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롤] 내 어깨 위에 떨어진 피 한 방울

영화감상평

[콘트롤] 내 어깨 위에 떨어진 피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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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롤] 내 어깨 위에 떨어진 피 한 방울

오호라! 이런 가공할 B스러운 작품이 좋다. 아니 반갑다. 오랜만에 레이 리요타의 광기어린 눈을 볼 수 있고 이제는 힘이 빠진 듯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윌렘 데포우, 거기다 날것 마냥 살아 숨쉬는 반항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던 미쉘 로드리게즈까지. 영화는 현대 사형제도라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보복론'에 반기를 들고 '보복에서 치료' 라는 '재사회화론'을 유치하지만 긴장감 있게 설파한다. 오. 진정 정치적인 영화란 말인가?

아쉽게도 <데드 맨 워킹>같은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사형제도에 관한 영화는 아니란 말씀. 그러면 어때서? 진지한 고민만이 고민은 아닌 법. 아주 가볍게 한 인간이, 범죄자가 다시 재사회화 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렇지 못한지를 필름을 지켜보면 된다. 팀 헌터 감독은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한 동안 뜸 했었지. 멧 딜런의 하이틴 로맨스 물 <텍스>를 거쳐 키아누 리브스의 초창기 시절 무척이나 어설픈 반항아 모습을 보여주었던 <리버스 엣지>라는 작품은 절대 그냥 지나칠 작품이 아니었다.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산자들의 광기와 구원을 담고 있는 이 불균질한 필름은 롭 라이너의 <스탠 바이 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철학적인 성장 영화였다. 암. 그렇지. 그랬던 그가, 고만고만한 TV물을 만들다가 뜬금없이 들이민 이 B스러운 액션 스릴러는 어쩐지 기대 반 우려 반을 갖게 만드는데 결과 물도 그 기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극악 무도했던 범죄자를 살려낸다. 그 범죄자인 리레이는 코플랜드 박사의 도움으로 성격이 범죄형에서 범생으로 개조되는 약물 개발의 실험용 인간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점점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리레이는 박사와의 우정도 쌓으면서 직업도 갖게 되고 여자 친구까지 덤으로 챙기게 된다. 이어 영화가 심심해지려고 하면 뜬금없이 총격전이 시작되고 리레이는 어쩔 수 없이 액션 영웅의 흉내를 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말. 리레이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결론은 이렇다. 범죄자는 재사회화 될 수 있다. 아니 그것은 어떤 약물이나 훈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당사자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아주 도덕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론을 내려주고 있다. 보기엔 좋지만 절대 믿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이 작품이 은근히 말하고 있는 것은 이런 시스템의 중심엔 언제나 권력의 엘리트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교화 시키고 그들이 재사회화의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범죄자라는 노획물을 둘러싼 권력들의 경쟁. 이런 인간적으로 보이는 형벌은 권력의 필요에 따른 것일 뿐 알고 보면 권력은 더 강하고 세련된 형태로 우리를 체제순응적 존재로 길들이고 있다는 것이지. 나름대로 애썼으나 내면적으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그래도 긴박하게 시작하는 초반부의 SF적인 설정과 이후 암울한 느와르풍의 재미와 함께 액션을 감상하고 억지로 들어가 있는듯한 감동적인 부분도 있으니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용두사미의 거슬리는 의미가 문제긴 하지만.

콘트롤 (Control, 2004)

ⓒ codei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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