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액션만 보이고 사람은 안 보인다.

영화감상평

바람의 파이터. 액션만 보이고 사람은 안 보인다.

1 가륵왕검 0 2116 12

극진가라데의 창시자 최배달을 소재로 한 영화 [바람의 파이터]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육체의 극한에 도전한 한 사내의 정체성 찾기인가 조선인이라고 차별을 받던 그에게 민족이라는 이름을 덧입히기 위함인가.

혹은 극진 가라데의 우수성 증명하기나 최배달의 인간성 미화하기인가?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명확하게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것이 없다.

이야기의 도입부터 혼자만의 고행에 다다르는 과정까지는 진짜 최배달의 삶이 그러했다 하더라도 지극히 평범하다.

최배달을 돕는 친구 하나.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 그를 깨우치는 스승의 존재와 위기에 몰아넣는 적까지.

이는 드라마 야인시대부터 이소룡의 정무문까지 수도없이 울궈먹은 설정이자 인물 배치다.

그 중에서 스승의 억울한 죽음으로 인하여 최배달이 무도인으로서 각성한다는 것은 안일함까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 실제에 기준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풀어내는 방법은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이러한 도식화된 태도는 일제시대의 상황묘사에도 나타나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아는 상식에서 조금도 비켜나지 않는다.

단지 최배달의 행동에 동기부여를 하거나 고통을 주는 수단으로 존재할 뿐 각자의 독립적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등장하는 일본인들 역시 개별적인 사연 대신 일본의 우월성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단순한 악으로 설정한다.

그렇다보니 이야기의 풍부함과 긴장감은 찾을 수 없고 오직 최배달이 어찌 될지에만 매달리게 된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될 것은 최배달이 한 도장깨기의 의미인데 거기에 민족이라는 개념을 엇댈 수 잇는 것일까..

영화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조선인으로서 존재를 증명하기 위함이 아닌 최배달 개인에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가 강해지고자 하는 이유와 목적은 사적인 연유가 우선이며 일본사회라는 주류 시스템에 속하고자 하는 의식의 발로다.

동시에 사랑하는 여자에게 바치는 수컷으로서 자존심이기도 하다.

강한 것에 매료되는 일본인들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이용한 것일리는 없겠지만 최배달의 도장깨기는 일본인 아니라 조선인이라는,

확고한 구분을 지어두기 위함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서투른 민족의식 이전에 절박한 생존의 문제. 자신이 딛고 사는 터전에서의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그의 판단과 행동을 비판할 수는 없다.

영화의 시선이 그의 행동을 통해 민족적 자존심을 느꼈을 조선인들에게 가 있는 것이라면 그러한 장면이 왜 나오지 않는 것일까.

최배달이 가진 역사적 인물로서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면 그에게 반응하는 조선인들의 감정을 왜 나타내지 않았느냔 말이다.

그저 콧대높은 일본인들을 차례로 박살내는 최배달의 모습에만 집중한 것은 무술액션영화라는 장르적 특징에만 충실하겠다는 단순한 계산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만은 그리 실패적이진 않은 듯 하다.

배우 양동근의 고생이 절절히 느껴질만큼 격투장면은 힘과 역동성. 그리고 땀의 열기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극진가라데라는 무술의 파괴력을 어렴풋히나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승부가 단 몇합에 끝나는 과정을 일괄적으로 보여주는데 마지막 가토와의 대결에만 공들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후반부에 등장하는 살인을 저지른 최배달의 갈등 장면은 빼는게 나았지 싶다.

친구 춘배로 나온 정태우나 요우코 역의 히라야마 아이. 두 사람의 연기 할말 없다.

대신 범수 아재로 나온 정두홍과 가토 역의 가토 마사야. 이 두 사람의 카리스마 연기와 액션은 때로 양동근의 그것을 능가한다.

아무튼 간만에 나온 선굵은 무술액션영화이긴 하지만 이야기 구조에 대해 싶도있는 고민이 부재했던 것 같다.

이후 만들어질 최배달과 같은 시대에 얽혀졌던 또다른 인물 역도산의 일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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