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친절한 금자씨" 영화 보신 분만 클릭"

영화감상평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친절한 금자씨" 영화 보신 분만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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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 - 친절한 찬욱씨, 금자의 비밀을 누설하다 

<친절한 금자씨>는 2005년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그리고 영원한 비밀로 간직될 것 같던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박찬욱이 말문을 열었다. 친절한 찬욱씨가 밝히는 금자의 비밀.


- 복수 3부작을 마무리한 느낌, 시원한가?

아직 관객들의 반응을 전혀 접하지 못한 상황이다. 개봉을 해야 비로소 실감날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정리된 기분이 좀 드는 건 카메오 출연한 배우들 덕이다. 영화 속에서 송강호 유지태 등, 그들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니 과거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이번 작품은 사실주의보다는 판타지 영역에 더 가깝다.
나의 영화만들기 자체가 점차 그쪽 영역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한참 영화공부에 열중했던 1980년대 초·중반은 좁은 의미의 리얼리즘이 대세였고, 그것에 근거한 작품만이 추앙받던 시기였다. 그 시절부터 이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고, 반감이 생성된 것 같다. 이전 영화들에서 판타지를 일종의 장치로 사용했다면, 이번 작품부터는 판타지가 내러티브에 직접 도입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다음 영화는 더 그럴 것이고, 그 다음 작품은 더욱 더 그럴 것이다.


- 이번 작품을 어떤 영화사 조류나 장르로 편입시킬 수 있을까?

그건 좀 모호하다. 나는 이번 작품을 동화 같은 이야기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그림 형제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시작했다. 잔혹동화의 느낌이 나는 영화.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극중에 요정도 나오는 등 훨씬 동화적이었다. 여전히 그런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본다. 마지막 장면에서 금자가 두부 모양의 케이크에 얼굴을 처박는 장면. 이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정상적 행동이 아니다. 이금자라는 철부지 소녀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통과의례를 담은 동화로 봐줬으면 좋겠다.


- 조연들에게까지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사용했다.

나는 조연일수록 오히려 클로즈업이 필요하다 믿는다. 조연은 조연이기 때문에 극중 긴 시간 등장하지 못한다. 많은 영화들에서 그들은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놓쳐버린다. 난 그런 영화들은 서툴다고 본다. 잠깐 얼굴을 비치더라도 출연에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다. 단 몇 초의 순간일지라도 그들이 주인공일 순간이 필요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 퇴장하는 이번 영화의 복잡한 상황에서 이 같은 장치는 필수적이다. 관객들은 그들을 아주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인식하고, 수많은 등장인물 속에서도 명확한 구별을 할 수 있다.


- 교도소, 금자의 방, 폐교의 영화적 공간이 마치 연극의 회전무대 같다.

재미있는 비유다. 연극적 상황이 나를 매혹시킨다. 또 그렇게 연출된 영화들을 볼 때 재미를 느끼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연극 세트는 전혀 사실적이지 않다. 단지 관객의 심리가 사실이라 믿을 뿐이다. 이번 영화에는 아주 좁은 의미의 사실주의 관점에서 볼 때, 언뜻 이해되지 않는 공간들이 분명 존재한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엉뚱하고 과장된 연극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 예를 든다면?

영화의 후반부, 폐교에서의 복수 장면을 상기해 보라. 백 선생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렬로 나란히 앉아 대기하고 있는 유족들 말이다. 금자가 백 선생에게 총을 겨눴다 뗐다 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연극은 조명 톤 하나에 따라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공간이 분리된다. 이를 영화적으로 사용했을 때는 판타지적 요소로 작용한다. 금자가 철공소에 사제 권총 제작을 의뢰하는 장면을 마지막 예로 들어보자. 설계도를 어디서 구했냐고 철공소 주인이 질문하자, 금자의 얼굴 위로 감옥의 철창이 CG 처리되면서 교도소로 장면 전환된다. 이는 대단히 영화적인 장치로 보이지만, 실상 연극 무대에서 소품 담당이 무대를 가로질러 철창을 설치하고 “여기는 감옥입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 백 선생에 의해 살해된 아이의 유족들은 부유층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맞다. 오광록 부녀만 제외하곤 모두 부르주아지다. 의도적으로 유족들은 전혀 부티가 나지 않는 사람들로 캐스팅했다. 그랬더니 분장팀장이 와서 그러더라. “아니, 시나리오상에선 다 부자들인데 어떻게 꾸며도 빈티 나는 배우들만 데려오면 어떡하냐”고. 나는 제아무리 부자들이라도 그와 같은 비극을 겪었다면 얼굴에서 기름기가 흐를 순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걸친 옷들은 모두 비싼 것들이지만, 생김새는 극도의 피곤함이 가득한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지친 모습들이다. 원모 아버지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에게 마지막 비수를 꽂는 바로 그 배우다.


- 전작들에 비해 계급문제가 많이 희석된 것 같다.

계급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광록의 딸이 가난했기에 비참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그러자 귀부인처럼 보이는 할머니가 “여기 그런 사정 없는 집안이 어디 있냐”며 일축한다. 아이들이 무참히 살해되는 그런 종류의 비극 앞에서는 사회 계층 혹은 계급의 차이는 무색해지지 않을까?


- 금자는 케이크를 만드는 제빵사다. 그녀에게 직업이 필요한 이유가 있었나?

이유는 <올드보이>의 원작만화로 거슬러간다. 만화에서의 주인공은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번 돈으로 생활비와 복수 자금을 충당한다. 이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보통 장르영화에서 복수자는 돈도 못 벌면서 활발한 활동을 한다. 모순이다. 그래서 노동을 하면서 복수를 한다는 컨셉트를 <올드보이>에서 꼭 사용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걸 다 서술하자니 영화가 길어질 것 같았다. 대신 이우진이 오대수에게 돈과 옷을 모두 주는 걸로 바꿨다. “나와 싸우려면 이 정도 수준은 갖추고 와라”는 식으로.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위의 상황을 꼭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금자는 직장에서 돈을 벌며 복수를 실행한다.


- 굳이 케이크였던 이유는?

금자는 무일푼이다. 13년 동안 교도소에서 번 돈도 잘린 손가락 접합하는 데 다 써버렸다.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복수하기 위해) 그녀는 돈을 벌어야만 한다. 게다가 금자는 단순히 작별을 고하기보다는 정성어린 무언가를 유족들에게 대접하고 싶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금자로선 유족들이 자신을 처벌한대도 할 말이 없는 죄인이니까.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백 선생을 지키지 않았더라면, 이후 네 명의 아이들이 더 살해될 필요가 없었으니까.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데, 김치찌개를 끓여줄 순 없지 않겠나. (웃음) 그래서 일종의 만찬 후 디저트 개념으로 케이크를 선택했다.


- 그 케이크는 마치 백 선생의 선혈로 만든 것 같더라.

우리 어머니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웃음) 전혀 의도하지 않은 건데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했다.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와의 연관성이 분명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흰 바탕에 퍼져가는 딸기 시럽이 마치 핏물처럼 보일 것이다. 관객의 머릿속에는 그런 이미지가 남아 있고, 처참한 복수 이후 먹는 케이크니까 당연히 그렇게 연결될 것 같았다. 실제로는 정말 맛있는 진짜 케이크다. 피로 케이크를 빚고,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장면! 난 그렇게 엽기적인 영화를 만들진 못한다. (웃음)


- 베이커리 ‘나루세’의 상호를 나루세 미키오 감독에서 따왔다고.

맞다. 난 그의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를 좋아한다. 영화는 아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작품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물론 오즈 야스지로도 좋지만, 빵집 이름을 ‘오즈’나 ‘야스지로’로 하는 건 좀 웃기더라.(웃음)


- 후반부, 제니와 양부모가 잠든 방에 스며든 연기의 정체는 무엇인가? 혹자는 연탄가스가 아니냐고 묻는다.

아이고. 그건 아니다. (웃음) 백 선생에 의해 살해당했던 원모가 금자 앞에 나타나 담배 피우는 장면과 연결된다. 비록 금자를 용서하진 못하지만 그 정성은 갸륵하게 생각해 아이를 깨우지 않았을까? 원모는 영어를 못하고, 호주로 입양됐던 제니는 한국어를 못하니, 말로는 깨울 수 없고 말이다. (웃음)


- 언론 시사회에서 “이영애와 작업해 본 감독, 그렇지 않은 감독이 다르다”고 말했다.

CF 연출하는 채은석 감독이 그러더라. “난 이영애랑 수십 편이 넘는 광고를 찍었다”고. 그래서 난 “러닝타임으로 이야기하자”고 맞받아쳤다. (웃음) 이영애는 대단한 배우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대장금>의 극한 상황을 겪고 나서 더 성숙해진 것 같다. “<대장금>을 끝내고 나니 뭘 해도 두렵지 않다”더라. 나는 사실 <대장금>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웃음)


- 배우 이영애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 같다.

영애 양에 대해선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 그녀가 보여주었던 노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오랜 세월 동안 스타로 살아온 한 명의 여배우가 이만큼 성숙해져, 이렇듯 독창적인 연기를 보여준 것. 또 그것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즐거운 작업이었다. 어떤 비평, 어떤 흥행결과가 나올지라도 이런 기분 하나만으로 만족한다.


- 차기 작품 이야기 좀 해보자.

두 편을 준비 중이다. 하나는 CJ 엔터테인먼트의 HD 장편 프로젝트 중 한 편인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제)이고, 또 하나는 이전부터 준비 중이던 송강호 주연의 뱀파이어 이야기 <박쥐>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자신이 전투용 사이보그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다. 그녀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을 생각이다. 25억 원 제작비로 사이보그 전투 장면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웃음) 이건 올해 안에 촬영을 시작한다. 그리고 <박쥐>는 2006년 가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송강호는 지금 봉준호의 <괴물> 촬영 중인데, 이후 다른 작품 한 편 더 하고 참여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글 이주영 기자 | 사진 장원석 2005.07.26 



- 영화 속 3마리의 개(?)

첫 번째는 초반 금자의 판타지 장면.
금자가 썰매 위에 올라선 개를 끌고 눈길을 걷는다.
몸은 개인데 얼굴은 백 선생.
두 번째는 백 선생이 자신의 와이프와 식사 중 벌이는 '도기 스타일' 섹스 장면, 마지막으로 폐교 운동장에서 사제 권총의 위력을 불쌍한 표정의 강아지에게 시험하는 장면. 박찬욱은 이렇게 '백 선생=개○○'라는 식으로 비천함을 은유한다.


- 박찬욱의 친절한 정리

나라면 이렇게 상상할 것 같다. 금자는 스스로 복수를 하려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른 유족들에게 양보한다. 그리고 그들이 복수를 실행하는 것을 구경한다. 그 유족들을 또 다른 자아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했을 법한 행동을 관찰한다. 하지만 복수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음을 느낀다. 13년간 절치부심 준비했던 노력들이 원모에게 용서받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결국 용서받지 못했다. 홀연히 나타난 원모의 유령은 금자의 말문을 막는다. 마치 <올드보이> 유지태의 "왜그랬어요"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건 금자의 마음이 투영된 모습이다. 금자는 결국 안식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런 심적 상태에서 그녀는 두부 모양의 케이크에 얼굴을 처박는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여기까지. 금자는 딸 제니를 호주로 보냈을가? 아니면 근식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까?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과연 기억을 지우는 데 성공했을까?"와 같은 의문이다. 이하, 관객들에게 맡긴다.
 

-영화의 평이 극과극을 달려서 웹서핑중 발견한 기사 글을 올립니다 "친절한 금자씨"란 영화에 대한 이해가 조금 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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