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형사'
감독의 의도는 좀더 시적인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것이었다.
-또한 액션영화의 탈을 쓴 로맨스영화를 만들려고 했던것이다.-
때문에 보통의 영화에서의 내러티브를 이 영화에서는 이미지로 함축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남순과 슬픈눈의 사랑은 보통의 영화라면 조금더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웠을것이다. 하지만 이영화에서의 사랑은 액션으로 시작하여 액션으로 그사랑이
마무리 된다. 최소한의 서사구조만을 남겨둔채 이미지로 모든 이야기를 함축시키고 있지만
묘하게도 그 사랑은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보름달 아래서의 전투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창조적인 장면으로 이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정도다. 이명세 특유의 연출 철학으로 위험해
보일정도로 낡은 방식을 적절히 활용하여 독특한 영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관객에겐 불친절하다.
특히 이 영화가 드라마 '다모'의 극장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극장에 오신분들은
조금 황당했을수도 있다. 둘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보름달 아래서의 남순과 슬픈눈의 압도적인 싸움이 이미 영화의 모든것을 말해줘
버린듯, 그 이후에 영화는 다시는 이정도의 미적 쾌감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그것을 반복하는
정도에 머물게 된다.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사건은 너무도 시시하게 막을 내리고(사실
인정사정 볼것 없다에서도 사건 그자체는 시시했다.)몇몇 유치한 설정은 그다지 설득력을
지니지 못했다.
어찌됐건 이명세가 시도한 이 실험의 다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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