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구와 욕망의 단적인 차이를 알려준 명작

영화감상평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 욕구와 욕망의 단적인 차이를 알려준 명작

1 검은사슴 4 4997 8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검은사슴의 서늘맞이 : http://blog.naver.com/naru0416.do)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이 무엇인 줄 아느냐? "
이와 같은 물음에, 생각한다, 도구를 사용한다, 문화를 가지고 있다 등의 많은 대답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인간과 동물의 가장 단적인 차이는 '욕망'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본다.

"욕망? 그거 욕구와 비슷한 게 아닌가? "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으니,  그전에 간단히 욕구와 욕망의 개념부터 짚어보고 내려가는 게 어떠한가?
욕구란, 지속적인 생명의 유지를 위해 '모든 동물'이 행하는 가장 원초적인 활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물론, '지속적인 생명의 유지'를 위해서는 너무 없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지나친 것도 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욕구'에는 그 적정선이 그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허나, 욕망은 또 다르다. 우선, 욕구는 '모든 동물'이 가지고 있다는 것에 비해, 욕망은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요소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욕구는 그것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만족을 하지만, 욕망에는 그 끝이 없다. 다음의 예문을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욕구 : 나는 너무나 배가 고파, 빵 한 조각이라도 먹고 싶은 욕구가 간절하다.

욕망 : 나는 돈과 여자, 이 모든 욕망이 간절하다.

위의 예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욕구는 동물이라면 살아가기위해 필수적으로 채워져야 할 요소인 동시에, 그 적정선이 있다. 뱀도 닭 한 마리를 삼키면 몇 일동안 평안하게 기어다니지 않던가? 그러나, 욕망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 어떤 부자가 돈을 100억 벌었다고 해서 당장 모든 일을 때려치고 휴식기에 들어가던가? 그 어떤 바람둥이가 100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 했다고 휴식기를 갖던가?

이제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동물에게는 욕구는 있으나 욕망은 없다. 하지만, 인간에게 그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이라는 것이 또 있다.

이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처절하게 망가진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그 옛날, 인류는 찬란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의 7일간'이라 불리는 전쟁은 인류에게서 기술, 생명, 심지어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던 자연환경까지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 이후로 천 년. 폐허 위에 '부해'라는 독을 내뿜는 숲이 이 땅을 점령하기 시작하고,  거대화된 곤충들은 '오무'라는 초거대 곤충을 선봉으로 인류를 습격하기까지에 이른다. 이 와중에도 군사국가들은 군비 확장을 위해, 과거 '불의 7일간' 전쟁에 사용된 절대병기, '거신병'의 부활을 꿈군다.

 이렇게 자연은 이미 인류를 압도하는 적이 된 지 오래지만, '바람의 계곡' 이라는 소국의 공주인 나우시카에게 자연은 적이 아니라, 함께 돕고 살아가는 동반자다. 나우시카는 자연에게서 양식을 얻고, 보금자리를 얻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부해의 독을 막아주고, 에너지 공급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는 고마운 역할까지 수행해 준다. 어쩌다 부해에서 포자가 붙어와 '바람의 계곡' 국민들 전체에 위협을 가할 때만은 어쩔 수 없이 불을 써 제거하지만, 부해를 침공하여 다른 생물에 해를 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인 '지우 국왕'이 부해의 독 때문에 온 몸이 석화되는 병에 걸렸음에도 자연을 원망하지 않고, 부해의 독을 없애는 방법을 연구하며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쾌활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평화로운 바람의 계곡에 어느 날, '거신병'을 싣고 가던 군사대국 도르키메니아의 대형수송선이 추락한다. 곧 도르키메니아의 대군이 바람의 계곡에 밀려오고, 그들은 "부해를 모두 태워버릴 거신병의 부활을 위해 이곳에 왔으니, 우리와 함께 부해를 없애버리자."라는 명분으로 바람의 계곡을 점령한다.
아버지를 잃고, 도르키메니아의 볼모로 끌려가던 도중 나우시카는 타국 전투기와 도르키메니아 함대의 교전을 틈타 탈출하나, 부해의 모래늪에 빠져 부해 밑바당으로 빨려든다.
나우시카의 눈 앞에 펼쳐진 그곳은 또 다른 세계였다. 독으로만 가득찬 줄 알았던 부해의 밑바닥은 깨끗하게 정화된 물로 가득했다. 인류가 오염시킨 자연을 부해가 정화시키고, 오무는 그 부해를 위협하는 인류를 공격하고 부해를 지켰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우시카는 도르키메니아의 광기 어린 야욕을 저지하려고 떠난다.

사실, 인류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면서, "자연은 인간을 위해 있는 것" , "인간은 자연의 모든 것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등 오만을 부리지만, 과연 인간이 이 세계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지구 위에서 인류를 뭐를 해왔는지,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기름은 잘도 뽑아 쓰면서, 그걸로 공기를 오염시키고, 산성비 덕택에 호수라는 작은 생태계는 물론, 지상 위의 모든 생물이 고통받고 사라져 간다. 거기에 자기들끼리 서로 죽이려고 100년간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땅을 만들어 버리는 핵병기를 개발하고, 사용한다.
이게 과연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서 '불의 7일간' 전쟁을 벌인 인류나, 도르키메니아 사람들과 뭐 그리 다른 점이 있단 말인가? 아니, 정말 자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류는 '만물의 영장'은 커녕, '만물의 비듬'만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최소한 비듬은 '바퀴벌레'나, '벼룩'같은 생물들의 귀중한 자양식이 되지 않는가?

 인류는 이토록 끊임없는 '욕망'을 위해 다른 생태계를 철저하게 파괴하고, 심지어는 동족끼리 죽이고 죽이는 말도 안되는 동물이지만, 인류 외의 모든 동물은 자연이라는 거대 공동체 속에서 모두 제 맡은 일을 충실히 행하는 동시에,'욕구'만을 채우며 산다.
아무리 하찮고 역할 없는 것 같은 저 이끼와 곰팡이도 실로는, 자칭, '만물의 영장'인 인류보다도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인류가 스스로의 생명 연장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품고, '생명공학'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 '과학의 발전과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드러난 욕망이 '인간 스스로의 행복 증진'에 조차 기여한 적이 있었던가? 역사가 말해 주듯, 그 행복은 언제나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전유물이었을 뿐, 인류 전체의 행복을 증진시키지는 않았고, 오히려 국가간, 개인간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웠을 뿐이다.

가면 갈수록 욕망의 크기는 커져갈 뿐이고, 갈수록 바쁘게 살아가야 할 '운명'에까지 몰린 현대. 욕구와 욕망의 차이점을 깨닫고, 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행복한 것인지 한 번쯤은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욕구와 욕망'의 단적인 차이를 뼈저리게 짚어낸 이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20년이 넘었음에도, 앞으로도 길이 남을 명작이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4 Comments
1 이천원  
미야자키 하야오..예전에는 확실히 자연과 인관과의 관계를 주제로 한 애니를 만들었는데 요즘은 러브스토리의 애니도 하더라구요..확실히 그의 모든 영화..애니가 명작임에는 틀림없다 생각합니다.
1 PLus GUN  
^~^ 감상평으로 잘 보았습니다.  욕구와 욕망의 차이점도 배우고 좋은 하루 되세요
1 머루  
이런곳에서 이렇게 인상적인 감상기가 올라와 깜짝 놀랐는데 퍼온거군요.
나우시카.......
그 이름만으로도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1 검은사슴  
머루/ 에...제 블로그에서 퍼온 겁니다. 고로, 제가 쓴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