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워터] Who Will Save Your Money?

영화감상평

[오픈워터] Who Will Save Your Money?

1 이주현 4 2113 5
"올 여름을 삼켜버릴 무시무시한 놈들이 온다. 맥박상승, 체온수직하강, 오감을 자극하는 리얼 서스펜스"

이처럼 한국의 영화포스터에서 사기친(?) 자극적인 헤드카피만을 보고 별 생각 없이 극장을 찾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죠스’ 나 ‘딥블루씨’ 류의 스릴과 공포, 액션이 적절히 버무려진 영화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흥분상태(?)로 몰아넣으면서 그 기대를 철저히 짓밟는다.
그리고 흥분한 나머지 극장 입장료의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만들게 된다. (Based On True Events)

그렇다면 이 영화 [오픈워터]의 어떤 점이 수많은 관람객들을 흥분상태로 몰아가는 것인가?
이 영화를 본 네티즌의 단평들을 한번 옮겨보자.

“이걸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자체가 공포다. 극장 개봉타이틀을 얻기 위한 비디오용 영화”
“지금까지 본영화중 최악, 딥블루씨가 훨씬 잼 있는 듯.. 개봉하는 자체가 경악”
“시사회때 반응 환상이었음. 모두 몸과 마음을 모아 욕을 시작함”
“총 출연자, 스텝, 모아놓고 날싸대기 40때씩 쌔려도 속이 안 풀림”
“진짜 공포는 이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관객들이 스트레스로 거품물고 익사할 듯 싶다.”
“이걸 보느니 죠스를 한번 더 본다! 환불 소동 난 영화”
“헤드카피를 찢어버리고 싶다.”
 “영화라 하기엔 너무 유치하다. 내용도 없고 돈 낭비, 시간 낭비인 영화”  - 출처 ‘씨네서울’

이처럼 이 영화가 이들의 맥박을 상승시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영화의 헤드카피 의도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
그렇다면 과연 이 영화 [오픈워터]가 이들의 말처럼 충분히 쓰레기 취급 받을 만한 영화일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본인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 영화 [오픈워터]에 대한 감상평을 쓰는 것이다.

실제 오리지널 포스터를 먼저 살펴보자.
영화 타이틀 [Open Water] 밑에 한 줄의 작은 헤드 카피만이 있다.
“Who Will Save You?”
그리고 포스터 사진의 내용은 음산한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점(?)처럼 보이는 두 남녀 뿐이다.
그리고 더욱 작은 글씨로 하단의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Based on True Events”

이것이 오리지널 포스터의 전부이다. 사기로 일관된 한국 포스터의 헤드카피와는 전혀 다르다.
만약 오리지널 포스터만을 보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과연 저토록 흥분할 수 있었을까?
환불 소동을 벌인 일부 관객들은 극장에 환불을 요청했을 것이 아니라.
이 영화 [오픈워터]의 한국 포스터를 제작한 회사에 환불을 요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Who Will Save Your Money?”
아무튼 선입견과 편견을 유도하고 영화의 내용을 오도하게 만든,
영화 포스터 제작사를 고발하자는 것이 취지가 아니므로 이쯤에서 영화 감상평으로 넘어가자.


“Based on True Events”
이 영화는 1988년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호주 근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며 휴가를 즐기던 미국인 남녀 커플이 바다에서 실종된다.
그리고 실종된 두 남녀를 찾기 위해 경찰이 수색을 시작한다.
하지만 끝내 그들을 찾지 못한다. 이것이 이 사건의 전부이며 스토리이다.

감독은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스크린에 옮긴다.
“망망대해에서 자신들만 남겨졌다는 것을 비로서 알게 된 두 남녀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신들이 구조될 것이라는 믿음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되었을까?”
“자신들이 구조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희망이 사라지게 되면서 두 남녀는 서로에게 어떻게 의지했을까?”
“그들에겐 심연의 바다만이 존재했을까? 상어들이 그들에게 해를 끼친 것은 아닐까?
“두 사람 중에 먼저 한 사람이 죽었다면, 남은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바다에서 도대체 얼마 동안 살아 있었을까?”
“그들은 살아있는 동안 서로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그들을 절망하게 만든 것은 망망대해일까? 상어일까? 아니면.. 무엇이었을까?”

아무도 없는, 그리고 오지 않는 망망대해에 남겨진 두 사람을 통해서,
감독은 바다가 가져다 주는 두려움을 영화 속에 그리고 있다.

한국의 엽기적인 포스터 헤드카피에 속고,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기대에 어긋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주지시키고 싶다.
이 영화는 공포, 스릴러물이 절대 아니다. 당신들도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 이 영화는 재난 영화이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그리고 당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바다라는 대상으로 인간의 두려움을 동반한 재난영화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감독은 망망대해에 남겨진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는 바다를 그린 것이 아니라,
혼자라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들 없이 우리뿐이라는,
그러한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영화 [오픈워터]는 절대로 쓰레기 취급을 받을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충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영화이다.

“화려한 공포와 스릴을 기대한 당신에게 관람료 지불 자체가 재난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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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전중원  
  재난영화라기엔...
워낙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는데있어..평범한
스릴러물이상의 점수는 못주겠던데?
1 심형래  
  와우~ 정말 이런 감상평을 기다렸다...
영화 외적인 악세사리를 다 거둬내고, 영화 자체만으로 보는 영화, 그리고 감상평.

여름 해변가 넘실거리는 바다, 꿈(?)과 낭만과 정열로 그윽할 것만한 바다.죠스같은 비정상(?)적인 거대상어가, 둥둥둥 하는 심장박동소리와 함께 스윽 나타나서 바닷가의 모든 해수욕객들이 아수라장이 되어야만 밀려오는 공포는 우리 내면이 아닌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이지만, 이 영화에서 느끼는 묘한 무서움/공포는 그런 눈에 보이는, 상대적으로 죠스에 비해 작고 귀여운(--;;) 상어가 아니라, 정말 카피처럼 누가 우리를 구해줄것인가..하는 망망대해...파도도 별로 없이 잔잔한..그래서 배 위에서 볼땐 그져 평화롭고 자애로운 그 바다가, 되려 공포로 다가오는 천애무원의 원초적 두려움이랄까... 마치 어린시절 밤에 깨어나보니 부모님이 아무도 없고 혼자 있는걸 알아차린 아이가 느끼는 공포,두려움, 무서움이랄까...

하여튼 그동안의 헐리웃의 거대자본이 투입된 재난영화에서 내면적 공포보단 외부의 거대한 공격 등에 의한 공포라면, 이 독립(?)영화는 별다른 장치없이 그런 공포를 잘 그려냈다고 본다. 거액의 관람비가 아닌 공짜(?)파일로 봐서 본전 생각이 밑바탕에서 영화자체의 온전한 감상을 방해하지 않은 덕도 있지 않나 싶지만.
1 강가딘  
  영화감상평의 수준에 있어서 점점 질과양 모두 하향곡선을 가로지르고 있는 시네스트에서 간만에 좋은 감상평을 봐서 기분이 좋군요.
이 영화는 사기꾼들이 만들어 놓은 헤드카피를 보고 죠스나 딥블루씨 같은 류의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대재앙이겠지만 앞서 이주현씨가 말한 관점에서 본다면 저예산 영화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볼때 딱 이렇게 한번 보세요. 저건 나에게 일어난일  혹은 앞으로 내가 바다로 휴가를 갔을때 일어날수있는일, 이렇게 감정이입해서 보면 정말 영화 죽음입니다........
1 강가딘  
  ps
이걸 깜박 까먹었네요......
이주현씨 앞으로 많은 영화감상평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