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어버린 스필버그식 가족주의와 휴머니즘의 태생적 한계

영화감상평

<뮌헨> - 늙어버린 스필버그식 가족주의와 휴머니즘의 태생적 한계

1 검은사슴 6 2772 11
스필버그 영화를 참 좋아했었다. 어렸을 적 공룡을 좋아하던 필자에게 꿈을 스크린 속에서 나마 현실화시켜주었고, 외계인과 지구 소년의 우정으로 눈 앞을 몽롱하게 흐려놨으며, 나이를 먹기 시작한 필자에게 미래 과학 기술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해 줬다. 비록, 장르영화를 찍는 감독이기는 하나, 상업성과 그토록 훌륭한 주제의식의 하모니를 만들어 낸 감독은 그리 많지 않은 바. 그래서- 스필버그는 유명한 게다.

그러던 스필버그가 언젠가부터 <터미널>, <우주전쟁>으로 웃기지도 않는, '불쾌하고도 불합리한' 현실을 엉성한 가족주의와 휴머니즘으로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불합리'라는 구멍은 너무나도 컸기에, 스필버그의 '가족주의와 휴머니즘'이라는 보통 굵기의 실과 적당히 예리한 바늘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었 건만, 그도 이제 늙어버렸는지 판단력이 흐려졌나 보다.

전작에서 주제의식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던 스필버그가 더욱 더 거대한 소재에 도전하겠다고 들었다. 물론, <쉰들러 리스트>처럼만 된다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으련만 이미 13년이나 지나버리고 엉성한 작품만 찍어대는 지금, 그토록 민감하고도 거대한 소재는 스필버그에겐 다소 버거울 거라며 우려했던 바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놓고 따진다면, 무척이나 '아쉽게도' 필자의 우려는 스크린에서 재현되었다. 러닝타임은 무려 163분에 이르지만, 그 메시지는 우리가 늘 TV나 신문, 그 외에 수많은 매체에서 접했던 이야기와 하나 다를 바 없는 식상한 이야기. 유대인의 사주를 받고 있지 않은 이상, 팔레스타인인들이 유대인들의 폭압에 맞서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 테러를 하고 있다는 건 그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고작 그런 식상한 이야기에, 유대인 한 명의 고뇌를 더한 것 따위를 비추기 위해 러닝타임 163분을 날렸단 말인가? 게다가, "유대인들이 잘못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 또한 과격하며, 잘못하고 있다." 라는 식의 면모를 보여주는 의도를 가득 담은 카메라의 시선마저도 불쾌하다.
(굳이 마지막 즈음 해서 아내와의 정사신에 테러범들의 마지막을 편집해 넣은 것.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내러티브에 설득력을 부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렇게 하여 흘러간 163분이건만, 그 결말은, "임무 도중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들었던 유대인,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 고뇌하다." 이다.

지금도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유대인들의 폭정으로 삶의 기본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다시 한 번 이런 식으로 어정쩡하게 봉합해 버리고 끝내는, 스필버그의 평이한 가족주의와 휴머니즘 영화는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 <쉰들러 리스트>의 스필버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무래도 스필버그는 철저하게 '늙어버린' 모양이다. 진부한 정치적 상상력과 평이한 가족주의와 휴머니즘 영화나 찍어대는 스필버그의 추한 모습은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비록 머언- 과거의 이야기지만 한때는 그의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그에게 영화는 '제발' 좀 그만 만들라고 종용하고 싶다.


검은사슴의 서늘맞이 : http://blog.naver.com/naru0416.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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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이민우  
나는 노무노무 재밌게 봤어요
1 비트문  
글 잘 읽었습니다. 흥미롭게 본 영화이긴 하지만, 엔딩이 올라간 후, '그럼 이 영화는 누구를 위한 영화일까?'라는 것을 한참동안 생각해야 했습니다. 아마 자신을 위한 영화였는지도 모르겠네요.
1 김경환  
음.. 일단 기존에 스필버그식의 상업적인 대중을 겨냥한 작품은 아닌것 같고 그냥 상업성을 포기하고 스필버그가 만들고 싶었던 그런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너무도 우리는 기존의 스필버그 영화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영화가 나올때 마다 기대감에 부풀곤 했는데.. 솔직히 이영화는 지루하지 않다고 말하지 못하겠네요.. 세번의 시도에도 아직 끝을 못봤으니.. 일단 흥미로운 주제는 아닌듯.. 오늘밤 네번째 도전을 해봐야겠네요..그래도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처음부터 끝까지 60~70년대 분위기를 내는 인물들의 옷차림이라던지 헤어스타일.. 나름데로 신선했고.. 기존 킬러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제일 강조되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어설프면서 가슴아픈.. 잘 모르지만 그들만의 상처가 느껴질려고 한점은 높이 평가
1 쬬코렛또  
..원래 배경이 1970..몇년도 뮌헨 올림픽 아닌가요? 그 시대에는 그게 최첨단...ㅋㅋ
저도 쉰들러 리스트나..터미널까지는 좋았습니다..기존 스필버그의 전작들을
기대하고..'한번 즐겨볼까'하며 보신분들은 실망할 법도..영화를 보는 취향이 다르니까요.
1 강지석  
나하고 내 주변사람만 재미있다고하는건가  아니면  세대차이인가..ㅡ ㅡ
솔직히 나이어린사람들이 보기에는 재미없었을수도있겠죠
그냥 보면서 테러나 사람죽이는 공작이  저렇게 평범하게 이루어질수도있는거구나
하면서 보면 충분히 재미있을텐데   
1 기호수  
저는 진지한 생각을 주는 참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주제는 테러..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소리겠지요. 유태인이 만든 영화라고 유태인들을 옹호하지만은 않더군요. 그리고 영화의 맨 끝장면을 유심히 보셨다면 눈치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뉴욕에서 살고 있는데.. 모사드 상관과의 마지막 만남 후 화면 멀리에는 쓰러지기 전의 월드트레이드센터(쌍둥이빌딩)가 보입니다. 그것이 감독의 의도였겠지요. 한편으로는 스필버그 자신의 국가에 대한 은연중의 비판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결국 화는 화를 부르는 것이니까요.
화려한 총격신 같은 것은 없었지만 시종일관 고른 긴장감 속에서 주인공마냥 가슴이 답답해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필버그의 관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흥행이나 눈요기감이 아닌 세계정서와 감독 자국과 중동간에 갈등에 대한 일침,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한 역설적인 답을 건네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본능적인 감각들을 자극하는 사운드와 비쥬얼로 무장한 그런 오락성 영화들이 난무하는 요즘 현실적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