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스포) - 평론가 하재봉 씨의 글

영화감상평

괴물(스포) - 평론가 하재봉 씨의 글

S 이현준 6 3570 2
평론가 하재봉 씨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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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완성. 스포일러 포함.)


괴물

만약 여러분이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이 칸느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 되어 첫 시사회를 가진 뒤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소문을 이미 들어 알고 있다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구름까지 부풀어오른 해일처럼 팽만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그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만큼 [괴물]은 매우 잘 만들어진 우리 시대 최고의 상업영화 중 하나이다. 영화가 끝난 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영화는 관객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건드리며 세포 속으로 서서히 침투해 들어와 어느덧 우리들의 내적 정서를 완벽하게 장악해간다.


봉준호 감독은 매우 영리하고 재치있게, 괴물을 만들어냈다. [괴물]은 고질라나 용가리나 혹은 킹콩이나 에이리언, 아니면 엑스맨의 돌연변이나 슈퍼맨 배트맨의 초월적 힘을 가진 그 어느 캐릭터와도 닮지 않았다. [괴물]은 괴물이다. 여러분이 만약 [괴물]을 보고 진정으로 괴물을 목격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어두운 무의식의 그림자를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괴물]은 괴수 영화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에서 괴물이 아니라 가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영원불멸의 절대가치이며 지고지선의 개념인 가족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등장한다. 외부의 거대한 힘에 맞서 사회의 가장 최소 단위인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데 집중하는 헐리우드 영화의 가족과는 다르게, [괴물]의 가족은 외형적으로는 파편화되어 있고 흩어져 있으면서도 내면적으로는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눈 내리는 한강 고수부지의 엔딩 샷은 매우 영리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핏줄로 연결되던 혈연주의 가족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매우 고단수여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포석으로 반상 위에 돌을 놓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살인의 추억]이 그랬던 것처럼 봉준호 감독은 [괴물]에서도 화면을 완벽하게 다스리며 관객들과의 기 싸움에서 절대 일 미리미터도 밀리지 않는 무서운 괴력을 드러낸다. 그의 포스는 오비완 캐노비나 루크 스카이워커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선 예상을 깨고 영화 도입부부터 괴물을 관객들의 시선 아래 노출시켜 괴물에 대해 갖고 있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배반하게 만든다. 할리우드 같으면 당연히, 괴물의 사이즈를 고질라처럼 키워서 한강 교각을 두동강이내고 경찰 헬리콥터를 긴 꼬리로 휘감아 강물 속에 빠트리며 엄청난 파워로 기겁을 하게 만들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런 상황 설정에 면역이 되어 있다.


봉준호 감독은 미처 우리가 면역되지 않은 틈새를 찾아나선다. 특히 [괴물]의 도입부가 미 8군 기지에서 몰래 한강으로 방출된 독극물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괴물]이 시사하고 있는 정치적 의미가 포착된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살인의 추억]을 통해, 미해결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탐구보다는 현재 한국사회의 밑바닥을 흐르는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힘에 대한 집단적 증오를 포착하는데 더 주력했던 경력이 있다. 한강에서 갑자기 등장한 괴물이 신종 바이러스를 유포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상황을 만들고, 한국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을 믿지 못하는 미국과 WHO가 사건 해결을 위해 직접 개입하는 내러티브 전개는 [괴물]도 현재 한국사회의 밑바닥을 흐르고 있는 집단적 공기를 포착하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강두(송강호 분)가 괴물을 겪기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보는 것은 이 영화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상징적 요소다.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그는 매점 안에서 진열대 위에 얼굴을 눕히고 침을 흘리며 자고 있다. 손님의 잔돈을 거슬러 주기 위해 아버지 박희봉(변희봉 분)은 강두를 깨운다. 중학생인 딸 현서(고아성 분)는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학부모 참관수업에 들어온 삼촌 박남일(박해일 분)에게서 술냄새가 났다고 짜증을 내고 핸드폰이 고물이라고 투덜댄다. 박희봉은 둔치에서 주문 온 오징어 배달을 강두에게 시킨다. 강두는 오징어를 구우면서 긴 다리 하나를 몰래 뜯어 먹은 뒤 둔치로 오징어 배달을 갔다가 한강 교각에 매달린 괴물을 목격한다. 그 시각, 딸 현서는 매점 안에서 양궁 선수인 고모 박남주(배두나 분)의 양궁 경기를 TV로 시청하며 응원한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강두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머리는 검게 염색되어 있다. 그는 진열대에 머리를 눕히고 침 흘리며 자는 대신 눈 내리는 텅 빈 한강 공원 둔치를 노려보며 긴장한다. 그의 옆에는 낡은 엽총까지 놓여 있다. 그는 그렇게 새로운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이렇게 강두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은, 괴물의 정체가 일으킨 변화다. 괴물을 단순히 한강에 서식하고 있는 돌연변이 괴물로 인식했다면 그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정치적 함의를 지나치게 축소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괴물]은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강두 가족이, 괴물의 꼬리에 매달려 실종되었던 강두의 딸 현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현서를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괴물과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영화적 초점은 철저하게 가족에 맞춰져 있다. 방역당국도 언론도 그 누구도 현서가 살아있다는 강두 가족의 말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강두는 괴물의 바이러스가 침투해 정신이상이 되었다고 의심되며 뇌 조직검사까지 받는다.


그러나 봉준호 영화가 엄숙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영화적 재미는 기막힌 상황의 언발란스에서 발생하는 희극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영안실에서 오열하고 있는 가족들 사이로 경비가 들어와 [아반떼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 상주 중 한 사람이 달려나간다. [주차를 그렇게 하면 어떡합니까]라는 경비의 핀잔,[급해서요]라고 대답하며 허검지겁 영안실을 빠져나가는 상주, 이런 모습들이 가장 비극적인 장면을 희극적으로 만들어 놓는다.


팁 : 괴물의 목소리 출연은 오달수가, 그리고 후반부 박남일에게 도움을 주는 노숙자 역에는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의 보스로 등장해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윤제문이 출연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란 방역복을 입고 등장하는 방역대원으로는 [살인의 추억]의 형사 김뢰하가, 그리고 강두 가족에게 괴물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물건들을 파는 흥신소 직원 역으로는 [살인의 추억]의 향숙이 박노식이 출연한다.


옥의 티 : [킹콩][반지의 제왕] 팀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괴물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주변환경과의 비례를 생각해 보면 괴물의 크기가 둘쑥날쑥하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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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하이로  
정말로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G 이상호  
이렇게 치명적 오류의 '옥의 티'가 있음에도 별점이 높다는건 양심을 팔았다고 밖에는 애기가 안되네요.
1 몰라요  
그런데 혹시 이상호님 영화 괴물에 대해서 무슨 안좋은 감정있으세여??
5 정진욱  
이런거겠죠..괴물의 크기가 둘쑥날쑥하게 커졌다 작아졌다..고로 '괴물'이란 영화는 '쓰레기'다. 안그렇수? 똑똑한 이상호분?
1 K__  
이상호씨 세상보는눈이 참 삐딱 하시네.....
1 권동희  
ㅋㅋㅋ 이상호님..영화에서 연기력. 연출. 시나리오등은 완벽하니 트집잡을게 괴물 크기로 비난하는건가요? 하긴 외국의 다른 몬스터나 크리쳐들 나오는 영화들 보면 컴퓨터그래픽픽 외에는 거의 볼게 없긴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