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쓰는 구타유발자들 감상평 - 스포일러

영화감상평

막 쓰는 구타유발자들 감상평 - 스포일러

1 전용민 11 4502 33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은 매는 지랄하고 자빠지며 뒈진다.

명쾌한 주제다.

선과 악, 강자와 약자가 얽히고 섥혀, 누가 매고, 누가 쥐약이며, 누가 쥐인지 알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러기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하지 않던가?

좀 편하게 가 보려고 "벤츠"를 탔는데 이게 왠걸, 엄청 돌아가는 완행자가용이었던 것이다. 그러게 몇 번씩이나 지나가는 기차를 탔으면 벌써 집에가고도 남았을 처자는 빤쓰마저 잃어버렸다. 그러게 벤츠 너무 좋아하면 안 되는 것이다. 벤츠 좋아하던 교수님께서도 소리가 나지 않는 무늬만 용각산인 쥐약을 드시고 소리 없이 골로 가시고, 여자는 결국 레카차를 타고 간다. 뭐빠져라 바쁘게 할당량 채우던 짭새는 결국 쥐약 먹고 개울에 처박혔다. 골빈이라는 골빈놈 따라다니던 양아치는 쥐새끼 주제에 고양이 흉내 내다가, 새끼고양이한테 피똥싸게 처 맞고, 자신을 비웃는 돼지를 골라 잡는다는 오달수는 골빈 쥐새끼 한 마리 앞에서 찍소리도 못한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폭력성을 드러낸다. 젊잖은 교수님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서슴없이 강간범이 되는 것이다. 아무일도 없었던거야, 하고 감춰졌으면 좋을 일들이 우리 모두에겐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어둡고, 냄새나는 구석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리고 찔러댄다.

우리가 강자라면, 이 영화는 쥐약을 먹은 쥐일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약자라면 이 영화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매일 것이다. 그 어떤 쪽도 우리에게 편치 않다.


흥행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영화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어설프게 눈만 부릅뜨면 다 되는 줄 아는 배우에게 이런 수작을 맡기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맞을 짓을 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자기는 아니라고 우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동시에 인정하지 않는 다면, 우리는 영원한 구타유발자들일 뿐이다. 이 불편한 메시지를 과감하게 던질 줄 아는 자, 그리고 그에게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들만이 구타로부터 한 발자국 멀어지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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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매가 떨어져 죽기에, 누가 매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달수가 용각산 털어내고 쥐약을 넣는 순간, 엔딩이 대강 그려지더군요. 침을 뱉어대던 한석규, 그리고 그 용각산의 주인 교수님... 만약 그 용각산이 다른 교수의 것이었더라면 작위적일 뻔 했을 텐데, 성악과 교수였으니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것이지요.

참 잘 만든 영홥니다. 이런 영화가 연기가 뭔 지 아는 배우들을 만났다는 것 참 다행입니다. 간만에 즐거웠습니다.

그 바람에 되도 않는 글을 다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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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1 새벽 5시  
와우~ 멋진 감상평입니다. 추천~
1 룰루 ~  
영화 설정상으로는 쥐약이 아니라 청산가리랍니다 ㅡㅡ;
쥐약 한봉투 정도는 먹어야 인간에게 치명적이랍니다. 영화 흐름상 쥐약으로 생각하게 하나,(쥐약봉투도 출연하며) 사실은 청산가리 였다는 출연진들의 증언입니다 ;;; 과도한 편집으로 인해 몇가지 설정이 뒤바뀐 것이지요.

교수의 용각산도 설정상으로는 마약이랍니다. 역쉬 이리 저리 편집으로 용각산답게 연출이 되나, 지저분군상인 교수가 행하는 환락의 또 다른 행태로서 이 마약이 영화의 흐름을 또 한번 바꾸어 줍니다.
성악과 교수이니 용각산은 당연하다는 헛점을 찌른 교수의 얄팍한 수를 단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
그야 말로 인간참... 짜장이라는...

총 러닝 타임이 2시간 50분이라는데 50분 분량이 편집 됐다고 하는군요. ㅡㅡ;
혹자는... 이 가위질 덕분에 '구타유발자'가 흥행에 실패한것은 아니냐는 후문입니다.
삭제장면은 자게에 대략 긁적거렸습니다.

아까운 영화입니다...

아 배고파 ;;; 아침 안주나...
아침을 먹어야... 하루를 ...
멋진 감상평입니다..제대로 영화 안보시고 쓸데없는 소리하시는분들 이글보고 정신좀 챙기시길..
1 전용민  
저도 쥐약이라는 봉투가 나오기 전에는 싸이나(청산가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싸이나는 미량만 먹어도 쥐가 곧바로 뻗기 때문에, 매를 잡기엔 어렵죠. 그래서 혹시 미숫가루? 흐흐... 그런데 또 용각산을 교수가 아주 소중한 것이라는 듯이 도로 뺏어 가는 모습을 보고 혹 했습니다.

싸이나여도, 쥐약이어도 서사에 공백은 생기는 셈이지요. 완벽한 플롯은 아닙니다. 다만 쥐약이 한석규를 죽인 것이 아닌, 쥐약에 물에 쳐박혀 익사한 것으로 읽어낼 수 있다면, 쥐약에도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 편집판이 재미가 없어서 흥행을 실패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영화의 분위기, 즉 주제가 아닌 서브텍스트가 관객으로 하여금 서스펜스를 넘어서 짜증까지 유발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관객을 몰입하게 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안드로이드를 등장시켰던 블레이드 러너가 그랬지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인간성 말살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우울하고, 절망적인 미래의 모습, 넘쳐나는 동양계 사람들과 동양 상표들, 이것은 서양 특히 미국사람들에겐 매우 불편한 것들이었지요. 그들의 영웅 데커트마저 안드로이드 아니냐는 의문은 더더욱 관객을 불편하게 합니다. 지금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일지 몰라도 그당시에는 어림도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 영화는 대부분이 관객 비위맞추기 식이었지요. 풍자나 해학을 핑계로 멍청하고 우스꽝스러운 조폭을 등장시켜 그들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것으로 관객이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안심감을 갖게 합니다. 즉 투사부일체나, 가문의 위기와 같은 영화가 흥행하는 이유는 관객의 그런 선호에 맞닿은 서브텍스트를 전략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일어나는 폭력 즉 멍청한 조폭이나 부패한 경찰, 부패한 사회권력에 가하는 폭력이 정당하다면, 이것에 동의하는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구타유발자들은 당신도 구타유발자들 중 한 사람임을 지적하고 있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미스터주부퀴즈왕 역시, 백수인 남자들, 백수를 남편으로 둔 아내들, 백수를 아들로 둔 부모둘, 형제들, 자식들 모두에게 불편한 영화였습니다. 우리 현실에서 미스터주부는 아직도 드러내고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존재들입니다. 그들이 드러나서 설치기엔 우리 사회에 깔린 엄숙주의가 아직 만만치 않다는 증거가 바로 미스터주부퀴즈왕의 흥행실패가 아닐까요?

구타유발자들 역시 이러한 관객의 코드에 일갈을 던지는 것입니다. 서브텍스트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렇게 관객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고,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중간에 영화관 밖으로 나가기도 할 것입니다. 1차적인 짜증과 함께 2차적인 패닉이 바로 그 증거겠지요. 심리적 공황상태로 이끌어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려는 시도가 아직 한국 사회에는 이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중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우리와 닮아있다는 점, 아마도 그것을 아직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겠지요.
1 한동환  
좋은 감상평과 좋은 답변들 잘 보고 갑니다.
역시 이런 블랙코미디 장르의 현실 비판 영화들은 흥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네요.
애써서 보고싶진 않아도 보게 되면 굉장한 몰입도를 가지게 하는 영화인것 같습니다.
1 룰루 ~  
그리 생각하면 또... 그러네요 ^^
감독이 편집할 당시에도 아무생각 없이 하진 않았을테니 ~

그나저나 님... 글 참 잘쓰시네요 ^^;
1  
님 정말 글 잘쓰시네요.. 나도 저렇게 쓰야 하는데.. 추천한방 때리고 갑니다. .
1 전용민  
개요도 없이 막 쓴 글이라, 제목에 막쓰는 감상평이란 말로 피해가려 했는데, 이리 칭찬들을 해 주시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정성을 더 들였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듭니다. 이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각해보니 처음 시작할때 죽는 새가 매, 수리 또는 독수리 중에 하나일 텐데요. 경찰 마크에 새겨진 새가 독수리지요. 그 새의 죽음이 경찰의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이었는데, 처음엔 놓쳤던 부분 같습니다.
1 김지형  
저도 나름 잘보고 평을 썻는데 용민님 내공엔 못 미치네여 요목조목 영화를 잘 보시고 평도 굉장히 잘쓰시네여 난 언제나 이런 명괘한 평을 쓸수 있으려나
1 은빛연어  
잘 읽고 갑니다.
참 좋은 영화였는데
극장 상영중에는 별반응없다가 디빅뜨고 나니 좋은 반응이 도는것이 좀 안타깝네요.
1 마른강  
왠만해선 로그인해서 글 안 남기는데 감상평 정말 잘 쓰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