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 - 스포일러

영화감상평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 - 스포일러

1 제법무아 2 1923 6
나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도 마음에 무엇인가가 탁 와 닿지는 않았다. 비정상적인 관계이지만 남녀이기에 가능한 관계.... 초반부의 전개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중반과 결말에 신선하기도 했고, 충격적이기도 했던 영화였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일제의 식민지 시절, 자신을 고문하고 희롱하던 일본인 장교와 사랑에 빠지는 한국의 여인이, 광복 이후 결혼까지 한 상태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그 장교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정서로는 참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다. 우리의 과거에 저러한 비사가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인간과 국가를 놓고 저울에 달아야 할 것인가? 인간의 사랑이 위대한가? 조국에 대한 애국이 중요한가? 나는 분명히 애국을 잘 모르는 세대이다. 내 안에는 나라를 위해 나를 희생할 모멘텀이 분명히 없다. 그러함에도 이 영화를 봤을 때,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가슴에 무엇인가가 탁하니 걸린 그 느낌...

투명한 잿빛 눈동자의 그 여인, 그 투명한 눈은 무엇을 바라봤기에... 나로서는 이해하기 고통스러운 사랑을 향해 달려든 것일까?

동시에 유럽 문화의 다양성이 내심 부러웠다. 단일의 민족이기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나리오가 그들에게는 예술로서 받아들여지고, 영화로 제작될 수 있는 풍토가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랬다. 이것은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기보다, 창작자나 제작자 자체가 거기에 대한 심각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리라. 일반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스토리를 가진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거나, 영화를 제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의 부러움은 다양한 민족이 얽히고 섥혀 사는 공간에서 자연스레 발아한 것에 대한 것이기에 문화적 차이를 의미할 뿐이지 문화의 고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자랑거리가 많기에...

어쨌든 내게는 무척이나 새로운 영화였다. 맞다. 히틀러도 결국 한 인간에 불과했다. 한 인간이기에 그런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반면, 한 인간이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원수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인간을 개개의 존재로 인식할 때 인간은 불완전하고 일시적인 존재일 뿐이다. 불완전하기에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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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無念無想覇刀  
  제법무아님의 감상평을 매번 관심있게 읽어보고 있습니다. ^^;;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을 알게 되었네요...

3.1절에 보기엔 조금 껄끄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
1 제법무아  
  흐~ 관심있게~가 조금 겁나게 들립니다. 맞습니다. 3.1절이 다가와 그랬는지 영화 보는 내내 짜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