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孔雀;peacock)

영화감상평

[영화] 공작(孔雀;peac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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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영화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영화는 왜 이러이러한 제목을 붙였을까. 생각해 보면, 이런 문제는 영화가 탄생하기도 전에 생겨난 일종의 ‘광고 심리’에 속하는 것이겠지만, 다매체로 가득 찬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글로 쓰여진 소설이나 수필보다 자신이 고른 혹은 고르려는 영화의 제목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비교적 많을 것이라 추측한다. 개중에는 영화의 제목과 그 내용이 큰 관련성을 지니지 않는 예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영화의 내용과 그 제목은 말미末尾의 연관성이라도 함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꾸창웨이[顧長韋] 감독의 공작(孔雀;peacock)이라는 영화는 감상하기 전이나 그 후에도 영화 제목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일단 공작孔雀이라는 이 조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그 화려한 무늬의 날개에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작 스스로 그 날개를 펴고 자신의 화려함을 뽐내는 일이 그리 흔치 않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보통 동물원에 가면 여러 가지 동물의 모습을 구경하며 신비함을 느끼곤 하는데, 유독 공작 앞에 서면 자신에게만 특별히 그 날개를 보여주길 원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등장 인물들이 차례로 공작에게 ‘날개를 펴 보라’며 노래도 부르고 박수를 쳐 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이 영화는 70년대와 80년대 사이, 중국의 하남성河南省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나는 한 가족의 생활상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물론 영화의 특성상 평범함을 묘사하기 보다는 그들의 돌출적인 언행에 초점을 맞춰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과장이라기 보다는 당시 중국을 살아가는 인민人民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동시에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정신적으로 지체遲滯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맏이와, 자신의 높은 이상을 실현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둘째, 그리고 이들을 보며 일종의 허탈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막내의 이야기는 많은 꿈들을 희생하고 포기하며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참고로,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대사가 하남성의 방언으로 구성돼 있는데, 영화의 분위기에서 살펴 보자면 이는 당시 일반 인민들의 소박한 생각과 언행을 더욱 효과적으로 묘사하는 감초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둘째 역을 맡은 짱징추[張靜初]는 그 유명세有名稅를 톡톡히 치러, 지금은 중국의 주목 받는 연기자 중 하나로 발전하였으며,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은상을 수상한 꾸창웨이 감독 역시 예전 조감독의 수준을 탈피하여 현재는 역시 대륙에서 주목 받는 예술인으로 인정 받고 있다. 매스컴의 힘이란 참으로 막강한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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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5개 만점) ★★★★☆

-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최대한 즐거운 마음으로 회상하려는 감독의 노력이 빛난다






* 사족을 달자면, 이 영화를 통해 난 처음으로 영화 자막을 만들어 보게 됐다. 자막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그 과정이 만만치 않으리란 걸 예상하곤 있었지만, 이토록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임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 일단은 실수였다. 또한, 스스로 DVD에서 영화 파일을 추출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과정에서 겪었던 수 많은 시행착오가 오히려 나에게는 소박한 기억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일종의 개인적인 낭만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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