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의 '쿵푸 허슬'

영화감상평

주성치의 '쿵푸 허슬'

1 구르는번개 3 5682 16
'쿵푸 허슬'을 보면서 매트릭스가 연상되더군요.
어찌보면 당연하지요.
검은 양복을 입은 조폭패거리나 그들과의 격투씬이 매트릭스를 패러디 한 장면이니까요.
하지만...
주성치가 단순히 '매트릭스'를 패러디 했다고만 생각치는 않습니다.
오히려 '매트릭스'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매트릭스'의 격투신...화려한 CG와 카메라 워크로 관객을 매료시켰지요.
그런데 그런 격투신이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할지 모르지만,
어릴때부터 중국과 국내 무협 영화, 만화, 소설에 익숙한 동양인 관객들에겐
크게 어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건 그 격투신이 화려하기만 할 뿐 무협이 제공하던,
단순히 내지르는 주먹질, 발길질이 아닌 동작 하나 하나에 담긴 철학,
그런 동작 속에서 우러 나오는 캐릭터의 기(氣)나 정신 같은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성치의 '쿵푸 허슬'에선 그게 나옵니다.
단순히 '매트릭스'를 패러디 한 게 아니라, 매트릭스 제작진에게 마치
"니네가 만든 영화에서 부족한 게 뭔지 내가 보여줄께!" 라는 주성치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조폭이 고용한 두 명의 살수가 펼치는 금음(琴音)을 이용한 음공,
주인 아줌마가 펼치는 사자후,
주인 아저씨가 펼치는 태극권(이라고 보여지더군요),
마지막 악역 캐릭터가 펼치던 '영웅문'의 동사 구양봉의 합마공을 연상케 하는 무공,
주성치의 소림 무공과 여타 캐릭터들의 무공들까지...
무협이란 쟝르가 얼마나 화려할 수 있는지 아낌 없이 보여줍니다.
'가장 한국적인게, 가장 세계적이다' 라는 말이 있지요.
마찬가지로 '가장 중국적인게, 가장 세계적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국적인건 무협입니다.
지금까지 무협을 이끌어 왔던 대표적인 배우들은 이소룡, 성룡, 이연걸 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소룡은 고인이 되었고...
성룡과 이연걸은 세계 시장에 나가면서, 자신들의 색을 잃었습니다.
성룡과 이연걸의 영화에선 더 이상 무협을 보기 힘들죠.
그들의 무협은 이제 영화 속에서 간혹 부리는 '재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코미디 배우 정도로 치부되어 왔던 주성치가 무협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아니, 코미디 배우라고 평가 절하됐기에 그의 무협이 빛을 보지 못했다고 보는게 맞겠지요.
사실 몇 년 동안 그의 작품에서 무협이 빠진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아마 그의 작품 속에선 코미디와 무협의 경계점이 모호했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이번 '쿵푸 허슬'에선 코미디보단 무협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소림족구'같은 폭소를 원하는 관객들에겐 실망을 안겨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어쩌면 수입사도 '소림족구'같은 폭소를 바랬을지도...실망했겠습니다.ㅡㅡ;;)
하지만 액션적인 면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매트릭스같은 헐리웃 액션에 식상한 분들에게, 주성치가 무협을 통한 파괴의 미학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주성치 영화 속에서 나오는 특유의 과장된 특수효과나 CG도 주성치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그리 큰 흠이 되지도 않구요.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겐 삼류 영화같이 보이는 면도 있지요.)
무협이란 쟝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줍니다.
어쩌면 다음 작품에선 명작인 '서유기'를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주는 작품이
이번 '쿵푸 허슬' 이었습니다.^^

※ 자막 없이 본 관계로 캐릭터 이름이나, 무공의 명칭등 많은
부분을 빼먹었습니다. 이해해주시길...^^;;;
두서 없는 감상평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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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G 오뚜기  
  주성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따뜻한 감상평 잘봤습니다.^^
그리고 평을 읽고 나서 쿵푸허슬이 더욱 기대될 정도로
멋진 글을 올리셨네요.

특히 매트릭스제작진에게 한수 가르쳐 준다는 문구에서는
시원한 기분마저 듭니다.^^

저는 오히려 주성치의 무협을 원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소룡 매니아인 주성치는 매일 2시간씩 무술을 연마하고 소림축구에서 간간히 보여주는 그의 발차기는 수준급이었습니다.~
물론 그의 유머를 빼놓으면 주성치영화가 아니죠^^
1 김은석  
  처음 주성치영화를 보곤 별로라고 생각해서 안봤지요 .그냥 패러디라고 무시하는 저의 짧은 소견이 있었거든요
시간이 지난후 다시 주성치가 주연으로나오고 감독을 맡은 소림축구와 같은 여러영화를 다시 보게됐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참 재미있고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사생활이야 뭐 인기가 있어서 그런말들이 나온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가 영화에 대한열정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더군요 . ^^*
저도 허슬을 보기만 했지 언어능력이 안되서 대부분의 해석은 못하고  보기만 했습니다. ^^;;
하지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잼있더라구요.
뭐 전문가가 아니라서 전문용어로 어떻게 길게 쓰지는 못하겠지만
전 추천합니다 . 한번 시간내서 감상하시길..... ^^
그럼 즐감하세요
1 김한결  
  저도 주성치의 영화들을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뭔가 제 맘에 걸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지나친 영웅화와 우연성입니다. 사람들은 다들 영웅을 바라고 거기서 대리만족을 얻습니다.
주성치의 작품들은 여기서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토리에 크게 관계없지만 마지막을 장식한 사탕을 든 소녀도 얼굴마담으로 나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중들이 호응할 수 있는 영화임엔 틀림없으나 예술적으로 가슴에 남는 부분은 적은 것이지요. 이런 부분때문에 가슴에 남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