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이십년이 지나도..그 느낌과 감정이 남아있는..

영화감상평

[E.T.] 이십년이 지나도..그 느낌과 감정이 남아있는..

1 김규한 1 1915 0
어쩔수 없이 전 월요일 저녁식사 때 마다 [전파견문록]이라는 프로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거든요. 매번 그 프로를 볼 때 마다 어떻게 저런 단어에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참 의아해 할 때가 많아요. 방송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서 조금 똑똑한 아이들을 이용해서 동심을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어떤 한 물건이면 물건 사건이면 사건을 20자평 해 놓은 걸 보면 정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는지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답을 미리 알면 쉽지만 그 답을 모르고 있다면 저 또한 그들처럼 엉터리 답만 계속 생산해 내겠지요. 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누가 자신의 입가의 미소를 아까워할까요? 그런 모습이라면 입가의 미소가 문제이겠습니까?

사실 어릴 적 [E.T.]를 보면서 느낀 그 감정들은 저의 몸속에서 빠져나가 버린 지가 언제인지 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감정으로 본 [E.T.]가 그때의 감정과 똑같다고는 할 수가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에요. 이런 영화들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좀처럼 변하기 힘든 것이니까요. 

오래된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보는 건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무언가 모를 아픔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만일 그 영화에 사연이 담겨 있는 경우는 그 아픔이 더 오래가지요. [E.T.]를 본 그때의 감정이 비록 남아있지 않지만 우주인과 교신한다고 망원경과 장비를 사달라고 해서 부모님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청나게 맞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왜 이런 지워도 되는 기억들만 내 머리속에 가득한 것일까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했지요. 조그마한 TV 화면으로 보면서 그 당시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런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사람의 기억이란 모두 다 기억할 수도 없고 모두 다 저장할 수 없을만큼 부정확한 녀석이니까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중한 추억이 사라지고 주인 허락도 없이 그 자리에 새로운 기억이 들어서는 건 무단침입이지만 우린 그것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당시 제가 이 영화를 비디오로 녹화하고 두고두고 볼만큼 좋아했다는 사실입니다. 몇 일전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정말 오랜만에 다락방에서 먼지만 마시고 있던 이 비디오테입을 찾아내서 플레이 시켜보았지만 거기에는 더 이상 [E.T.]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는 다른 것이 녹화되어 있었지요.

그 어떤 아이도 경험하지 못하는 걸 해 본 엘리어트가 그 당시 무척이나 부러웠나 봐요. 그게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어리석게 착각했던거죠. 아직도 이런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볼 때 마다 저의 가슴을 쿵당쿵당거려요. 어느날 외계인 우주선이 나타난다면 [인디팬던스데이]처럼 옥상에서 개죽음(?) 당할지도 모르지만 소리치는 그런 사람중의 한명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우주로 치면 먼지도 안 되는 지구라는 곳,그리고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수많은 곳들을 우주선을 타고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언제나 멀리서만 바라보던 것들을 가까이서 볼수만 있다면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텐데 말이지요. 그런 꿈은 좀처럼 이루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어릴적 과학서적을 보면서 2000년이 되면 아무나 우주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20년이 지난 영화에서,결말까지 다 아는 영화에서 이런 식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건 스티븐 스필버그의 힘 때문일 것입니다. 어릴적 세종문화화관에서 보던(그 당시 어른들은 아이들만 들어보내놓고 영화가 끝나는 그 시간까지 다른 일을 했지만) [우뢰매] 같은 영화를 지금 본다면 그런 감정이 남아있을까요? 전혀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그 영화를 보는 건 거의 고문에 더 가깝겠지요. 하지만 20주년판 [E.T.]는 여전히 시간 가는줄 모르는 재미와 아이들의 그 순진함에 미소 짓을 정도로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티와 엘리어트의 그 우정에 가슴이 뭉클해지고,아이들이 잡히지 않고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가슴이 조마조마한 건 저 또한 그들과 그 시간만큼은 지금 내 나이를 버리고 그들과 하나가 됐기 때문이겠지요.

사족

과연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찾아볼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요. 20년이 지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티가 안 난 건 이미 제가 그걸 감안하고 보았기 때문일까요? 아마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드류 베리모어의 그 양증맞은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겹쳐져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습니다.(씨넥스의 사운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음악이 너무 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특수효과들(눈에 확 들어오는 특수효과가 아닌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보이지 않는)은 그 당시 기술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고요. 몇 장면들이 추가되었으니 자신의 기억들 더듬어가면서 아 저 장면이 추가되었군 하고 맞추어보는 것도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 중 하나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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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이병일  
  영화에 E.T가 있다면...애니는 아이언 자이언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