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빠지게 한다.

영화감상평

<지우이>관객을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빠지게 한다.

1 박천영 0 1868 0
95분 / 스릴러, 호러, 드라마 / 태국


ㆍ 감독
니다 수다스나,Buranee Ratchaiboon


ㆍ 주연
두안 롱,찻차이 플렝파니치,프렘시니 랏타나소파르



관객에게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영화.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직후의 이야기이며 태국에서 있었던 아동 연쇄살인범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 살인범의 내면의 변화와 고통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에 중국 또한 피폐한 상황인지라 먹고 살기 어려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리후이(지우이)는 태국으로 밀항하여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지만 그곳은 자신이 기대하며 꿈꾸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입국심사-이렇게 부를 수 있다면-에서부터 일은 틀어지기 시작하여 그의 앞에는 멸시당하는 힘없는 이방인 노동자로서의 울분과 고통에 찬 나날들만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장밋빛의 꿈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성인들은 물론이고 철없는 아이들에게까지 수모와 괴롭힘을 당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단지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소망만이 그의 간절한 바람이 된다.
리후이는 고난 속에서도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지만 정말 조금이라도 그의 뜻대로 되는 일이라고는 단 한 가지도 없어서 모든 상황은 그를 점점 더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붙이며, 유일하게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던 두 번째 고용주의 어린 소녀아이를 과거 전쟁에 참전했을 당시의 괴로운 꿈을 꾸다가 잠결에 실수로 목을 졸라 죽이게 되면서 그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한 가닥의 인간의 존엄성이 끊어지게 되고......, 그로부터 얼마 후에 그의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시작된다.

주위의 상황들이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리후이를 몰아가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또한 지병(천식/폐병)이 있었고 그로인해 많은 제약을 받은 것도 원인이 되었으니, 벼랑 끝에 몰린 그는 병이라도 고쳐서-중국에는 예로부터 먹을 것이 없어서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여기저기 남아있으며 또 몸에 있는 장기중의 어느 부위가 아프면 그 부위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민간의 속설이 널리 퍼져있어서 국법을 어겨 사형당하는 죄수가 있는 경우에는 여러 병자의 가족들이 그 시체에 달려들어 배를 가르고 원하는 부위의 장기를 꺼내가는 일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리후이가 어린 시절에 중병에 걸리자 그의 어머니도 그런 행동을 했었다- 어머니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과 자신을 멸시한 자들에 대한 원한과 분노를 담아 어린 아이들을 유괴하여 살해하고 내장을 꺼내서 달여 먹게 된다. 여기서 아이들이 범죄의 대상이 된 것은 성인을 상대하는 것보다 손쉬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장기 또한 오염되지 않은 싱싱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분명히 용서받지 못할 죄를 범하는 인간의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그려내고 있지만, 또한 그에게 일말의 연민과 동정을 금할 수 없게 한다. 리후이가 겪는 온갖 고초와 설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를 악으로만 생각할 수 없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그것은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의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감상 후에는 호러장르의 영화를 보았다는 느낌보다 한 인물에 대한 다큐적인 드라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으며, 일반적인 공포영화와는 다르게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 후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되는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기도 하다.

절대로 저지르지 말아야할 죄를 범하는 인간을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를 악으로만 단정 짓고 몰아붙이기도 어려운 이중적인 감정이 생겨나게 되었으니, 정말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라는 격언이 뜬금없이 떠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었으며, 영화자체의 완성도면에서도 상당한 수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ps: 이 영화는 아이들을 살해하는 장면과 파헤쳐진 장기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등의 상당히 하드고어적인 영상을 담고 있으니, 이쪽에 약하신 분들이나 기타의 분들은 감상을 자제하시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ps2: 현재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ps3: 다른 감상문에도 지적이 되었듯이 기자로 나오는 여배우가 연기는 웬만한데도 옷차림이 조금 깨는 분위기가 있지만, 요즘 제작되는 태국영화들의 일취월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으므로 그냥 애교로 보고 넘기자^^

****http://kr.blog.yahoo.com/hugo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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