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와 씨팍 - 국산 만화영화의 가능성이 보인다.

영화감상평

아치와 씨팍 - 국산 만화영화의 가능성이 보인다.

1 Dark B;John 2 30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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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감상평 문체가 읽는이의 기분을 거슬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반말투, 대화체의 문체에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안 읽는게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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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앞으로의 가능성이 보이는 만화영화였다.
홍보한 것 만큼 많이 웃을 수 있던 건 아니었지만, 드디어 제대로 된 성인용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시니컬한 대사와 행동들, 이제껏 볼 수 없던 캐릭터들, 역동적인 화면과 임팩트가 강하게 느껴지던 액션 연출들이 이 작품을 예사롭지 않게 만들었다고 본다.
이제 드디어 국내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만화영화들이 탄생할 수 있는건가?

예전 국내 최초의 성인용 극장판 만화영화, '블루시걸' 을 기억하는지...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터프가이의 대명사, 최민수가 남자 주인공을, 최고의 섹시녀 김혜수가 여주인공을 각각 맡아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는데, 한국 최초의 성인용 만화영화였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다. 적당히 야할법한 장면들과 엉성한 액션장면들로 채워진 '블루시걸' 은 그럴듯한 제목을 떡밥삼아서 부지런히 관객들을 낚아보려했지만, 좋은 소문보다 안좋은 소문은 훨씬 빨리 퍼진다고 했던가? 관객동원 20만 수준에 머무르며 상영을 마쳤다. 당시로서는 1994년 흥행 5위라던데, 재미는 무지하게 없었다.
이후 '붉은매' 라던지 '헝그리 베스트5' 같은 작품들을 꾸준히 개봉시켰지만, 엉성한 일본만화영화라고 느껴질 수준의 작품들 뿐이었다. 한마디로 재미있었던 작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가 힘들었던 거지.
차라리 예전 '황금의 팔' 이라던지 '독고탁' 시리즈가 훨씬 그리워질 정도.
'원더풀 데이즈' 도 엄청난 기대속에 공개되었지만, 거품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정녕 한국 만화영화는 이대로 죽는건가? 라는 생각조차 까마득해질순간 '아치와 씨팍' 이라는 작품이 드디어 개봉한 것이다.

류승범, 임창정, 현영, 신해철이 더빙을 담당한 '아치와 씨팍', 이 작품은 확실이 기존의 국산 만화영화와 다르다.
욕설이 난무하고, 지저분한 공중 화장실이 느껴질 정도로 더티하다. 잔혹한 장면으로 섬뜩한 웃음을 날려주는 검은유머의 흉내까지 이제까지의 만화영화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작품인 것이다.
그 차별성이라는 것이 이제껏 국산 만화영화는 일본 만화영화들 따라잡기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에 비해, 이작품의 경우 일본 따라잡기라기보다는 미국 펑크 만화영화따라잡기 같다는 느낌이다.
MTV의 '비비스 앤 벗헤드' 와 유사한 제목에서도 알수있듯 캐릭터에 있어서도 비슷한 점을 많이 느낄 수가 있다.
이쁘장하고 훈남, 훈녀들이 주로 점령하고 있는 일본만화영화에 비해 인물의 특징을 주로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독특함들이 느껴지는 캐릭터들을 창조하는 것이 미국 만화영화인데, '아치와 씨팍' 이 그러하다.
양아치스러움이 팍팍 느껴지는 주인공들을 봐라. 이제껏 이런 캐릭터들이 있었나?
훈남, 훈녀 따라잡기식의 캐릭터 내지는 둘리, 망치 같은 귀여움을 무기로 하는 캐릭터들이 대표적인 국산 브랜드였는데, 이작품에서 그게 확 바뀌어버린거다.
경찰들과 보자기갱단, 골목대장 양아치들을 봐도 그런것들이 많이 느껴진다.
특히 귀엽다고 해야할지 기괴하다고 해야할지 살짝 섬뜩한 느낌을 주던 보자기갱단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작품이 괜찮게 느껴지는 이유는 특이한 캐릭터외에도 시니컬한 행동과 살짝 엉성한 듯 보일 수 있는 캐릭터에 비해서 놀랍도록 역동적이고 화려하면서도 임팩트가 강하게 느껴지도록 한 액션연출에 있다고 본다.
첫 부분에서 무심한듯 무자비하게 총에 맞고 신체가 터져나가는 부분을 기억하는가.
영화 도입부의 하드 강탈 장면, 보자기 갱단 대 특수경찰 개코 부분에서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다.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엽기스런 캐릭터와 현란한 액션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그 충격의 강도가 더욱 컸던거다.
보자기단 아지트에서 보여주던 단장의 단원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장면도 그렇고...단원들은 정녕 바보들인 건가?
자신들을 쓰레기취급하며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겨서 머리통을 날려버리는데도, 벌벌 떨며 슬픈 사슴의 눈망울 반짝거릴뿐 반항할 생각은 꿈에도 못하는 거다. 마치 사이비 교주의 집단 최면에라도 걸린 듯 행동하는 거다. 그런면에 있어서 보자기 갱단 단장의 신해철이라는 캐스팅은 정말 완벽하다고 본다. 그 스멀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누굴까 궁금했는데, 마왕 신해철이라니...
어떻게 가수 신해철의 목소리 연기가 전업 배우인 류승범, 임창정보다 더 좋게 느껴졌던 걸까?
사실 류승범과 임창정의 목소리 연기는 글쎄...기대가 커서일까? 실망했다. 계속 욕질이나 해대고, 실제 연기할때처럼 감정이 잘 실리지 못한 듯한 느낌이어서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양아치 연기의 대가 류승범도 이번 목소리 연기에서는 제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듯하여 많이 아쉽다. 임창정이야 뭐, 크게 기대는 안했으니까...

목소리 듣는 재미도 쏠쏠한데, 류승범, 임창정, 현영, 신해철외에도 유명한 목소리들이 많다.
스컬리와 멀더, 이경규, 오인용의 목소리가 그것인데, 그들의 목소리 듣는 재미도 작품이 선사하는 보너스.

인간의 배설물을 연료삼아 살아가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진행되는 엽기스런 내용에 황당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강렬한 부분들로 채워넣고 독특한 캐릭터들의 시니컬하고 쿨한 행동으로 진행하는 국산 만화영화 '아치와 씨팍' 에 크게 만족했다.

'아치와 씨팍' 을 브랜드처럼 키우는 것은 어떨까?
TV 용으로 제작해서 시리즈를 늘려가는 것도 괜찮을 듯 한데...
아치, 씨팍, 이쁜이가 이동네 저동네 돌아다니면서 사고 하나씩 치고 돌아다니는 로드 무비형식의 시리즈로 나가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솔직히 극장판에서는 주인공들은 조연이고, 특수경찰 '개코' 가 주인공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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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김승민  
어제보고 오늘 또 봤는데 잼있네요,첨엔 애들 영환지 알고 관심도 없었는데,,아치의 목소리 주인공 류승범이 조금만 더 감칠맛나게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임창정은 목소리를 조금 변형해서 그럭저럭 괜찮기는 했지만 뭔가 조금 아쉬움...최대 히트는 오인용의 정지혁 병장이죠 ㅎㅎ 그리고 지미의 목소리를 오인용의 김창후 이병이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마지막에 "아치와 씨팍" 2편이 나올것을 암시하던데 기다리면 2탄 나오겠네요^^
1 목포홍길동  
2탄은 좀 힘들것도 같아요.. 사실적으로다가 흥행실패잖아요... 어쨌던 지금까지 나온 대한민국만화에서는 한단계 올라선 것 만큼은 틀림없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