기만 했던 여정이 갑자기 아쉬워지는 순간... 지루했던 행로가, 이제 끝날까 걱정스러워 지는 것은 왜일까? 맞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이다. 편안한 법문을 듣는 느낌의 영화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1 Comments
1 paul  
  이 영화 명작이죠!! 우리나라에서 개봉시 '나그네와 마술사'라는 제목이었죠.!!
개인적으로 소장 캐비넷에 넣어 놓은 영화입니다. '일탈의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CUP'이라는 영화를 만든 스님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죠.
그리고 부탄!! 이 영화가 아니면 언제 부탄이라는 나라를 볼 수 있을까요? 멋진 하늘 색을 가졌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