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집마냥 졸린 스릴러. 사이퍼

영화감상평

수학문제집마냥 졸린 스릴러. 사이퍼

1 가륵왕검 1 1969 0
영화라는 시각적 극한의 산물이 주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현실의 암담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특히 근미래상을 다루는 영화들의 그것이 결코 밝지 않음에도 매혹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점이다.

그러한 SF들은 대부분 하나의 가정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내고 사념들을 확장시킨다.

전작 큐브를 통해 수학적 알고리즘을 영화구조와 매치시키는 효용성을 시험했던 빈센조 나탈리가 이번에 사용한 것 역시 하나의 가정이다.

전작 큐브에서 그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일련의 사람들에게 제한된 공간에서 생존이라는 가정을 던져두고는 그것을 하나씩 정교하게 풀어내었다.

등장인물들은 쉬이 단정지을 수 없는 인간형들인 동시에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여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즉 그들은 메마른 질감을 가진 존재들이며 누군가는 꼭 살아야한다는 당위성을 부여받지 못한 상태들이었다.

그럼에따라 최후에 살아남는 자가 누구인지 비교적 냉철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요인이 된것이다.

이번 작 사이퍼에서도 이러한 점은 동일하게 되풀이된다.

비록 주인공 모건 설리번(제레미 노덤분)은 권태로운 일상에 지친 전직 설계사이며 벗어나길 바라지만 그것은 표면적 배치에 지나지 않는다.

즉 그의 이후에 벌어지는 스파이행동에서 자아를 잃고 해메이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그이상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그다지 감독의 현명한 선택은 아닌 듯하다.

모건 설리번이 잭 써스비라는 이름으로 디지콥의 산업스파이가 되고 다시 선웨이의 이중스파이가 되는 과정.

그리고 그 와중에 리타(루시 리우분)라는 여자를 통해 다른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과정은 최후의 반전을 위해 필연적것임에도 머릿속에 올곧게 안착하지 않는다.

전작 큐브는 그나마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해 단조로움을 줄였지만 사이퍼는 모건 설리번 하나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이야기의 정교함과 반전의 놀라움에 앞서 좀더 다양한 면모가 있는 인물형을 대입시켰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아울러 주인공이 처한 위기상황에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역시 문제인듯 하다.

즉 솔직히 다분히 지루한, 모건 설리번이 처한 골치아픈 상황에서 벗어나는게 너무나 궁금한게 아닌 이상은 졸음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거기에다 이렇다할 액션장면도 없고 심지어는 살인장면조차도 안 나온다.(스릴러맞남,,)

그리고 최후의 반전이 결국 그러한 양상이라면 허탈함과 함께 이게 뭐냐싶은 사람도 많으리라 짐작된다.

그러고보니 루시 리우가 리타역을 맡은 이유가 뭔지 심히 궁금해진다.

영화의 구성상 주인공을 유혹하는 여자이니만큼 상당히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그게....

뭐 서양인들에게는 루시 리우가 절세미인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티비 예고편을 보면 마치 마이너리포트류의 영화인것처럼 포장했지만 전혀 거리가 먼.. 좀 심하게 말하면 굳이 극장에서 챙겨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싶은게 결론이다.

* 제발 이땅의 영화마케팅인들이여. 본질을 속이는 예고편은 만들지 말자.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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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김재영  
  쪼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제가 느끼기엔 영화의 스타일이 너무 좋았던거 같습니다.

큐브에서 보여줬던 나탈리 감독의 냄새가 이번 영화에서도 나는 듯했습니다.

깔끔한 분위기라 할까요? 하여튼 전 이영화의 내용과 결말 등도 큐브에서 처럼

깔끔하게 끝나는 현대적인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_-; 잘표현이 안되네요;

하여튼 괜찮은 영화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님 말처럼 다소 아쉬움도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