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헤드. 일본산 재앙영화.

영화감상평

드래곤헤드. 일본산 재앙영화.

1 가륵왕검 9 4139 0
일본영화의 상업적 소비력이 더 나은 지지기반을 가질거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를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다른 미디어에서 검증된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장점이 늘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신조인간 캐샨이나 데빌맨같은 고전 애니메이션들이 실사화되는 것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일들이다.

이러한 실사판들의 특징은 원작에서 이미지와 중심 플롯만을 차용한 뒤 작금의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 그래서 흔히 생각하게 되는 위화감을 최소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즉 캐샨과 데빌맨은 사이보그와 악마족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을 돕는 딜레머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만을 가져온 뒤 새로운 시점에 맞춘 것이다.

이는 어쩌면 이미 오랜 특촬물을 만들어온 경험과 CG기술이 맞물려 헐리우드와는 색다른 SF영화들을 양산해내는 결과물로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에 덧붙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양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쏟아지는 일본의 만화들이 바로 실사화가 될 여지 또한 클 것이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모치즈키 미네타로의 원작만화 [드래곤 헤드]가 영화화된 것은 작년의 일이다.

잠시 대니 보일의 변종 좀비영화 [28일 후]에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고 이야기가 됐던 이 만화는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던 중 고등학생 세명에게 닥치는 거대한 재앙과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링 - 라센]을 만든 이이다 조지가 영화화 했다고 한다.

실사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원인모를 지진과 폭발로 무너져 내린 터널에 깔린 신간센과 그 안의 수많은 시신들의 이미지다.

주인공 테루와 이지매를 당하던 나약한 노부. 그리고 운좋게 살아남은 여학생 사토 외에 사방 곳곳에 널부러져 있는 시신들은 상황이 주는 폐쇄적 공포와 함께 보는 이의 신경을 건드린다.

그리고 어디에도 쉬이 희망을 가져 볼 여지가 없는 화면의 구성은 이후 영화내내 이어진다.

테루와 사토는 자신들이 구조 될거라고 믿지만 노부는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의 시체를 짓이기며 차츰 미쳐간다.

그러면서 벗어나려는 둘에게 노부는 이 안이 안전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이윽고 다시 터널이 무너지면서 테루와 사토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 본 세상은 맑은 햇빛과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이 아닌 온통 화산재로 휩싸인 지옥도의 광경이다.

하늘은 회색구름으로 잔뜩 덮혀있고 모든 생명체는 사라져버린, 노부의 말처럼 차라리 터널 안이 나았을 끔찍한 모습들이 펼쳐진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했다는 이 장면들은 CG의 어설픔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스케일이나 살풍경함에서 헐리우드의 웬만한 재난영화 수준은 되보인다.

아무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테루와 사토는 어딘가에 사람들이 있을거라는 새로운 희망으로 길을 걷는다.

이후 이어지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어느정도는 익숙해진 재난영화의 공식에서 한참 멀어진다는 것이다.

흔히 등장하는 영웅도 없고 구하거나 구해야하는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절망적 조건들 중에서 어느 하나도 확연히 해결되는게 없는 상황들 뿐이다.

물론 이성을 잃은 이들에게 살해당할 위기에서 구해주는 자위대원이나 도쿄로 가는 핼기에 태워주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들 역시 다시 이어지는 비극에 의해 안도감은 사라져 버린다.

원작만화의 입장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나 감독 이이다 조지는 처음부터 재난에 대해 어떠한 해결책이나 논리적 타협점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지구의 자기장축이 무너지면서 맨틀에 균열이 생겼다는 가설을 내세우긴 하지만 그 또한 미쳐가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쓰여진다.

이렇듯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는 재난이라는 배경은 한숨 돌릴만한 공간이나 믿을만한 사람이 없는 위기의 연속.

인간 본연의 심리에서 섣부른 희망의 개입이 없는 나약함과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려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것이 테루와 사토의 이성과 삶에 대한 끈질긴 의지여야 하며 그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당위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그러한 의도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제 몫을 다 했는지는 의문이 생긴다.

특히 사토역을 맡은 사야카라는 배우. 원래는 가수고 이게 영화 데뷰작인 모양인데 참...

좌우지간 우여곡절 끝에 도쿄로 가게 되는 테루와 사토지만 거기에도 이렇다할 희망은 있지 않다.

그나마 목숨을 건진 인간들은 감정을 말살시키는 음식을 먹고 산송장들이 되어간다.

물론 테루와 사토는 그 음식을 먹지 않지만 그들에게 닥치는 최후의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직 인간이고 둘이 있기에 모든 걸 포기하지 않는다는 뭐 그런 결론이 마지막인 듯 하다.

그런데 그런 결론을 위해 두시간동안 지독하게 기분 뒤숭숭한 장면만을 보여줘야 할까.

하긴 아예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기위해 뇌에서 그 부분을 제거한 쌍동이 꼬마의 모습이 가장 끔찍했다 싶다.

적어도 일본인들에게는 이 영화가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잊혀지는 영화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아는 재앙은 아직도 현재진형형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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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G 료코땜에  
  만화책을 한번 보시죠.
이토준지 시리즈에 버금 갈정도로
메스꺼운 분위기 -_-;
1 가륵왕검  
  음..원작은 호러에 가까운 모양이군요..

이토 준지 만화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매번 엉망이던데 말입니다.

말씀대로 기회가 되면 보도록 하지요,
1 윤정일  
  원작의 재현에 충실했지만, 각색한 28일후가 원작의 본질에 더 충실했다고 봅니다. 일본애들 성실하게만 만들 줄 알지 상업영화에선 개성이 무지 약하네요.
1 김정군  
  28일후 보면서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돈주고 사온건가요?
개인적으론 만화책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은데...
1 박사사  
  영상화 하기엔, 원작의 이미지가 확실히 강했던..
OVA 로 만들었으면 대박이었을텐디.. 흐미.. 영상화 하니깐,
무슨 얼렁뚱땅한 CG 무비가 탄생 되어버리넹..
1 빠시어  
  원작 재미 없어요
초 중 반 재미있게 잘 나가다가 머리 수술한 캐릭도 나오고
재미있겠다 했는데 결말이 갑자기 심오해지며 끝을맺는데 좀 허무하더군요
1 김한규  
  일본에니메이션이 가진 소재의 다양성에 헐리우드도 관심을 보이고 있더군요..에반게리온이나, 아키라, 헬싱, 드래곤볼같은 애니메이션이 실사화 되더군요..트레일러는 헬싱만 봤는데 멋지더군요..암울한 분위기보단 언더월드쪽이나 X맨쪽에 가깝다는 생각은 했지만 화려하게 만들었더군요..흥행에는 어떨지..
1 크럼  
  원장 정말 훌륭합니다. 28일후와 비슷하다라 -_-;
최소한 원작을 참조한다면 두 작품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영환화는 원작의 1/3도 표현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구요...
집요하게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파고드는 원작은 ..글쎄요.. 명작이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듯 합니다..
1 Two9풍뎅E  
  선택하라 만화책과 영화중 
만화를 본사람은 영화안바도 무방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