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전쟁의 공포, 그 무서움에 대하여 + 화성인의 사망 원인 해설

영화감상평

[우주전쟁] 전쟁의 공포, 그 무서움에 대하여 + 화성인의 사망 원인 해설

1 유민수 4 1854 2
벌써 여기에 감상평을 올리는 것도 세번째입니다. 아무튼 영화 외에는 낙이 없는 직장인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올리게 됩니다.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은 웰즈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SF계에서는 엄청난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저는 어렷을때 SF를 너무나 좋아해서 많은 소설을 읽었고, 그때 기억으로 이 우주전쟁은 제가 손꼽았던 3대 명작 중의 하나였습니다.
H.G. 웰즈의 원작 소설은 "직지 프로젝트"에 의해 무료로 배포되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굵고 강한 선의 스토리 라인은 요즘은 느끼지 못하는 고전 SF의 맛을 듬뿍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의 처음 장면에서 나오는 나레이션은 실제 원작 소설의 맨 처음 시작과 같습니다.

"사람이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는 것처럼..."

으로 시작하지요. 실제 여기에서는 외계인을 화성인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만 영화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텍스트와 영상매체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감상했던 영화 우주전쟁은 [원작을 읽은 사람을 위한 영화]을 위해 만든것 같군요.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의 경우도 원작을 읽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였습니다. 사실 영상만으로 톨킨의 장구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죠.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 역시 원작을 읽고 공감할수 있는 사람만이 참맛을 느낄수 있게 만든 매니아성 영화라고 보실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 역시,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여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기본 스토리의 흐름은 비슷합니다만 아무래도 자동차가 일반화 되지못했던 시대의 소설이라 현재의 시대에 맞추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극적인 드라마를 좋아하는 스필버그 감독의 취향상 등장인물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해할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등장인물을 너무 심하게 손을 댄 나머지 개성을 느낄수 없는 "마분지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나중에 DVD가 나와 디렉터스 컷이 추가된다면 감독의 본래 의도를 알아볼 생각입니다.

아무튼 1898년 발간된 웰즈의 원작은 SF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실 패권주의가 횡행하던 그 시절의 불안한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한 소설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1914년 11월 일어났으니 전쟁을 예언했다고 말해도 좋을 겁니다. 특히나 당시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레이저 무기 등등의 발상은 웰즈의 뛰어남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탱크와 전격전, 전투기의 황금시대로 불렸던 2차 세계대전과 달리 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과 대포, 공중폭격의 시기라 볼수 있습니다. 특히 독일이 자랑했던 공중폭격 쩨펠린 비행선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실질적인 공폭용 항공기는 2차대전의 산물입니다. 1차 세계대전은 실험용에 그쳤던 항공기가 실질적으로 응용된 사례라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흐름과 기술발전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던 웰즈로서는 그러한 무기들의 편린이 소설 중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원작에서 화성인들이 비행선을 만들어낸 것은 작품 흐름상 상당히 후반의 것이고 그 이전까지는 보병과 포병들로 이루어진 상당히 평범한 편제였음을 알수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 대형 선박과 함포는 한 나라의 군사력을 나누는 가치판단 기준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자면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대구경 대포나 무기들도 상당수 제작되었지요. 하지만 이런것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소설가의 소재거리는 주위의 상황과 정보를 종합하여 만들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제일 중요한 것은 소설가의 관점, 즉 시점과 주제가 될 겁니다.

웰즈의 원작에서, 주인공은 영웅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이고 아내와 함께 끊임없이 도망치고 도망치며 전쟁의 혼란 속에서 두려워하고 울부짖으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씁니다. 주인공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화성인을 물리치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다는 목표였습니다. 또한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그러한 주인공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평범한 우리네들의 모습이라 할수 있겠지요.
스필버그 감독은 바로 이런 원작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려고 노력한듯 합니다. 비록 과다한 칼질과 이해 안가는 전개로 욕을 먹기는 했지만 "전쟁"이라는 공포 그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두려움만은 적절히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추가하자면, 바이러스로 인한 화성인의 죽음은 예견되었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원작에서 화성인의 구조에 대하여 설명한 부분에서 그 이유가 나오는데요...

"화성인은 위와 장이 없었다.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소화할 필요가 없었다. 그 대신 다른 생물의 신선한 피를 뽑아 그것을 자기 혈관에 주사하였던 것이다."

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즉, 화성인의 영양섭취 특성상 인간의 혈액에 있던 바이러스가 옮겨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AIDS(에이즈)를 아시죠? 이건 전문 용어로 "후천적면역결핍증"이라고 합니다. 즉, 면역체계가 소실되었기 때문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의해 병들고 공격받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에이즈 환자는 인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수 없는 대장균이나 기타 세균 및 바이러스에 의해서도 심각할 정도의 병을 얻어 죽어버리는 것이죠. 실질적으로 에이즈에 의해 죽는 에이즈 환자는 없습니다. 합병증 때문에 죽는 것입니다.

설령 신체 내의 세균을 모조리 없애버린다 해도 사람은 죽습니다. 인간의 창자에는 수많은 세균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세균들은 인간과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반대로 말해서, 장내 세균이나 신체 내 세균이 없으면 즉사할 수밖에 없는 병에 걸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항생제가 나왔던 초기에 이와 비슷한 실험이 이행되었습니다. 세균을 병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신체 내의 세균을 거의 박멸해버린 실험이었는데, 결국 그 분은 면역체계가 멀쩡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곱 구멍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쏟으며 죽었다고 합니다.

인간이란 하나의 오롯한 생물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지구와도 같은 하나의 거대한 생물체의 군집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피부를 확대해 보면 미시세계에서 살아가는 수천마리의 생물을 확인할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종류만 세어봐도 지구상에 살아가는 포유동물의 개체수 정도는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생각해 봤을때, 화성인이 바이러스로 죽어버렸다...는 것은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음...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져 버렸군요.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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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淸風明月  
  훌륭한 평이군요..원작에 정말 충실한 영화엿죠..
1 조상현  
  아...이제 이해가 되네요^^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ㅋㅋ
2 이정호  
  해설 + 평 잘 읽었습니다 ~
님 같은분들이 여곳을 많이 찾아주시면 좋겟네요 .
저는 머 여기 자주 들르진 않치면 최근 본 글중에서 최고내요 ~ 왕추천 ~
1 뿡뿡이  
  추천~ ^^
아니 코멘트는 10자 이상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