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수선 - 심플하고 세련된..

영화감상평

흑수선 - 심플하고 세련된..

1 알파치노 2 2091 0
흑수선 - 심플하고 세련된..

흑수선은 두가지 축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50년 전 신분과 이념을 뛰어 넘은 남녀 간 사랑의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현재의 살인사건을 쫓는 한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다. 두 이야기의 교점엔 52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탈출사건이 있다. 자칫 역사의 무게와 의무감에 눌릴 수도 있는 소재이거만 영화는 덤덤하게 현실과 과거를 분주하게 오가며 여러가지 사건들을 짜 맞춘다. 쉬리와 비교하자면 쉬리가 액션에 많은 비중을 뒀다면 흑수선은 보다 스릴러에 가까운 형태를 띈다고 할 수 있을 것같다.

영화의 스토리 구조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영화가 있다
주로 헐리우드 영화에서 그런 것을 느끼는데..
예를 들면 그라운드혹 데이 같은 영화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도 않고 같은 날만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에서 출발한다. 에어 포스 원 은 만약 공군1호기가 하이젝킹 당하면 어떻게 될까? 는 간단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본 아이디어에 재미있고 그럴 듯한 상황들로 살을 붙여서 전체 스토리가 짜여진다.
이러한 영화들은 특정한 상황, 특정한 사건이 대단히 중요해지며 하나의 사건을 묘사하는데 많은 공과 시간을 들이게 된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장면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영화의 템포는 강.약.강.약 이런 식이 될 수 있다. T2 에서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일행이 다시 스카이넷을 만든 기술자의 집으로 가기까지 약간의 쉬는 시간이 있는게 비유가 될 수있을까..
(물론 위 유형의 영화든 그렇지 않은 영화든 내러티브 구조는 직접적인 작품성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흑수선은 그러한 주가 되거나 부가 되는 사건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같이 보인다. 그래서 대단히 스피드 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에 지체하는 일없이 동일한 빠르기로 각각의 사건들을 다룬다. 스토리 텔링이 군더더기가 없어, 관객의 의문을 낱낱히 풀어줄 정도로 심플하면서도 적당한 긴장감을 줄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또한, 등장임물의 내면의 갈등과 선택을 배우들의 연기에만 의존하지 아니하고 내레이션과 빠른 액션으로 간단하고 명료하게 처리하여 특정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는 것을 차단함과 동시에 관객의 집중력을 이야기 전체에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도 한다. 이러한 면은 분명 감독의 힘에서 나오는 것으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앞으로 전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배창호 감독의 관록과 영화에 대한 감각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배우 얘기를 좀 하자면..
이정재는 스타로서의  상품성에 연기력까지 갖춘, 또래의 배우 중에는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배운인데.. 그동안 출연했던 멜러물의 인상이 깊었는데도 흑수선에선 강인한 형사의 이미지를 그에게서 떠올리기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초반 나이트 클럽 액션신에서는 스티븐 시걸을 연상시키는 액션(합기도식 이라고 해야 될까..적당한 말을 모르..ㅡ ㅡa)은 영화보는 내내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안성기는 배우이기 전에 훌륭한 직업인 이라고 말하고 싶다. 50대의 그가 청년의 역할을 한다길래 내심 어느정도일까 궁금했는데..솔직히 말해서 그가 50대라고 영화내내 생각한적이 없다. 더구나 그가 웃통을 벗긴채로 산을 구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중년의 몸매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얼마나 그가 자기관리에 철저한지 느낄 수가 있었다. 안성기 같은 배우가 몸매를 관리한다는 것은 젊은 배우들이 근육불리기에 열중인 것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고 할 수있다.
보다 실전적이라고 해야할까..

흑수선은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이기도 하며 까마득한 과거의 일을 추적하는 흥미진진한 스릴러 이기도하다. 그러나 그러한 영화적 재미의 밑바닥엔 운명처럼 피할 수없는 민족의 불행한 과거역사가 있음을 다시 일깨워주기도 한다. 흔히들 영화를 감상할때 쟝르의 규정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런것에 자유롭다면 흑수선은 거의 완벽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중간중간 뜬금없는 통신회사 광고만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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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전석원  
  훗.....흑수선도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완벽한 영화로 평가되기도 하는군요...님이 말하신 내러티브 구조상의 강약에 대해서는 저는 그것이 하나의 관습으로 굳어졌고 다소 이완되는 부분은 관객의 감상에도 어느정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글고 스티븐시걸의 그 말도 안되는 무술은 머셜아츠라는 것이죠..
1 김성준  
  글쎄요.안성기의 50년 세월을 건너는 차이가 무엇인지.....단지머리카락만 허옇게 한것뿐!감독의 역사인식오류 또한 문제가 있는듯합니다.고정간첩과그를 추종하는 남자의 맹목적 사랑이 그들을 역사의 피해자라고만 단정할수있는지..그리고 마지막에 그렇게 당당할수 있는지...저는 두세마리 도끼를 쫓다 다 놓친 옛~감독을 보았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