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감상문

영화감상평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나름대로 감상문

G 박윤수 0 2268 6
박찬욱 영화는 취향상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어쩌다 보니 여태까지 달은 해가 꾸는 꿈을 제외하고는 다 봤었군요.
복수는 나의 것도 그렇고,
박감독 영화는 그대로 몰입하여 보기에는 살면서 회피하고 싶었던 순간들이나 생각들을 떠올리게 해서 좀 불편한 영화들이랄까..그리고 좀 잔인했었죠 ㅡㅡ;;

하여간에 구구절절 박감독 영화에 대한 느낌부터 적는 것은
박찬욱 감독이 지지자도 많은 반면에 덮어놓고 까대는 사람들도 많아서
꼭 '잘만들었다'정도로만 얘기해도 팬이냐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어 미리 밝히는 겁니다.
팬은 아니고 영화 잘 만드는 것은 인정한다 그정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제목때문에(SF인줄 알고ㅡㅡ;)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평이 나뉘는 점이 궁금해서 봤습니다.

영화잡지의 평자들은 대체로 호평이고 (유지나씨는 제외하고)

어렵다는 평도 있고 유치하다는 평도 있고
뭘 찾으면서 봐야한단 사람도 있고 마음을 열고봐야 재밌단 사람도 있고
영상이 파스텔톤이라 따뜻하게 느껴진단 사람도 있는가하면 디지털영화관에서 본 경우엔 상당히 차갑게 느껴진다는 분도 있더군요.

아무튼 무조건 재미없다 지루하다며 떼쓰듯 악평만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창작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거나 진지하게 영화보는 사람들도 아닌 것 같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사람들로 판단되어 다 무시하고 대충 걸렀는데도 이리 나뉘더만요. 그래서 봤습죠.

보고난 결론은? "나뉠만도 하다"입니다.
어렵게 보자면 어렵고 쉽게 보자면 쉬운 영화.

어렵고 난해하다는 쪽은 기존 영화의 전개에 익숙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싸보괜은 기승전결이 분명한 영화와는 다르더군요.
클라이막스로 끌어올려 울려주거나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요들송 장면이 클라이막스인가 싶었는데 또 그다음 할머니를 망상에서 만나거나
밥먹는 데 성공하는 장면이 클라이막스인가 싶었는데 또 그다음 슬기씨와의 상담을 한다든가.

일단 스토리 자체는 매우 단순합니다.

자기가 사이보그라고 믿는 여자 영군, 그리고 원래는 동정심이라곤 없는 안티소셜환자이지만 영군의 부탁으로 훔친 동정심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일순이의, 망상 안에서도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랑이야기. 뭐 그러니깐요.
 
진정한 사랑이란 측은지심을 갖고 상대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다 받아들이고 배려하는 것이란 얘기겠죠.
키쓰신에서 말입니다. 일순이가 먼저 무릎을 구부리니 그 다음엔 영군이가 제트엔진으로(망상속의 그녀는 사이보그이므로) 공중 부양을 해서 키를 맞춰줘요.
고개가 돌아가고 발밑에서 제트엔진이 나오는 그 장면을 보고 키득거리지 못하거나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공부하거나 일하기 바빠서 만화한편 제대로 못봤거나 상상력이 부족한 분들이 아닐까 한다는;;
사랑에 관한 여기까지만 볼 수도 있는 영화이구요.

더 즐기자면, 박감독이 중간 중간 던져 놓은 퀴즈를 풀거나 그의 말장난을 되새겨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맨날 하나 마나한 소리들만 하는 인간들이나
어떻게 니입장만 생각하냐고 상대방을 다그치지만 정작 그러는 본인은 지 입장만 생각하고.
기껏 존재의 비밀 심각하게 일러줬더니 겉으로는 다정한듯 다 안다는 듯 고개 끄덕거려주고는 그 의미를 파악할 생각도 없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영군이 부지런히 찾는 존재의 목적.
저도 한때는 그리도 열심히 존재의 목적을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죠.
내가 태어났으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열나게 고민 엄청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고민들만 하며 살기엔 너무 바쁘고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이 세상에 없다는 걸 느껴버리기도 했고.

칠거지악이 동정심, 설레임, 감사하는 마음, 슬픔에 잠기는 것, 망설임, 쓸데없는 공상에 빠지는 것. 아 하나가 더 있는데 생각이 안납니다요.

어. 하여간에 그거보다가 든 생각.
아 내가 학교다닐때 성적좀 올려야겠다고 맘 먹었을때나 남들처럼 잘 나가기 위해서 뭔가를 계획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피해야 했던 그것들이로군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나보다 형편어려운 동기에 대한 동정심이나 조금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슬픔을 느끼는 일, 사랑에 빠져 설레이거나 쓸데없는 공상에 빠지게 되면 공부하는 게 힘들었었고.. 커서 성공을 위해 일하기도 힘들더군요. 그런 건 다 애써 눌러야 남들 눈에 그럴듯해 보이는 성공이란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론, 쉽게 보면 사랑 이야기고 어렵게 보자면 나름대로 읽어내야할 메시지가 숨어 있는 영화입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영군의 망상속의 총격씬이 다소 긴듯하다는 점.
 
물론 영상이 워낙에 밝고 그게 망상 장면이며 또 사용된 음악때문에 크게 잔혹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근데요.. 어떤 기사를 봤는데 이걸로 12세 관람가가 어찌됐냐 그러던데
흠...여태까지 한국 조폭 영화들은 다 어떻게 봐 왔대요?
글구 애들 만화 함 봐보세요. 이누야샤만 해도 그것보다 더 잔인한데.(그래도 이누야샤 완소~ )
아 그건 만화라구요? 그래요? 이건 망상인데요?

아무튼 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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