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의 복수? 아니, 시스의 음모...(스포만땅)

영화감상평

시스의 복수? 아니, 시스의 음모...(스포만땅)

1 유민수 1 2010 6
스타워즈에 대한 이야기가 아래로 쭈욱 있고, 또한 어둠의 경로로 많이 퍼져 있으니 스포일러성 단어는 양해해 주십시오.

이 글은 제가 느낀 스타워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시스의 음모...입니다. ^_^

에피소드 1편에서 3편까지 스토리의 큰 흐름은 시스 로드가 은하계를 상대로 세워놓은 거대한 음모의 수레바퀴 안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콰이곤-오비완 사제간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그 틈에 들어간 양념 정도로 느껴질 정도로 사실 영화 안에서 비중은 그리 크지 못합니다.

생각해보면 다스 시디어스의 능력은 대단하다 못해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손끝에서 번개를 쏘는 능력이 대단한 것이기 보다, 전 은하계를 상대로 수십년의 음모를 세우고 그것을 이중삼중의 트릭을 써가며 숨긴다음, 제다이가 트릭을 깨부수면 깨부술수록 본래의 목적을 쟁취하는 능력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닮고 싶은 능력입니다.)

에피소드 1에서, 이야기의 줄기는 나부 행성과 무역연합 간의 알력에서 시작합니다. 실질적으로 무역연합은 다스 시디어스에 의해 장악된 상태였고 나부 행성을 압박하여 무역로를 독점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트릭에 불과했고, 진실된 목적은 시스 로드, 팰퍼틴 의원이 의장으로 추대되는 것이지요.

사실 무역연합이 나부 행성을 공략하고 아미달라 여왕을 구류하는 장면은 음모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순리를 따르지 못한 침공이 의회에서 인가를 받을것인가의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제다이에 의해 처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니까요. 시스 로드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역연합의 수장들을 시켜 무리수를 두게 만들었고, 자신이 의장에 추대되는 동안 뒤처리를 제다이에게 넘겨버린 것이라 할 수 있죠.

제다이, 정확하게는 콰이곤과 오비완에 의해 나부 행성이 안정되었을 무렵 팰퍼틴은 새로운 음모를 꾸밉니다. 그 첫번째는 클론의 군대를 조직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무역연합의 로보트 제작능력을 이용해 분리주의자라는 가상의 조직을 만들어간 것입니다. 즉, 이 음모는 기본적으로 10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동안 팰퍼틴 의장은 공화국에 어울리는 위대한 정치가의 모습을 연기합니다. 더불어 자신의 충실한 꼭두각시가 되어줄 두쿠 백작을 포섭하게 됩니다.

에피소드 2의 이야기 줄기는, 아미달라와 아나킨의 러브스토리가 아닙니다. 영화는 러브스토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아마도 다스베이더에 대한 배려인듯) 실질적인 스토리 라인은 분리주의자들에 의한 전쟁의 시작과, 그 양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 2에서 아미달라는 암살의 위협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암살 청부 대상자는 잘 아시다시피 클론 군대의 모체라 할 수 이쓴 "장고 팻"입니다. 자, 여기에서 왜 장고 팻이 아미달라를 암살해야 했을지 생각해 보시면 시스 로드의 대단한 잔머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미달라가 암살의 위협을 받았을때, 호위로 오비완과 아나킨을 붙여준 인물이 바로 팰퍼틴 의장입니다. 즉, 애초에 아미달라를 암살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뛰어난 제다이 기사였던 두쿠 백작에게 시켰어도 충분한 일을 일부러 장고 팻에게 시키고(그것도 두번 세번 실패하도록 뜨내기까지 써가며 말이죠) 결과적으로 오비완에게 클론 군대의 존재를 알리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분리주의자들의 전쟁, 드로이드 군대로 이루어진 두쿠 백작의 반란은 기존의 군대나 제다이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사태지요. 그러한 혼란은 점차 팰퍼틴 의장에게 권력의 집중을 가져오게 하고 대항마 내지는 해결원칙으로 오비완이 발견한 클론 군대의 제작과 사용을 정식 인준하게 됩니다.(즉, 마스터 사이퍼디아스라는 존재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든가 여러가지 작업은 이것을 위한 사전 짓거리라 볼 수 있지요.)
제다이는 클론 군대를 사용해 드로이드 군대와 싸우고 그들을 변경의 행성까지 몰아붙입니다. 이로서 팰퍼틴 의장은 권력과 무력이라는 두가지의 절대능력을 손에 쥐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드러나버린 꼭두각시인 두쿠 백작 대신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새로운 제자를 눈독들이게 됩니다. 바로 이 제자가 아시다시피 아나킨 스카이워커입니다.

에피소드 3에서 팰퍼틴 의장의 꼼수는 극에 달합니다.
제아무리 선을 행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 해도, 전쟁 통에서 언제나 깨끗한 행동만은 할 수 없는 법입니다. 제아무리 다른 사람을 위해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는 제다이라 할지라도 클론 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벌이고 있노라면 권력에 대한 향수는 물론이고, 다른 행성의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게 됩니다. 즉, 클론 군대는 의회가 소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무력을 휘두르는 자는 제다이니까요.
에피소드 3에서 "제다이의 반란"이 그렇게 쉽게 납득되었던 것에는 팰퍼틴 의장의 그런 분위기 조성 및 물밑 작업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팰퍼틴 의장이 그렇게 둘러댄 것만으로도 납득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른 행성의 의원이나 지도자들조차 제다이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반증이니까요.

공화국을 제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충돌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나폴레옹이 제정시대로 접어들때, 그의 황제 즉위를 가장 찬양했던 부류가 프랑스 혁명을 일으켰던 시민계급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다시말해 민주주의에서 시작했어도 그 끝이 반드시 민주주의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중우정치의 극치라는 자유민주주의는 다시말해 여론의 방향에 따라 극단적인 제정주의나 전체주의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한 법입니다.
의회와 원로원으로 구성되었던 과거 로마가 결국 제정으로 돌아버린 것도 비슷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역사는 반복된다는 거죠.)

에피소드 3의 스토리 라인에서 시스 로드의 목적은 바로 공화정을 제정으로 전환시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대상은 첫째가 제다이, 둘째가 이제까지 써먹었던 분리주의자들입니다.
에피소드 3의 초입에서 아나킨의 손을 빌어 두쿠 백작을 처단한 것이나 마지막에서 분리주의자들을 싹쓰리 해버린 것, 그리고 일부러 분리주의자들의 회합 장소를 제다이에게 알려 깔끔하게 치워버리게 한다던지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된 전쟁에 제다이들을 나누어 진압하게 한 솜씨는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제다이의 손을 빌어 분리주의자들을 정리하고, 그 제다이는 공포조성의 배경이자 실질적인 무력인 클론 군대를 시켜 처단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포를 바탕으로 제다이의 퇴출을 공식화 해버린 시스 로드의 음모는 정말이지 끔찍함을 넘어 예술의 경지라고 할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자신을 대신해 제국을 이끌 사냥개인 다스베이더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갖고 노는 그 능력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즉, 여기까지가 시스 로드가 황제가 되어 은하계를 지배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 전투도 있었고 칼부림도 있었지만 은하계를 상대로 시스 로드가 펼쳐놓은 음모의 줄기는 정말이지 멋지기 그지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황제가 된 이후에는 아예 생각하기를 그만둬버렸다는 것입니다.

에피소드 4에서 핵심은 루크 스카이워커의 성장입니다. 레이나 공주를 만나고 한 솔로와 동료가 되며 반란군의 불씨가 되는 것이죠. 사실 에피소드 4에서 시스 로드나 다스베이더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그냥 나쁜놈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에피소드 5나 에피소드 6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하계를 상대로 엄청난 계획을 세웠던 황제답지 않게 모든 일을 다스베이더에게 떠넘겨버렸다던가 뒤에서 물러나 구경만 했다는 것이 어쩌면 정권을 잡은 이후에 만사가 귀찮아져 그랬을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에피소드 3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베이더가 되었듯, 에피소드 6에서 다스베이더는 다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되어 돌아옵니다. 그러고보면 다스베이더는 매우 일관된 성격의 인물입니다.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은 있으나 자기 주변의 사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평범한(?) 인물인 셈이죠.

만일 에피소드 6에서 다스베이더가 황제를 던져버리지 않았다면 영원한 제국의 시대가 왔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그런 시대가 더욱 기대가 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에피소드 3를 보고 난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지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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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노루표  
  스타워즈라는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 이글을 보고,
다른사람들 앞에서 스타워즈에피소드를 모두 봤다고,
스토리를 얘기할수 있을 정도로 정리를 잘하셨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안보신분들이 유민수님의 글을 읽고
영화를 보면 내용전개가 더 수월할듯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