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의 '복수'는 정말 완결되었는가? (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 )

영화감상평

[친절한 금자씨]의 '복수'는 정말 완결되었는가? (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 )

1 강병준 9 2065 0
오늘 오전 첫 시간에 대한 극장에서 보고 왔습니다.
2주전에 이미 예약을 해 두었던 터라
( 시사회에 열심히 도전했으나, 언제나 운이 없더군요. )
한껏 기대속에 극장으로 바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제 감상은 솔직히 실망에 가깝습니다.
"올드보이"가 깐느에서 수상을 하며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Remake 소식까지 알려진 이후,
국내에서는 거의 인기가 없었던, 박찬욱 감독의 하드보일드 영화에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했고, "친절한 금자씨"의 제작 계획이 알려지자마자
갖은 매체에서 이를 다루고, 개봉되기 전에 이미
많은 패러디를 양산할 정도의 초기대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기대 이하 실망` 말고는 다른 표현이 잘 생각나질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개가 된 백선생을 눈위를 끌고 가다가 머리통을 날려 버리는
금자씨의 꿈 장면 정도가 인상에 남을 뿐...
( 약간의 스포일러... 죄송합니다. ^^; )

어쩌다가? 언제부터? 복수 `3부작`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 마지막 작품이 그다지 좋은 결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네요.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심리와 갈등 관계도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고,
장면 장면들이 부드러운 흐름을 보이기보다는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자주 왔다갔다 하는 식의 편집 방식도 그런 점을 부추겼습니다.
전작들에는 없었던 나레이션으로 그걸 보충하기는 힘들었고,
오히려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걸 느꼈습니다.
한마디로, 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옆에서 꼬치꼬치 이야기해 주는
그런 `친절함`은 사절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

저는 영화라는 장르에서 `나레이션`만큼 불필요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화면과 극의 흐름으로 완성시키지 못할 때,
( 결국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즉 최후의 수단으로, 그것도 되도록 최소한으로 써야만 하는게 나레이션입니다.
한 예로 "복수는 나의 것"의 경우, 극중 인물들의 대사들은 정말 적습니다.
벙어리 신하균의 대사 표현을 돕기 위한 `자막`이 가끔 나왔을 뿐이죠.
하지만, 뛰어난 시나리오의 완성도로
그딴 나레이션은 들어설 구석이 없는 명작이었습니다.
절제된 대사와 연기, 화면만으로도 모든 것이 잘 전달되었고
저로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에 동화되어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 "올드보이"에서는 오대수의 독백이 자주 나왔던 것이 좀 흠이었죠. )

또 하나, 중간 중간 나오는 전작 주인공들의 까메오 출연.
박찬욱 감독님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 보이"를 본 관객들을 위해서?
아니면, 출연자 본인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한 출연? 아니면
성공적인 전작들의 힘에 기대기 위한 흥행 몰이계산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 작품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큰 걸림돌입니다.
영화에서 그들이 나올 때마다 저나 다른 관객들이나
피식피식 웃음을 나오게 만들더군요.
하드보일드 영화에서 영화 자체의 흐름에서 기인하지 않은,
그런 식으로 유도된 웃음은 치명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번, 그런 지나치게 친절한 `서비스`는 사절! 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전작의 출연자들은 필연적으로 그 작품의 이미지를 안고 나오게 됩니다.
그 겹쳐 있는 이미지는 새 영화에서는 독으로도 약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복수 3부작이 이야기 전개상 하나의 연결 고리를 갖는 그런
`진짜` 시리즈도 아니고, ( 이건 "킬빌" 시리즈가 아니지 않습니까? )
전작의 이미지를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그런` 장르의 영화라면 모르겠지만,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에서는 독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몰입하기 힘든 구성에서 그런 까메오들의 등장은
영화에 산만함을 더해 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복수는 나의 것"에서 배두나가 말하던 인상적인 대사인
"세상에는 좋은 유괴와 나쁜 유괴가 있어... (생략)"
까지 그대로 나오는 대목에서는 솔직히 좀 쓴 웃음이 나오게 되더군요.
박찬욱 감독님이 자신이 만든 전작품의 패러디를 스스로 해 버리는
금단의 길을 가버린게 아닌가 하는 느낌에서요.
패러디를 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재미보다 무성의함을 먼저 느끼게 되거든요.
( 관객들이 "재미있는 영화"를 보려고 온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런 100% 패러디 영화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만... )

자칭이든 타칭이든 `복수 3부작`의 결말격으로 기념이 될만한 작품이기 때문에
전작 출연자들의 대거 재출연, 까메오 등장도 어떻게 보면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또한 필연적으로 앞의 두 작품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영화였기에,
그런 면에서 전작들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은
그 부분들이 더욱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시리즈 영화`의 보이지 않는 징크스.
( 이건 제가 영화들을 봐 오면서 항상 느끼는 점입니다. )
바로 `첫째 작품만한 후속작이 거의 없다.`는 징크스가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역시 첫번째의 "복수는 나의 것"이 가장 훌륭했습니다.
이건 그 후속작 "올드 보이"를 봤을 때에도 같은 생각이었죠.
"지구를 지켜라"와 함께 말그대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우리영화 둘입니다.
그런데, 두 작품 모두 극장에서 보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내러티브)의 완성도로 보아도, 연기자들의 연기력으로 보아도
나란히 [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 순입니다.
용두사미의 형세라고 할까요.
물론 혹평을 들을 만큼은 아니지만, "올드보이"로 한껏 높아진,
박찬욱 감독님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만큼의
완성도는 분명 아닌, 평범한 수준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주제 넘는 말일지 모르지만,
박찬욱 감독님이 좀 매너리즘에 빠지신게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이제 박찬욱 감독님도 복수 시리즈에서 벗어나 좀 느긋하게,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구상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저는 박찬욱 감독님의 팬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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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이수성  
  글쎄요 저는 박감독님이 웃음과 원래의 목적.
둘다 이루시려고 노력하신듯한데요 ^-^;
나레이션도 영화의 맛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나레이션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뭔가 부족했을듯 싶네요.

그리고 복수 3부작이라고 하지만,
3개의 영화는 전혀 다른 주제와 내용입니다.
까메오나 대사 인용등은 박감독님의 자신감이라고 보고싶네요.

'내영화 본사람들은 더 재미있을거다.' 라는 자신감이요.
일부러 연출한 이러한 것들이 영화의 가치를 높였다고 봅니다.
1 강병준  
  저도 박찬욱 감독님이 스스로 "복수 3부작"이라고
칭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복수 영화 3편을 만들겠다고
생각한게 아니란 것도 알고 있죠.
위에서도 쓴대로 세 영화가 진정한 시리즈물이 아닌 것도 알고 있고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까메오와 대사 인용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거죠.
결국 그 효용성에 대한 판단은 감독이 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할 겁니다.
1 정우성  
  전 그다지 무분별한 까메오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만..특히 착한 유괴, 나쁜 유괴는 대사인용의 문제로 볼것이 아니지 않나요. '복수'라는 같은 소재하에 같은 감독으로서 비슷한 가치관이 투영된것일뿐이죠. 그리고 복수 3부작은 올드보이를 제작할적부터 감독이 칭한것이 맞습니다. 복수는 나의것을 기획할때부터 생각해오던것이 올드보이로 이어지면서 입장을 발표한거죠. 
G 친절하긴  
  어이가 없다. 지금까지 리플 남긴 니들 알바냐?
1 BlooD  
  친절한 금자씨 개봉하자 마자 금새 '친절하긴'이란 닉넴까지 만들어놓고선
게시물마다 까대는 니가 더 타 영화사 알바로 보이는건 아니?
1 정우성  
  ...이영화가 구지 알바를 쓰면서까지 홍보할 필요나 있을거라 생각하쇼? ㅋㅋ
1 장문희  
  까메오의 출연을 전 박감독의 일종의 유머코드로 보았습니다. 감독의 말을 인용해보면
" '복수는 나의 것'에서 둘(송강호 신하균)은 서로 싸웠죠. 그런데 이번에는 오손도손 동료처럼 사이좋게 보이게 하려고 그랬던 거죠. 유머가 있지 않을까요. 더욱이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둘 모두 인민군 병사였으니까.
유지태는 '올드보이'에서 누나 손을 놔 버릴 때 소년시절과 교차하잖아요? '금자씨'에서도 아역과 교차하는 신에 나오고. 특히 유지태의 씁쓸한 표정에 중점을 뒀어요. '올드보이' 때도 지태랑 저는 그 표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마지막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최민식을 향해 "이 딱한 사람아, 왜 그러셨어요? 이런 짓을 왜 저질렀어요?" 하는 식의 그 불쌍해 하기도 하고, 조롱하기도 하는 복합적인 표정. 지태가 가장 잘 했던 연기죠. "

영화를 보면서도 계쏙 감독이 어떤생각으로 까메오를 사용했을거다 란 추측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집에와서 찾아보니 거의 들어맞는 추측이었습니다. 그리고 복수3부작 다음으로 박감독의 차기작은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다분히 SF필이 나는 작품입니다. 그다음은 흡혈귀가 나오는 '박쥐'구요.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들이죠;;
1 신동윤  
  지금 보고왔지만...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조조로봤는데도 아깝네요... 아일랜드가 10분전에 매진만 되지않았어도 ㅡㅡ;
전 글쓰신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특히 나래이션은 좀 짜증났음...
스토리도 좀 애매... 전체스토리해석해주실수있으신분있나요?
최민식 묻을때 이영애 씁쓸하게 웃고울고하는장면이랑 엔딩장면이 멀뜻하는건지요?
1 백가신화  
  저는 나레이션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레이션마저 없었다면 영 영화가 진행이 어려울것이라~
그리고 글쓴님 말처럼 영화가 끈어지는 것 같은~

나레이션이 그나마 이 영화를 살렸다고 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