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 - 칼침 맞기 싫으면 착하게 살자.

영화감상평

오로라 공주 - 칼침 맞기 싫으면 착하게 살자.

1 김명호 0 2855 3
오로라 공주

감독: 방은진
출연: 엄정화, 문성근, 권오중

인생 착하게 살아야 한다. 괜히 심보 고약하게 쓰다간 쥐도 새도 시어머니도 모르게 가는 수가 있다. 죽고 나서도 동정은 커녕 오히려 카타르시스만 안겨줄 뿐이니 서러움은 두배다. 그래서 오로라 공주님의 칼부림은 속시원하다.

근데 오로라 공주님은 어느 나라 공주길래 악당들을 응장하고 다니시는 것일까? 그 전설 속 칠공주파 중 한 분인가? 아니다. 그녀는 좀더 범우주적인 배경을 지니고 계신 분이었다. 80년대 국내에서 '별나라 손오공'이라는 안드로메다스러운 제목을 달고 방영했던 만화가 있었다. 제목에서도 느꼈겠지만 서유기를 광활한 우주로 옮겨놓은 것인데 그 손오공, 저팔게, 사오정 요 백수건달들을 이끌고 은하계 곳곳에 정의를 심으며 돌아다니신 분이 오로라 공주님이다. 쌍콤한 외모와 극중 손오공과의 미묘한 로맨스로 인기몰이에 한 몫을 했었는데 작품 자체도 꽤 쏠쏠한 재미를 주며 많은 인기를 구가하였다. 개인적으로도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는다. 근데 이렇게 우주를 배경으로한 하이테크널러지 속 공주님이 제다이의 광선검을 휘둘렀을 지언정 요술봉은 휘두를 일 만무한 일이니 극 중에서 요술봉으로 혼내줄테야스런 대사는 공주님의 본질을 호도하는 일이었다.

발표 당시 '친절한 금자씨'와 비교당하며 '복수극'의 후발 주자라는 서러움을 느껴야했지만 작품 자체는 평작 이상이라는 느낌이다. 배우였던 방은진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측면에선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가 될 만하다. 하지만 '친절한 금자씨'가 보여줬던 아쉬움들을 '오로라 공주' 역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안탁까운 부분이다.

치밀한 범죄 스릴러라기 보단 범인에 촛점을 맞춘 한풀이 영화인지라 주인공인 범인이 얼마나 피눈물나는 사정이 있는지, 얼마나 기상천외하고 잔혹하게 적들을 응징하는지에 촛점이 맞춰지는데 당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허술함이 보였다. 언제나 말이 많은 국내 영화의 마지막 눈물 짜내기 씬은 이번에도 오바였다. 비록 그 씬이 불필요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표현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끝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가야 했지만 이 눈물씬으로 인해 마지막에서 너무 확 풀어져 버렸다. (물론 그 뒷장면의 반전을 위한 강약조절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했다.) 그리고 문성근의 역활도 아쉬웠다. 형사로서의 역활이든 동조자로서의 역활이든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된 캐릭터였다면 영화에 좀더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욕심이 든다.

어느덧 가을도 막바지다. 일부 높은 산 정상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는 믿지못할 소식도 들려오는 가운데 가을이 다 지나도록 단풍구경 다녀오지 못한 분이라면 '오로라 공주'와 함께 피비린내를 맡아가며 '붉은색'의 아쉬움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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