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도발 - 69 식스티나인

영화감상평

젊음의 도발 - 69 식스티나인

1 류현경 2 1743 2
69?
제목 한번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죠?
솔직히 영화의 제목을 처음 접하는 순간 포르노그라피인가 싶었서 한동안 관심밖으로 매몰차게 내밀어 버렸었죠. 더군다나 일본영화입니다. 69 식스티나인이라는 제목의 일본영화...이 얼마나 오해하기 딱 좋겠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청춘물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끝에 감상을 하기에 이르렀고 곧 저의 어리석은 편견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고정관념이란게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는걸 새삼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 동시에 엔돌핀을 마구마구 자극해 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해주었답니다.

1978년에 출판됀 무라카미 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우리에겐 낯선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여러 드라마와 영화로 친숙한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노 마사노부가 주연을 맡아 열연한 작품입니다.

영화 제목인 69는 고등학교 3학년생인 두 주인공이 살아가던 1969년 당시의 시대정신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히피문화가 꽃을 피우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운동이 활발하던 그 당시의 젊음과 자유정신에 대한 경애심의 발로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같습니다.

영화는 즐겁게 사는 것이 신조인 허풍이 쎄고 입심 좋은 고교생 켄(츠마부키 사토시)과 잘 생기고 공부 잘하는 동급생 아다마(안노 마사노부)를 비롯한 친구들의 바람 잘 날 없는 고교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잘 보이려고 무모하리만치 위험하고 엉뚱한 대사건을 서슴없이 일으키고 허풍을 잘 늘어놓는 가벼운 성격의 주인공의 일상이 초반엔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영화가 진행됄수록 늘상 일어나는 사건에서 발생하는 코믹한 상황이라든가 그러한 사건들이 엄한 교육현실과 불합리한 교내규칙과 맞물리면서 묘한 대립을 낳는다는 설정에 동화되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코믹한 분위기를 잃지 않습니다. 물론 가벼운 것만은 아니죠. 반전과 자유정신으로 충만하던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어찌 생각해보면 우리 생애 가장 많은 억압을 받는 시절이라 할 수 있는 고교시절의 두 주인공을 빌어서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싶네요.  특히나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에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재미도 있어 더욱 좋았던 것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열연을 빼 놓을 수 없는데 그동안 약간은 소심하고 평범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츠마부키 사토시는 말과 행동이 앞서는 활발한 성격의 켄역을 맡아 잘 소화해 주었으며 그의 든든하고 생각이 깊은 조력자인 친구 아다마역의 안노 마사노부는 오랜만에 스크린에 출연해 무리없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금방 그를 알아볼 수 없었죠. 철도원이나 레드쉐도우에서 보았던 꽃미남 같은 외모가 세월탓인지 약간 바랜듯한 느낌입니다. 후에 출연진 정보에서 그가 안노 마사노부라는걸 알 수 있었죠. 그 외에도 여러 배우들이 개성있는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무모하지만 소신있는 두 주인공이 그들의 젊은 날을 즐기면서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내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잃어버린 내 젊은날의 치기 어린 열정을 한번쯤은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군요. 

독도문제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도 감정이 안좋은 시기이지만 문화는 문화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아무런 이데올로기 없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좋은 시간이 됄 것이라고 감히 자신합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은 블럭버스터보다는 이런 휴머니즘이 담긴 드라마가 강점인듯 싶습니다.
애니로 유명한 몇몇 원작들이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실망과 우려를 낳고 있는 반면 이런 잔잔한(?) 드라마류가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으니간요. 얼마전에 본 스윙걸즈라던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같은 영화들도 아직 그 여운이 채 가시질 않았고요. 그 기운을 이어 받아 69 식스티나인은 대어를 건져올린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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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장성환  
  저도 12일날 봤는데... 전... 소설을 읽고나서 보니.. 웅;; 별로더군요..
해리포터 소설보고 영화 본 사람들이 영화가별로더라 하던때 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겠더군요.
저도 안도 마사노부 .. 영화보기 전에 출연하는것으로 봤는데 헉.. 쟤가?? 많이 변했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예전 모습이 더 나았던 것 같아요 ㅎ

- 시네스트 가입 몇년만에 처음 남긴 글 ^^; 일지도.. 예전 남긴 기억이 없네요 -
1 류현경  
  예...소설이 훨씬 재미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도 소설을 한번 읽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