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란 빨간약(?)...

영화감상평

매트릭스란 빨간약(?)...

1 강병준 5 2716 0
여러분들은 매트릭스의 어떤 면에 어떤 매력과 재미를 느끼십니까?
이 영화에 대해 참으로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은
이곳 게시판을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영화를 봄에 있어 감동이나 오락적 재미의 측면에만
감상 포인트를 두었고, 그 영화의 가치를 평가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매트릭스는 그러한 제 시각을 완전히 뒤바꿔 버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본 후, 이렇게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도
있구나~ 하고 스스로 꽤 놀랐습니다.
물론 매트릭스도 여타 다른 영화들처럼
그나름의 감동과 상당한 오락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어떤 가슴찡한 대단한 감동을 주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특히, 2편 '리로디드'는 제가 봐도 재미라는 오락적 면에서조차
뭔가 빠진듯한 느낌을 주고, 더러는 혹평을 받을만한 면도 보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떠나 뭔가 색다른 것을 주는 영화가 바로 매트릭스입니다.
매트릭스를 평한 어떤 글에서 본 대로 '수많은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라는 말이 그것에 가장 알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즉, 'A는 B이다' 이런 식으로 어떤 확정된 주제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A=B인가? 아니면 A=C인가?,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A=D, E ...Z인가?'
이런 식으로 수없는 질문을 던져주고 관객 스스로 생각해 보고
상상해 보란 식의 태도를 취하는 영화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특정한 주제보다는 다양하게 '열려있는' 주제를 갖는 영화입니다.

저는 지금 '매트릭스'라는 영화의 급류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며
즐거운 허우적거림을 하고 있습니다.
( 그 바다에서 살아남을지, 아니면 빠져 죽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
이 영화를 본 후에 제 자신 많은 게 바뀌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습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이 영화 덕분에 철학과 과학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과학쪽으로는 평소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철학에 관해서만큼은 저와는 거의 관계가 없는 학문으로 여기고
철저하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철학이라는 바다로 이끌어준 영화가 매트릭스입니다.
비록 그 철학이라는 바다의 '해변가'에서 그저 저 넓고 깊은 대해를 바라보며
막연한 동경을 하고 있는 제 지식 수준을 깨닫고 한탄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제겐 큰 변화입니다.
제가 매트릭스를 보면서 철학에 빠지게 되었다는둥 하고 말하면서,
무슨 자랑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매트릭스를 그저 흔한 SF 액션물로만 지나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반면, 저와 비슷한 방향으로 매트릭스의 매력에 빠진 분들도 분명 계십니다.
하나의 사물에도 사람마다 각자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니
매트릭스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도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매트릭스를 분석의 대상으로, 공부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선택하신 분들이 이곳에도 꽤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매트릭스란 영화의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고력을 가지신 분들도 여기서 정말 많이 봤습니다.

일단 매트릭스를 싫어하지 않고 좋아할 수 있는 분이시라면
제 미천한 의견이지만, 매트릭스가 내포하고 있는 철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공부해 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철학이란 누가 시킨다고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매트릭스란 관문을 통해서 철학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죠.
왜냐하면 흥미가 있으면 스스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은 순전히 선택의 문제입니다.
네오가 모피어스로부터 빨간약과 파란약을 받았을 때처럼
우리가 매트릭스란 영화를 보며 그냥 의미없이 스쳐가느냐,
아니면 깊고 깊은, 아니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철학의 구멍으로 빠져드느냐

그럼, 그것은 '리로디드'에 나오는 말처럼 순수한 내 자신의 '자유의지'일까요?
아니면, 철학을 한번 공부해 보고 싶다는 방향을 선택하든,
"영화 하나 보구선 철학같은 소리하구 자빠졌네, 헛소리 집어치워!"라고 말해 버리든
내 자유의지가 아닌 이제까지의 개개인의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조건이 만들어낸
'인과론적'인 필연의 결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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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원령공주  
  당신은 당신의 존재를 제3의 것에 의존치 않고 스스로 증명할 수 있나요?
만약 당신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1 편홍범  
  공주님 문안드립니다.^^...............ID가 멋집니다...............공주님께서 너무 무거운 질문을 너무 가볍게 던지시니 강병준님을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공주님께서 정말로 그 답을 아시고자 하는건지, 아니면 공주님은 답을 알고 계신데 너희들도 아냐?라고 물으신건지 궁금합니다................................불쾌하지 않으신다면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고십네요............................... 공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제3의 존재는 무엇입니까? 그것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는 강병준씨의 존재와 완전히 독립적이라는 것을 먼저 증명해야 하지않나요?......................만약 강병준씨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목적은 무엇입니까? 존재하지 않는데 무슨 목적이 필요하냐구요? 그럼 존재하는데는 왜 목적이 필요하죠?............................공주님 화내지 않으실꺼죠~~~^^;
G 오상현  
  원령공주님 나이가 어떻게 돼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견문이 더 넓어지신다면 그런 질문 못하실겁니다. 저도 때리지 말아주세오 공주님~~~
13 최성호  
  존재하지 않는게 무(無)라 생각하고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것 무(無)는 목적이 없다??? 목적이 없는게 맞는듯...
무(無) 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목적 또한 없을것~
지나가던 사람의 무(無) 같은 소리임~
1 dxtx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존재합니다. 여러분도 존재합니다.
데(Dx,Des)카르트(Tx,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