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th Hour - 정말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감상평

25th Hour - 정말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할 수 있겠다...

1 봉기현 1 1940 0
줄거리
주인공 몬티(Edward Norton)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이를 계기로 보통의 삶에서 멀어지게 된다. 결국, 마약거래 및 밀매 혐의로 형집행을 앞둔채, 하루 정도의 시간이 그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되고, 주인공이 맺고 있던 삶에서의 관계를 돌아보는 과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총평
모든 예술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영화에서의 시작은 중요하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이 영화 “25th Hour"의 시작은 주인공 몬티 자신이 자신의 삶에서 유일하게 잘한일이라 여겨지는 버려진 개(도일)를 살리는 에피소드에서 시작된다. 감독은 왜 이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일까?
이 영화는 어찌보면 미국의 뒷골목에서 흔하디 흔한 마약거래상을 소재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타의 갱영화나 암흑세계를 다룬다는 자체만으로 도덕적 기준에서 멀어져 있는 것들을 정당화하는 류의 것들과 다른점은 바로 소재를 접하고 이를 가공하는 감독의 시각이라 생각한다.
Spike Lee는 2시간이 넘는 내내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부정하고 타락한 존재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보통의 삶과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말이다. 몬티는 아일랜드 태생으로서 다양한 부류의 친구들을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끊임없이 신분상승을 꾀하는 프랭크, 고등학교 교사이며 자신이 부유한 유대인으로서 떳떳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제이크, 마약거래를 하는 도중 알게 된 당시 고등학생이던 연인 내츄렐, 우크라이나 출신의 마피아 코스챠 등등... 물론 하나의 중심축에 얽힌 주변 인물들은 모두 나름대로 관계를 맺게 되어 있다.
이 영화를 접하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맺은 관계를 계층화 하게 되면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관객이 자신의 입장을 영화에 본격적으로 대입하면서 객체를 자신과 동일시 하는 순간 이 영화는 여타의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별성을 나타내게 된다.(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지만,...이 역시도 능력의 한 부분이니까)
이러한 관계들로 지탱되던 삶을 감독은 (영화상에서) 하루남짓한 시간내에 우리가 몬티와 함께 돌아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마약을 거래하면서 나름대로의 삶에 방식에 길들여진 반면, 버려진 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성을 지닌 몬티. 이번 작품에서 감독은 더 이상 사회의 부조리한 모순과 구조에 직접적 질문을 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질문 그 자체 보다는 해답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하는 것이 더욱 영화와 근접한 평가처럼 보여진다.
감독은 몬티와 그의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경계의 모호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듯 하다. 인간은 수많은 관계를 맺어나가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어한다. 몬티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궤적을 돌아볼 수 있고 여기서 진정한 삶의 방식에 대해 터득해 나가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 주고 있다.
스파이크 리는 몬티의 깨달음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 주체가 어느 계층, 어느 계급에 속해 있던지 간에 “가족”이라는 공통적 유대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야 말로 인간이 하나의 존재로서 가치를 자각할 수 있는 유일한 토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영화의 끝머리에 삽입된-이것이 바로 몬티가 지닌 25번째 시간인 것처럼 보이는데-옅은 세피아톤의 화면은 영화가 나타내려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결국, 교도소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려는 몬티는 25번째 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나약해 보이기만 하던 몬티의 아버지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도록 몬티를 낯선곳에 인도하고 마지막으로 아들과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이것이 바로 강함이 아닐까...교도소에 보내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감독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앞의 장면은 바로 24번째 시간으로 옮겨 지면서-아버지와 몬티가 교도소로 가는 차에 있는 장면-앞으로의 선택에 대해 여지를 남겨 두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결국, 체제내에서의 규율이나 복종과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선택에 대한 물음을 던진 채,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고의 주제를 던지면서.

뒷북
아주 좋은 영화. 차일피일 미루다 본 영화라 그런지 더욱 기분이 좋다. 특히,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는 나를 실망케 하지 않는 보증 수표가 되어버린 셈이다. 또한, 스파이크 리 역시 “나도 연구대상이야”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아 반갑기 까지 하다.
스파이크 리 특유의 짙은 블랙톤의 화면은 이전에도 좋았지만, 영화의 내용과는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몬티를 위해 러시아 마피아 일당이 나이트클럽에서 마지막 파티를 열어주는 장면에서는 정말 감탄할 정도였다. 뛰어난 감독은 화면으로 말한다. 아웃포커스로 잡힌 멀리 떨어진 엑스트라들에게는 배제되었지만 앞으로 세상과의 단절 속에 살아가게 될 몬티의 얼굴로 나이트 입구의 푸른 네온사인이 흩어지는 장면은 그야 말로 뛰어난 표현이었다.
미장센 역시도 흠잡을데 없는 부분이 곳곳에 등장한다. 옛친구들과 새벽녘에 마지막으로 함께 본 예인선, 교도소에서 험하게 보이도록 자신을 망가트려 달라고 부탁하던 장소의 아치 등등은 영화의 주제를 유추하고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난 힌트가 좋다. 힌트가 없으면 해답을 찾기 힘드니까...
감독은 관객에게 주제를 알리기 위해 지나치게 친절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최소한 힌트는 주어서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부분에 대한 중용의 정도가 좋고 나쁜 감독을 구분하는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스파이크 리 답지 않은 부분은 이 영화에서 말콤 X에서 보이던  이데올로기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조소로 바뀌어 있다는 점이었다(약간 오버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식당 화장실에서 거울속의 자신을 통한 몬티의 독백인데...지나치게 직접적으로 표현해서 좀 실망스러웠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아니면 세련된 표현인 것일까...
아무튼, 9.11테러 이전에 쓰여진 원작임에도 9.11테러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각색된 이 영화에는 Straight Cut이 많이 쓰이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졸면 안된다는 말이다. 잠시라도 졸아 버리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몬티의 어릴적 친구들도 9.11 테러 이후 미국사회의 황폐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벌받을 미국의 구성원들에 대해 일별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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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1 봉기현  실버(2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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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임형진  
  심오한 영화였군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