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 남성용 판타지이자 현대판 무협지가 아닐까?

영화감상평

싸움의 기술 - 남성용 판타지이자 현대판 무협지가 아닐까?

1 Dark B;John 0 2268 1
재희와 백윤식님의 만남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백윤식님이야 말할것도 없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재희마저 이 영화에서의 캐릭터는 아주 좋았습니다.

백윤식님이 연기한 오판수라는 캐릭터는 사우나 장면에서 아주 강하게 소개되더군요.
'와우!저 양반 장난아니겠구나...'
부르스 윌리스의 '라스트 보이스카웃'의 한장면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장면을 통해 아주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각인시킨 그 부분이 아주 좋았다는 느낌입니다. 백윤식님 특유의 능글맞다고 해야할지 노련하다고 해야할지 하여간 세상 풍파를 다 겪고 산전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겪은 듯한 백전노장의 매력이 캐릭터와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재희가 분한 부실고딩 송병태는 부실고딩이라기 보다 항상 물리적 폭력적으로 자신보다 강해보이는 상대에게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품고 움츠러드는 아주 일반적인 남성의 내면이 아닐까? 하고 생각 해 봅니다. 역시 재희의 약간은 어눌해보이면서 괜히 표적이 될만한 녀석이라는 이미지와 그런 약함이라는 이미지속에 번득이는 두 눈이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줬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개성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마치 예전 쿵푸 영화의 기본 플롯을 따라가며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점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 아니었을까요?

선량한 평민들을 날마다 괴롭히는 악당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던 중에 사연을 품은 기인을 만나게 되고 혹독한 수련 끝에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는 예전부터 많이 접해왔고, 그 뻔하디 뻔한 줄거리에도 매번 열광하던 바로 그런 스토리를 '싸움의 기술'은 보여줬다고 느꼈습니다.
거기에 언제나 그렇듯 감춰졌던 주인공의 숨겨진 재능이 주인공의 본성 혹은 트라우마같은 것에 갇혀있다가 주변의 아끼던 인물이 피해를 입음으로써 주체할수 없는 분노가 봉인된 주인공의 악마성을 해제시켜버린다는 내용이 더해져서 극적 재미를 완성시켜 줍니다.
마치 얼마전 개봉했던 권상우 주연의 '말죽거리 잔혹사' 처럼 말이죠.
그래서 '싸움의 기술'은 학원폭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급우들간의 투쟁, 즉 싸움을 통해 주인공이 성장한다는 점에서 '말죽거리 잔혹사' 와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말죽거리 잔혹사'가 당시의 시대상과 제도적인 억압, 그리고 통제된 젊음의 에너지의 분출등을 보여주며 풀어갔던 반면 '싸움의 기술'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순수하게 강함이라는 한가지에만 포커스를 맞췄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고전적인 쿵푸영화의 플롯을 차용함으로써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강하게 선사해주고 있죠.

그래서, 전 이영화가 강자에게 억압되어 살아가는 남성들을 대리만족시켜주는 남성용 판타지이자 쿵푸영화의 플롯을 차용한 현대판 무협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저도 이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서 상당히 감동했거든요.
송병태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예전에 쿵푸영화들을 보며 느꼈던 희열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http://dollhk.egloos.com

p.s. 근데 포스터가 너무 유머를 강조한 듯한 느낌이군요...제겐 개그보다는 액션쪽이 인상적이었던 영화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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