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둔해 빠진 새끼들... 을 보고

영화감상평

끝까지 둔해 빠진 새끼들... <괴물>을 보고

1 야미쿠로 17 4015 11


괴물... 1300 만이 넘은 엄청난 흥행작.





제법 욕을 많이 먹고 있습니다.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핸드폰 발신자 서비스부터 ~ 군대 개입까지 엄청납니다 ^^)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을 논하느라

정작 중요한 '괴물'이라는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요.



'괴물' 이야기에 - 앞서 감독 봉준호는 크게 2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당신은 어디서 보고 있는가?'


왜 시각적인 면이 중요하냐면.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영화에서의 시각은 곧 5감을 뜻하지요. 슬픔이나 공포가 될수도 있고, 호탕한 웃음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자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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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작이자 출세작인 '플란더스의 개'는 얼핏
'우리 사회의 부조리 고발' 같으면서도
'무기력한 지식인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이건 홍상수 영화의 영원한 테마)
'매스미디어의 폭력'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봉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 하는 점은

'상당 부분 기우뚱한 상태의 현실이지만. 그 현실에서 아무 탈없이 살고 있는 우리들의 기만함과 둔함' 을 탓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말한 '무엇을 보고 있는가'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첫번째 영화의 테마라면


봉감독의 2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은 '어디서 보고 있는가'에 해당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가' 라는 물음은 당연하고요)

왜? 플란더스의 개랑 다르게 '어디서'라는 말이 덧붙느냐 -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미 우리가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결론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결국 미결의 상태로 끝난 수사...
여기서 왜 '어디서'가 중요하냐면 우리는 단순히 살인을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에게 이끌려 살인을 방조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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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살인의 추억'을 어디까지 파악하시면서 보셨습니까 ?

1. 살인의 모티브는 결국 급격한 산업화가 불러운 개인화가 불러온 화다

2. 살인의 방조죄는 '당시의 우리 사회의 혼돈'이 큰 몫을 했다

보통 이 2가지겠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망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올드보이'의 주된 테마입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최민식에게 유지태가 말하길
'넌 그냥 잊어 버린거야. 왜냐하면, 내 일이 아니니까'

올드보이에서 말하는 '망각'의 공포는
'어디'냐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반면, '실미도'나 '태극기'는 어떤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기억하자' 정도에 그침)

봉준호 감독의 처녀작 이야기에 잠시 나왔듯
내 삶에 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내 일이 아니니까 '망각' 해 버리는 '사실'들
그것이 '살인의 추억'입니다.



그리고, '올드보이'와 '살인이 추억'은 그것으로 끝입니다.

범인. 사건. 모든것이 미결로 끝나고.. 용의자는 어둡고 습한 터널 속으로 사라집니다.



..............
..............


그리고, 그 어두운 터널속에는 '괴물'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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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의 부조리한 현실에 막혀. 혼란한 시대의 흐름에 막혀.

뒤쫒지 못했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터널속에서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영화 '괴물'은 '살인의 추억' 맨 마지막 장면에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송강호와 김상경이 발이 무거워 쫒지 못했던 터널속의 '살인 용의자 - 괴물'에게
한강변에 사는 한 초라한 가족이 겁도 없이 다가서는 이야기가 '괴물'입니다.


영화 '괴물'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정말 쏟아내듯이 풀어냅니다.

미군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 현실의 뒷면들이 마구 나옵니다.
미국등 강대국의 어이없는 상황대처와
힘없는 정부의 모습과 불성실한 관료들의 모습.
제대로 된 보도가 없는 매스미디어.
그리고,... 막판에는 아무짝에는 쓸모없는(?) 시민 단체들까지.

봉감독은 결코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어떤 특수한 단체나 기구를 욕하자고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시민단체들까지도 코미디의 대상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처녀작 플란더스의 개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무엇하나 똑부러지게 맞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굴러가는 세상...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 둔한 우리들.


헌데, 조금 더 발전해서

봉감독이 '괴물'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망각'에 따른 '구제와 역사의 재인식'입니다.

죽지 않은 현서를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가족들만이 살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왜 그리 타인들은 현서의 죽음을 쉽게 인정할까요?
그건 바로 '장례식'을 처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일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바라 보는데,
그 상태에서 어떤 '처리'가 이루어 지면 이내 잊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당사자들에게는 이것은 도무지 끝나지 않는 공포와 슬픔입니다.

송강호의 극중 대사에
“그게, 사망했는데 사망한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죽었는데 죽지 않았다는 거죠.”

이 모순적인 발언. <괴물>에서 가족들에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통상적으로는 죽음이 찾아오고 애도가 있고 장례가 치러집니다.
하지만 역사의 비극은 매번 그 반대, 즉 장례를 치렀지만 아직 진정한 죽음이 찾아오지 않은 경우를 보여주죠.
청산되지 않은 역사, 끝나지 않은 죽음들이 즐비합니다.
현서는 그래서 죽었지만 죽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직 삶이 지나가지 않았기에, 그리고 애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현서는 ‘죽었지만 죽지 않은, 사망했지만 사망한 것이 아닌’것이죠.
(그렇기에 굳이 엔딩에서 현서를 살리는 것보다 죽이고. 소년을 품에 앉는 것이 더 뛰어난 설정이 됩니다)


'괴물'은 우리에게 '제대로 된 현실의 인식이 없으면 반복될 수 밖에 없음을' 일깨우고자 합니다.

송강호에 의해 사라진 괴물이지만.
마지막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송강호의 모습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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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초반부에

사업에 실패한 듯한 중년 사내가 한강 다리 난간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동료인지 친구인지 모를 이들이 다가와서 말립니다.
순간 난간에 매달려 있던 사내가 한강속에서 뭔가를 봅니다.
“…커다랗고 시커먼 게 있어… 물속에….”
다가온 동료들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뭐가 있다는 거야?' 라고 말하자

죽음을 결심하고 있던 애처로운 표정의 사내 얼굴이 돌변합니다.

차가운 조소를 띄고 입술을 이죽거리며 내뱉습니다.






'끝까지 둔해 빠진 새끼들'..... '잘 살아봐라'








우리는 과연 우리 사회의 '어디에서' '무엇을' 보며 살아 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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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1 跆拳  
잘 읽었습니다 예리하시네요.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신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조금 드는군요.
살인의 추억에서 마지막 송강호가 형사를 그만두고 정수기를 실고 다니는 장면 역시 님이 말한거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것 같습니다.
남을 위한 형사보단 자신을 위한 샐러리맨(다단계?!??)
많은 이들의 동경인 뉴요커가 획일화 된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사실도 씁쓸합니다.
1 니귀미  
리뷰들을 가끔보면 논리적 문장의 ''감상''문인지 아니면 과대망상 혹은 확대해석적인 ''주석''을 달은 글인지 헷갈릴떄가 있지요~ ㅋ 이글도 어느쪽인진모르겟네여~ 에포케라고 해두죠. 그리고 참..그; 송강호의 정수기 판매업 이야기는... 그냥 정년퇴직하고 퇴직금으로 장사하는거아닌지-_-;;
화성살인때문에 자괴감으로 형사그만둘 성격은 아닌듯싶습니다..김상경은 또 모르것지만..
G 잇힝국대통령  
음..정말 깊게 감상하셨군요..하지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괴물이란 영화는 소수의 관객들에게만 그런 깨우침을 주는것 뿐이지 다수의 관객들에겐 해당되지 않는것같군요
영화나 문학이나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건데 사실 그런 숨은 의미를 다수의관객은 찾아내기 힘들죠.. 대부분 다 그냥 눈과 귀가 즐겁고 이야기가 재미있고 하면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것뿐이지 그렇게 깊게 생각하려고 영화보려는 사람은 얼마없지요
1 이윤상  
잘 읽었습니다만, 작성자께선 봉준호감독의 광팬이신가봅니다...제가볼땐 너무 과장해석이 아닌가싶습니다...과연, 봉준호감독도 그런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을지가 의문이군요...ㅎㅎ
1 전용민  
영화는 관객으로 인해 완성된다는 말이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댓글 다신 분들이 확대해석을 염려하시는 이유는, 본문이 해석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즉 다양성을 두루 섭렵하지 못하는 한계성이 드러납니다만, 아마도 그것은 다른 다양한 감상문을 염두하고 쓰셨기에 그런 듯 합니다. 비판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을 내포했더라면 훨씬 좋은 평문이 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어떻게 현실과 관계맺고 있는가에 대한 의견은 타당성이 있습니다. 난세는 영웅을 탄생시킨다는데, 거듭되는 난세에 저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만 많았지, 어째 제 한몸 희생하는 사람은 없는 세상이지요. 영웅이 부재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봉감독, 또 그 시각을 견지하는 감상도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 자코  
읽다가....포기..
뭐 암튼 전 재밌게봤어요. 역시 봉감독...차고 재밌게 만들어요.
다음작 기대..
1 초전도체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감상평이 일품이네요^^
뭐, 감독도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만들진 않았겠지만
이 평을 본다면 뜨끔하면서도 흐뭇해 하지 않을까 싶네요.
4 김동천  
괴물이 그렇게 욕먹을 만한 영화는 아닌데 이상하죠.
흥행했던 실미도,쉬리,왕의 남자보다는 훨씬 나은 영화임에는 모두 동의하겠죠.
감상평이 다른 영화들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된 것은 좀 과장인 것 같고,
스토리는 예상 가능한 뻔한 구조였지만, 실제 있었던 일들을 적절한 블랙코미디로 버무린 양념들 때문에 재밌었던 영화였습니다.
1 강마이  
전 이 글을 읽고 이렇게 생각이 되네요..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심각해질까..이런거 생각하다가..영화의 본재미를 놓치지는 않을까.이렇게 보면 재밌을까?? 스트레스 풀려고 보는 영화를..보다가 머리통이 깨지지는 않을까..라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개봉전 괴물에 대해 이야기 할때. 가볍운 맘으로 오셔서 즐기다 가시면 되는 영화라고..이렇게 말했는데

개봉후에..워낙 사람들이 사회성 등등 말이 많으니까..봉준호 감독도 그쪽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울나라 사람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보통 오락영화도 무슨 사회비판 영화 예술영화가 되는거 같네요..

괴물이 사회비판영화라면..전 두사부일체도 사회비판영화라 생각이 되는뎅..이건.영~

전 괴물은..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1 나대로  
감상평을 평하는 글이 참 많네요. 봉감독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잘 나타난 영화 중 최고 인것 맞는 듯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해 놓으신듯..그리고 위에 분들 중에 봉감독의 영화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될듯하다고 하신 분들..감독이 좀 섭해할것 같습니다.
1 홍준성  
작가의 본래의도하고 작품의 본질은 원래 별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특히 메스미디어을 통해 비춰지는것들은...
적절한 해석과 타이밍이 있을뿐이죠.
1 강마이  
나대로 님..괴물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된다는 말은..봉감독이 영화 개봉하기 전에 인터뷰에서 직접 한말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도 그렇구요..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봉감독님이 섭섭해할 거는 아니죠.. 저번에..신문에서 봤는데..기자가 걍 썼는지는 몰라도..봉감독님이 관객들이 괴물을 보고 관람문 적어 놓은거 보면..자신도 생각지 못한 의미까지 적어놓은거 보고 놀랐다고 그랬더군ㅇ..
1 나대로  
강마이님..맞습니다. 언론이 관람객수나 특수효과에 들떠..일반인에 내용의 무개감이 좀 떨어져 전달됐을수 있습니다. 봉감독이 그렇게 인터뷰했는지 몰라도 영화를 보시고 이해를 좀 하시면, 가볍고, 특수효과의 발전에 감개무량하면서만 볼 영화는 아닙니다. 자살하면서 던진 한마디 "끝까지 둔해 빠진 새끼들" 이 대사를 감독은 관객에게 해 주고 싶던것 아닐까 합니다. 봉감독이 섭해 할꺼라고 한건...설마 정말 섭섭해 할꺼란 말은 아닙니다. 어차피 봉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관객이 식상한 소재나 좀 떨어진 특수효과에 실망해 비아냥 거리던, 그 보다는 영화가 말하는 내용에 공감이 간다고 박수를 치던, 봉감독 혼자 미소지으면서..절대로 관객에게 섭섭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1 림비  
어쨌든 1300만이나 볼 영화적 가치는 아니라는거,,,
1 김태환  
예리한 지적과 감독의 숨은 의도까지 찾아서 끄집어 내는 수준이 대단하군요...
하지만 전 영화를 볼때에는 그냥 재밌게 봤습니다..
1 WhiteWolf  
예리하시네요.    동전은 앞면과 뒷면이있죠?  굳이 뒷면을 보지 않더라도
그것이 100원인지 500원지는 알수있습니다... 너무 이런식으로 해석하는건 전 좋아하진않아요.;;
1 이윤상  
나대로님, 뭐가 '끝까지 둔해 빠진 새끼들'이 관객에게 한 소리입니까 도대체? 뭐가 둔했다는거지요? 왜 갑자기 관객에게 둔하다는 표현을 난데없이 가져다 붙입니까?
그것역시 과대해석입니다...괜히 뭔 소리만 나오면 아~~~그건 관객에게 던지는 감독의 메시지야~~~라며 이상하게 해석하는것도 우리 관객의 안좋은 일면입니다...그냥...영화를 즐기십시오...
괜히 같다붙여가면서, 스스로 대단한척 하지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