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로 소돔에서 120일. 파시즘의 광기..

영화감상평

살로 소돔에서 120일. 파시즘의 광기..

1 치우천황 7 2411 0
새디즘이라는 변태성욕을 지칭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의 어원인 사드 후작이 감옥에서 써내려간 소설 소돔의 120일은 정말 구역질나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있다.

소설의 기본 줄거리는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귀족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120일간의 행각을 그리고 있는데 4명의 귀족들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16명의 소년, 소녀들을 납치한다.

그리고 보다 강렬한 쾌감을 위해 철저한 복종을 강요하고 처음에는 정상적인 성기 애무부터 시작하나 차츰 귀족들은 본색을 드러내고 남색, 항문성교, 난교까지 강요한다.

그러나 귀족들은 이러한 행위에도 만족을 하지 못하고 그러한 변태행위에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소년,소녀들은 불복종을 이유로 하나둘씩 고문을 받는다.

손가락, 발가락, 가슴이 차례로 절단되고 결국에는 사지가 절단되며 내장이 파헤쳐지는 잔인한 형벌을 통해 차례로 죽임을 당하게 되는 내용이다.

이러한 소설을 사드 후작이 쓴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종교적 암흑시대에서 그의 정신적 자유와 성적 일탈(비록 정상은 아니지만)을 막는 현실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닐까..

사드의 소설에는 적나라한 성행위의 묘사가 들어있지만 그것을 통하여 권력을 가진 자들이 보여주는 가학적인 폭력과 지배욕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잔인한 고문을 당하면서 화장지에 써내려간 이 소설이 아직도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지에 대한 답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낸 삐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파졸리니는 이러한 소재를 파시즘에 대한 혐오라는 시각으로 풀어내려 했다.

영화는 시대적으로 이차대전 막바지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의 이탈리아는 뭇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이 집권할때였고, 이성과 지성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가치가 되어버린 시기였다.

파졸리니감독은 그 시대를 빗대어 인간본성에 내재한 악마적 감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물론 소설하고 일치하며 소돔 대신 이탈리아의 살로라는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소년,소녀들을 납치하는 것은 같지만 소설에서는 단순한 강요 정도였다면 영화에서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한 집단세뇌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즉 너희들은 여기 들어온 이상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각자 존재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세뇌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보여지는 귀족들의 변태적 행위들은 사드의 소설에 나오는 것들을 그대로 온전히 다시 시각적인 형태로 옮겨오는 것에 다름이 아니며 그럼에 따라 관객의 불편함을 실험한다.
(국내에서 어느 대학에서 제한상영을 했는데 먹은 것을 토한 사람들이 있었다 한다)

영화에서 남자관리가 변을 누고 그걸 먹으라고 강요하는 장면과 그 다음날 만찬 메뉴로 오른 변... 이런 구역질나는 장면은 감독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칼날같은 접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는 소설에서처럼 마지막에 가서는 고문으로 치닫는데 이 장면은 정원에 묶어놓은 미소년들을 멀찌기서 망원경으로 보는, 즉 훔쳐보는 듯한 형식을 취한다.

처음 촛불로 미소년의 성기를 거슬리고, 다음엔 인두로 가슴을 지지고, 혓바닥을 자르며 눈알을 파내는 장면이 지극히 건조한..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하여 비추어진다.

이 영화를 어렵사리 구해 보면서 떠오른 영화가 장선우감독의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은 두 남녀의 차츰 변태성을 띄워가는 성행위를 통하여 사회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담은 작품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장선우 감독은 이 살로,소돔의 120일에서 모티브를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졸리니나 장선우나 무지한 성적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저질 포르노로 낙인 찍히는 불운을 당했지만..

결국 이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소년으로 지칭되는 기층민중.,힘없는 자들에게 가해지는 권력층의 잔악한 행위들을 신랄하게 뜯어보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러한 파시스트들의 주장들이 사실은 어떠한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단순한 욕망의 충족과 쾌락의 분출이라는 비아냥인 것이다..

과연 언제쯤이나 국내에서 정식상영이 될지 요원한..(그만큼 우리 사회가 덜 이성적이라는 말일까,,) 영화지만 저주받은 걸작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편안한 기분으로 감상할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지만...

여담으로 파졸리니는 이 영화를 완성하고 17살의 청년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해 쓰레기장에서 발견되었는데 청년은 그의 애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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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김영도  
혹시 기영이 아닌가요..글쓴사람...
 치우천왕 마니 듣던 아이디라서...영화와 관련 없는 글 올려서죄송...^^;;
1 김혜란  
영화의 원제목(영어제목)이 무엇인지요?
1 blue  
........저도 보긴 봤지만 잘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어도 2번보기는 싫더군여......정치적색이 강한 영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작품들은 못봐서 아쉽군여 마태복음인가?하는것도 있다던데.......
1 blue  
퀼스도 상당히 재밌지여 사드의 생을 다룬 제프리러쉬와 조아킨피닉스라는 아주 좋은 배우들이 나오는
1 전석원  
원제는 아마도 "120 days of salo or sodom"일겁니다.
1 박일두  
와!!! 글 정말 잘쓰시네요^^
1 닝가마  
그러게요.. 마지막 줄이 예술이네요. 소름이 쫘악...... 보구 싶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