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굉장히 불편했다.(스포 만땅)

영화감상평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굉장히 불편했다.(스포 만땅)

1 김연수 6 5106 26
첫번째로는 역시 문소리..ㅎㅎ 조은숙 교수.
자신을 대단히 교양있고 똑똑한 여자로 포장하는 법을 제법 아는 돌머리에 날라리.
게다가 다리를 저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주변 남자들을 뜨겁게 달구는 화냥끼까지 다분하다.
하지만, 조교수는 외롭다.
자신의 정체를 가장 잘 알고 있거든!
어쩌다 똥통학교에 교수까지 출세하긴 했지만 자신의 본바닥은 날라리에 공순이 출신.
직접적으로 신분상승의 욕구는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남자를 갈아치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외로울 뿐이다.
좌중의 꽃이 되고 싶은 것뿐.. 느닷없이 나타난 박석구. 그나마 자신을 감싸고 있던 포장지가 그리 튼튼한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던 조은숙은 일순 자신의 밑천을 다 보여줘 버리게 되고..

엔딩 크레딧에는 유승목으로 적혀 있던 유선생 역의 유승목.
사실은 이사람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은 대단히 짜증나는 연기를 훌륭하게 보여줬다.
대학시절 운동깨나 하시고, 졸업후 어찌 어찌 흐름 타고 환경운동을 하시는 운동 좋아하는 유선생.
이 영화에서 가장 불편한 사람이기도 하다.
내 주변의 운동 좋아하는 양반들과 말버릇과 개량한복(조은숙의 한마디 '그거 활동하는 사람들 유니폼이잖아요' 쓰러졌다!), 그리고 죽기 직전의 상소리로 본전을 내보이는 부분까지 어찌 그리 흡사할까?
따지기 좋아하고 이기적이고, 대중을 적과 동지로 명확하게 갈라버리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비열함까지도 참 만만치 않은 캐릭터구나 싶다.
조은숙에 대한 집착을 뻔뻔하게 드러낼때는 총각인가 했지만 죽고 나니 밝혀진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었군.

이분 유승목씨의 탁월한 연기력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박석구역의 지진희에 대해선 별로 할말이 없다.
끝까지 성질 안 부리고, 본전 안 내보이는 짠돌이 캐릭터란 것밖엔. .
사실 어릴때 좀 놀았다는 부류 치고 박석구의 형처럼 제 밥을 위해선 남을 파리처럼 짓밟는 인간은 있어도 석구처럼 곧게 자란 척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인간은 드문데..
더구나 금욕적이기까지...뭐 가정사에서만큼은 좀 과격해지기도 하고, 자기 혼자 있을때는 티껍고 아니꼬운 녀석들에 대한 살의를 야구공에 풀기도 하지만...
감독도 이런 영웅이 되고 싶었을까??

김PD
이 녀석이 물건이다.
조은숙을 처음 보고 내뱉던 " 몸매 죽이고 다리까지 저니 더 죽인다" 라는..
이런 대사에 장애인단체에서 가만히 있는게 이상하긴 하지만.. 아마도 내 입으로 그 이면의 이야기를 말했다간 맞아 죽을지도 모르지.
한마디로 변태다.
난 이사람이 와이프라고 부르던 걸쭉한 저음의 여성(?)의 성정체성이 상당히 궁금하다.
조은숙이 김피디의 아이와 통화할때 아이는 "엄마 없어요" 라고 분명히 잘라 말했다.
즉, 김피디의 wife는 김피디 아이의 엄마가 아니란 것이고, 그럼 아빠일까?
후반에 김피디는 이혼을 했다고 조은숙에게 말하며 "일본"을 가자고 줄창 설득한다.
왜일까?
김피디는 왜 직장 상사에게 택도없이 들이대면서까지 일본을 가고 싶어했을까?
어째서 꼭 조은숙과 같이 일본을 가야 했는지, 그리고 김피디의 와이프는 어째서 김피디가 지옥이라고 했는지... 난 상상만 할 뿐이다.
그는 왜 남자같은 목소리와 외모의 와이프가 있고, 와이프는 아이의 엄마가 아니고, 왜 다리를 저는 여자를 몹시도 좋아하고, 왜 그 여자와 일본에 가고 싶어할까?
내 상상은 19금으로 흐른다.


그외의 캐릭터..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지만 그게 더 인간다와보이는 속물 선생 하나랑 몇번 출연은 안 해도 강렬했던 석구형..


영화를 보는 내내 겁나게 불편하고 힘들었다. 

영화속에 캐릭터는 세분화되어지고 나누어졌지만 그들은 이리저리 얽히고 엮여있다.
사실은 나란 인간 하나를 이런 저런 성격과 상황에 따라 나누어놓으면 이 영화에 출연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를 만들수 있을 것 같다.

잘난체로 시종일관하지만 쥐뿔도 들은것 없는 조은숙 - Wife란 단어의 뜻을 모르는 대학교수라.. -

따지기 좋아하고 끈질기고 비열하지만, 자신은 정의로운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껄끄럽고 들여다 보기 싫은 어두운 인격 유선생.

상상만큼은 자유니까 포르노적인 가학과 온갖 음행을 상상하고 때론 실천해보기도 하지만, 여자를 꼬실때만큼은 신사인척 온갖 감언이설과 유혹을 늘어놓는 뱀같은 이중성의 내안에 있는 또 하나의 괴물 김피디.
하루 왼종일 섹스만 생각하고, 세상 모든 여자를 성욕망의 대상으로 보고, 틈만 나면 아무 여자든 벗기려 드는 건 나뿐일까? 아니면 다른 남자들도 그럴까?
궁금해하지만 누구에게도 그런걸 물어볼순 없다.
쪽팔리니까!

때로는 소탈하고, 때로는 욕망을 부끄럼없이 내뱉고, 그러면서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평범하지만 보잘것 없는 소시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히어로..박석구.
멋진 외모에 힘과 이성을 겸비한, 폭력과 비폭력을 조절할줄 알고, 사랑받는 캐릭터.
난 석구처럼 멋진 놈이 되고싶었지만, 그런 영웅이 아무나 되나?
내 안에도 잘 찾아보면 이런 캐릭터가 하나쯤은 들어 있을까?
외모는 어쩔수 없는 거지만 위에 열거한 괴물 몇만 내 안에서 쫒아내면 혹시라도 남은 놈이 박석구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놈이 대답한다.
마지막 하나까지 쫒아버려도 네 안에 박석구는 없다고.. 

그리고 석구네 형.
그렇게 엄청난 양아치는 내 안에 없다. - 여럿이서 빨간 머리 스물 두어살 주머니 뒤지는 정도라면 그리 큰 양아치는 아닌듯 하지만..차안에서 튀어나오며 날리는 포스는 대단했다 -
하지만 조그만 폭력배는 한 놈이 있다.
약한 놈, 술 취한 놈, 들이대도 될만한 놈에겐 독사처럼 날선 이빨과 별 힘도 없는 가냘픈 주먹을 들이대는 비열한 양아치는 한놈 있다.
사람 때리고 맘 편한 놈 없다고 하지만, 내 속이 꼭 그렇다.
 겁나게 불편했다.

감독이 뭘 의도했던, 누구를 연상하고 캐릭터의 성격을 스케치했건 나와는 별 상관없다.
하지만 이 영화속 캐릭터는 분명이 내 모습을 이리저리 떼어놓은 것이 분명하다.
감독의 이름은 처음 보는 사람이 분명한데.. 이사람은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같다.
나만큼이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고, 다 보고 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하게 장면 장면이 기억에 남아있다.
대중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치부...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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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로쓰구이  
아주 잘 쓰셧네요,,내생각도 그리 틀리지않은듯,,,그리고,,,문소리...대단한 여배우 임에틀림없는듯..그리고,,
"김PD
이 녀석이 물건이다.
조은숙을 처음 보고 내뱉던 " 몸매 죽이고 다리까지 저니 더 죽인다" 라는..
이런 대사에 장애인단체에서 가만히 있는게 이상하긴 하지만.. 아마도 내 입으로 그 이면의 이야기를 말했다간 맞아 죽을지도 모르지." ㅋㅋㅋㅋ정말 내면의 뜻을 애기햇다간,,,
1 로우아이디  
사실 영화는 안봤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심도있게 분석적인 평은 간만에 보는듯 하군요. 여태까지 이 영화에 대한 평은 그냥 단순히 몇줄이었을뿐.. 각 캐릭에 대한 주관적인 평이 상당히 예리하다고 느껴지네요. 한국 영화 왠만해선 안보는 편인데 님 덕분에 이 영화 봐야겠군요. 아 그리고 추천 눌렀습니다.
1 mario  
시원스러운 글빨이십니다. 원츄~
1 최승학  
영화는 보지 않을거지만.. 님의 감상평은 추천하고 갑니다. ^^
1 PLus GUN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감상평 ^~^
1 한동환  
감상평 잘 쓰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