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값어치가 있는 영화,

영화감상평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값어치가 있는 영화,<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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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영화 태풍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기대이하다', '별로다' 얘기해도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지않고는
못배기는 성미 때문이기도 하고, 워낙에 스스로도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꽤 잘 만들었고 분명 볼만한 영화다.(여기서 1000만이네, 500만이네 하는 식의 관객 숫자 놀음은 하고 싶지 않다. 이걸로 영화의 작품성을 판단하는 가늠자로 여기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스토리, 연출, 캐스팅 모두 개인적으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먼저 스토리에 대해서 말하면, 분명 이 영화도 과거의 한국산 블록버스터라 일컫는 영화들(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JSA 등의 영화들)이 다루었던 남북 이데올로기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이념적 요소는 소위 극의 분위기를 띄우는 양념적인 역할로서의 영화적 배경 장치 그 이상의 효과는 발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러한 배경 속에서 원한과 상처로 얼룩진 한 개인이 뜨거운 복수심에 불타 기어이 원수를 갚고자 벌이는 거대한 복수극의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며, 어떻게해서 그가 이렇게 잔인하고 극단적인 내면을 지닌 인간으로 변모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서, 즉 동기부여가 된 과거의 충격과 상처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상황에 까지 올 수 밖에 없게된 한 인간의 비극적 개인사에 더욱더 촛점을 맞췄다고 보는 편이 나을 듯 싶다.
싫든 좋든 세상사의 흐름에 그저 순응할 수 밖에 없는 힘없는 한 개인이, 그를 둘러싼 세상의 압박과 배신에 결국은 억눌리던 감정과 분노를 터뜨리고, 결코 승산없는 싸움에 미친듯이 목숨을 걸게 된다는 얘기의 맥락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이 영화 <태풍>에 등장하는 주인공 "씬"이 바로 그러한 인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만 놓고봐도 꽤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본 사람들 중에 액션이 생각보다 적어서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은데, 애초에 많은 액션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액션의 양으로만 봤을땐 말이다..)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액션씬은 그다지 많지 않다. 초반부의 화물선 습격씬과 중반부의 도주씬, 그리고 다시 러시아에서의 소규모 총격씬, 그리고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마지막 대결씬까지 딱 이 정도가 맞겠다.
그만큼 이 영화는 사실상 액션보다는 극의 흐름과 드라마적 구성에 더욱 치중한다.
대부분의 성인 관객들이라면 극의 흐름과 인물들의 캐릭터에 상당히 공감하고 또 지루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액션이 쳐지냐,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마지막 30분간, 영화 제목에 걸맞는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며 대미를 장식한다.
CG가 허름하다는 사람들 말에 난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나도 헐리우드 CG 수준 충분히 알고 충분히 보아왔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바다 한 복판에서의 액션... 헐리우드가 찍어도 이 이상은 못할거라 감히 생각한다. 오히려 이만큼 인상적이고 감동적으로 찍을 수 있을까 싶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마지막 30분간의 시퀀스는, 중반부의 액션 공백을 충분히 메꾸고도 남을 만큼 멋지고 인상적이다.   
여기서 캐스팅에 관한 얘기로 넘어가면,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지.대.로. 다.
특히 장동건이 연기한 "씬"이라는 캐릭터와 이정재가 연기한 "강세종"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인상은 정말로 강렬하다. 이들 캐릭터가 주는 이미지는 극단적으로 상호 대립적이며, 한번 보면 한동안은 절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인 '극과 극의 매치'를 보여준다.
상징적으로 얘기해서, "씬"이라는 캐릭터가 '불(火)'로 형상화 된다면, "강세종"은 '물(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분노 對 냉정, 복수심 對 정의감 , 파괴하려는 자 對 지키려는 자,...등으로 비유하면 알맞을 듯 싶다.

다음으로, 연출에 관해서...
곽경택 감독의 연출이 실망스럽고, 다시는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식의 다소 극단적인 평까지 서슴치 않은 글들을 봤는데, 솔직히 이런 평을 하는 사람들의 영화적 취향이 도대체 뭔지 무척 궁금하다.
SF를 기대한건가, 아니면 판타지??.. 아님 스릴러나 공포???...
보통 영화보러 갈 때, 그 영화에 대한 대강의 지식은 갖고 가지 않는가?
스토리 라인은 대충 이렇고, 감독은 누구고, 배우는 또 누구고 등등...
이 정도만 알고 가도 영화가 대충 어떤 장르의 영화일지, 또 어떤 식의 얘기흐름을 탈지, 대강은 짐작하지 않는가?
이 영화,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충의 스토리, 즉 남북분단이 야기한 개인들의 비극이 주요 배경이자 이야기의 모티브라는 거 이 정도는 뻔히 알고도 남으리라 생각한다. 또, 이 영화의 연출자인 곽경택 감독의 대표작인 '친구'를 비롯하여, '똥개', '챔피언' 등에서 이 중 하나 이상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감독이 작품 구성에 있어서 내러티브를 상당히 중시하고 이를 통해 스토리에 대한 관객의 이해와 몰입에 공을 들여 드라마틱한 결말과 함께 감동을 이끌어내는 스타일의 성향을 가진 감독이라는 거, 대충은 알지 않을까 싶다. (영화마다, 감독의 스타일이란게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떻겠는가?
당.연.히. 내러티브와 드라마적 연출에 집중하는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액션 영화가 갖추어야 할 박진감과 긴장감의 요소도 두루 갖추고자 영화 여러 부분에서 공들인 흔적도 많이 엿보인다. 특히 영화 초반의 긴박한 전개와 빠른 장면전환 등은 관객의 극중 몰입도를 높이는데 상당히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중반부에서 "씬"의 가족과 어린시절의 사연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지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물론 그럴수도 있다. 당연히도)은 아마도 내 생각에는 드라마가 주는 감동보다는 액션에 더욱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 나로서는 그러한 부분이 있었기에 더욱 스토리에 집중하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말부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멋지고 인상적인 액션을 선사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마지막 마무리는 서정적이고 차분한 여운을 남기며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그 누가 아무리 뭐라 그래도, 나 개인적으로는, 정말로 괜찮은 엔딩이었다고 느꼈다.

내가 지금까지 써 내려온 이 영화평에 대해 시덥지 않게 생각할 사람들도 물론 있을 줄 안다.
어쩌겠나? 사람들 취향이 다 다른 것을...
똑같은 영화를 똑같은 사람이 보고도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감상평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괜찮은 영화는 어찌봐도 괜찮은 법이다. 그와 반대로, 영 아닌 영화는 영 아닌거고...
그렇게 따졌을 때, 이 영화 <태풍>, 아무리 봐도 괜찮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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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ssahn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나 역시 음악이 아닐까 싶다.
영화 사운드 트랙을 맡은 김형석은 서정적인 분위기의 음악에 있어서는 정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곡가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긴박감 넘치는 추격신이나 액션신에서 쓰인 배경음악은 장면의 분위기를 그다지 효과적으로 살려주진 못한거 같다. 어떤 부분에선,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반감시키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지 못하기도 했다.
1 데이비드베켐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