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 장면 - [키즈리턴]

영화감상평

인상적 장면 - [키즈리턴]

1 이덕형 1 194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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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노 다케시가 자신의 사춘기를 회고하며 써내려간 자전적인 시집 <키즈리턴>. 키타노 다케시는 자신의 시로 동명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93년 <소나티네>로 남자들의 처절하면서도 단순한 세계, 피가 난자하지만 순수한 세계를 보여준 그가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온기를 잃지 않은 시선으로 사춘기를 회상한 <키즈리턴>은 진한 감동을 준다.


[신지-안도 마사노부]는 쌀배달을 하다 옛 친구 [마사루- 가네코 켄]을 만난다.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물어보다가 그들의 고교시절로 향하는 카메라. 건들거리는 [마사루]와 그가 가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지 함께하는 [신지]가 보인다. 그들은 학교에서조차 포기한 사고뭉치들이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 모르는 평범한 사춘기의 고교생일 뿐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아무도 그들에게 미래를 보여준 적이 없기에, 조언을 해준 적이 없기에 그들은 곁눈질로 본 주위 어른들을 흉내 내고 있을 따름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선생들을 골탕 먹이고, 바보스럽게 어른 분장을 하고 성인전용 극장에 숨어들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날 학생들을 삥(?)뜯던 [마사루]는 피해학생들이 데려온 한 남자에게 혼쭐이 난다. 그 이후 복싱을 배우기로 결심한 [마사루]는 [신지]를 데리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며칠이 지나고 [마사루]는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신지]에게 스파링에서 카운터펀치를 맞고 지고 만다.


‘아 이것도 안 되는구나’


[마사루]는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며 [신지]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여기에서 나는 [마사루]의 기분이 어떨까 상상해본다. 자신이 처음 선택한 미래, 그것이 물론 자기를 때린 그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한 선택이었음에 틀림없지만 자신의 날개가 꺾였을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것이 자신이 진정 친구지만 얌전한 샌님이었다면. 그래서 [마사루]는 야쿠자의 세계로 발을 들여 놓는 것일게다. 어린 그가 보기에 야쿠자는 강한 마초들이 모여 있는 세계에 살고 있는 진정한 남자들이며, 그들의 보스는 아랫 사람을 잘 챙기는 남자중의 남자로 보였을 테니까.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두 아이. [신지]는 챔피언을 향해, [마사루]는 야쿠자 보스가 되기 위해 다시금 꿈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치 않다. 여린 그들이 살아내기에 세상은 그렇게 평탄하지 않으며, 어린 그들이 성공의 열매를 따먹기에 나무는 낮지 않았다.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체육관 선배의 말에 컨디션이 엉망이 되어 [신지]는 링에서 쓰러지고, [마사루]는 야쿠자 보스들에게 한 실수로 인해 린치를 당해 길바닥에 쓰러진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어른들의 사회로 가녀릴 날개 짓을 하던 아기 새의 날개가 부러져버린 것이다. 그만큼 세상의 바람은 강했고, 장애물은 많았던 것. 어른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날개 짓 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줬다면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일어난다. <키즈리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다름 아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오랜만에 조우한 [신지]와 [마사루]는 옛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함께 타며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이제 끝난 걸까?”


“우리 아직 시작도 안했잖아.”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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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김정군  
  끝내주는 작품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