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비를 보고.. 기타노 타케시에 대한 나의 잡담

영화감상평

하나비를 보고.. 기타노 타케시에 대한 나의 잡담

1 최희진 5 2933 0
하나비를 보았습니다.
소나티네 보고 왜 이딴 영화의 감독이 거장인거야 하다가
Brother 보고 음... 좋은데 하고
기꾸지로의 여름 보면서 앗.. 뭔가 아닌데 하며
키즈리턴 이후 기타노 타케시를 서서히 좋아하게 되다가
그 남자 흉폭하다 보고 기타노 타케시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보아오던 영화는 감정이입이 얼마나 잘 되나에 따라서
영화의 재미가 판가름 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전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영화의 주인공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제가 하는 행동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거였죠.
영화의 주인공과 저와 싱크로율 400% 랄까요..

또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아름다운 음악에 멋진 영상, 부드럽게 전개되는 편집과
좋은 연기력 (솔직히 나쁘지만 않으면 됩니다.),
내 예상을 우습다는 듯이 빗나가는 시나리오.

근데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는 제가 생각하고 인정하던 영화관을 모두 깨 버렸습니다.
소나티네를 부정하는 이유가 제 영화관과 맞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랬습니다.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와이 슌지의 정반대라고 생각됩니다.
이와이 슌지는 아무리 그것이 비극적인 장면이라 해도 아름다운 음악과 멋진 영상으로 포장하며
어느새 이와이 슌지의 영화의 주인공이 되 버린 저로서는 영화가 끝나면
심한 여운이 남게 되죠. 이와이 슌지의 영화속 세상이라면 살만 하겠다.
내가 아무리 엔타운이라 해도... 정신병자라 하더라도...
4월 이야기 같은 곳에서 살게되면 더도없는 행운이겠죠.

근데 기타노 타케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는 폭력의 미학이라고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근데 오우삼의 영화에 젖어 버린 저로서는 어떻게 이 영화가 폭력의 미학인지 몰랐죠.
근데 생각해보니 오우삼은 음악과 멋진 연기력으로 폭력을 미화시킨다면
기타노 타케시는 심플함과 사실감으로 폭력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총이 몸을 관통할 때마다 튀는 피, 그리고 찌그러지는 표정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눈빛.
실제로 사람이 죽을땐 오우삼의 영화처럼 죽기 보다는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처럼
죽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우삼의 영화보다는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가 더 고급적으로 보이죠.
물론 제 시각으로 말입니다.

또한 기타노 타케시는 영화에 대한 몰입력을 부정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해도 영화에 몰입할 수 없었죠.
이건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와이 슌지의 영화는 보고 있던 내가 어느새 주인공이 되어가는데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는 주인공은커녕 몰래카메라도 아니고 방관자로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와이 슌지의 영화를 보고나면 깊은 감동과 여운에 휩싸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지만 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중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주인공이 되어가면서 주인공의 정신, 육체를 공유하고
그것에 만족하고 있는데 어느새 영화는 끝나 버리고 전 원래 제 자신으로
돌아오기 때문일까요.
이와이 슌지의 영화는 어쩌면 현실도피성 영화 같기도 합니다.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 역시 앞에서도 말했듯이
방관자로밖에 되지 못하며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가 제 마음을
아프게 한다랄까요.
난 저렇게는 못살 것 같다는 느낌. 저런 곳에서는 절대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
아직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를 다 보지 못했는데 이런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전 국내에 수입된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 및
기꾸지로의 여름, Brother, 그 남자 흉폭하다를 보았습니다.

기타노 타케시와 이와이 슌지는 서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같은 위치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마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땐
이와이 슌지의 영화나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중 하나가
망거져 버렸을 테죠.

제가 영화에 몰입못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경우는 기타노 타케시 처럼 감독 자체가 영화의 몰입을 허락해주지 않는 것.
두 번째는 어설픈 편집과 엉망의 연기, 짜증나는 음악과 지루한 연출.
세 번째는 주위 환경. 시끄럽다랄까나 누가 말 시킬 때 정도.
이것말고도 더 있을 거라 생각은 되지만 글로 옮기기가 귀찮군요.

첫 번째 경우를 실행시킬 수 있는 감독은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영화인 파이란도
제가 어느새 강제가 되어 버려도
제가 강제를 지켜보진 못했으니까요.

제가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와 주셔서 방명록에 글 하나라도 남겨주세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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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유동민  
정말 멋진 글이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었네요..
1 강만호  
님처럼 기타노에 대해 잘알지는 못하지만..기타노의 영화와..그의 연기도 좋아합니다..배틀로얄에서 그의 연기는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됩니다..본업이 감독이지만..
 사실..그정도 연기면..배우라고 해도..
1 이승호  
기타노 타케시... 본업은 코메디언이었고 비트 타케시라는 이름으로 활동 했습니다..... 감독, 배우, 화가, 칼럼니스트, TV탤런트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지요.
 1983년에 영화배우로 데뷔 했고, 1989년 <그 남자, 흉폭하다.>로 감독 데뷔를 했지요. 한국계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1 최희진  
한국계란게 소문이 아니라 사실 아니었던가요..... 무라카미 류도 그렇고...
 기타노 타케시는 이름이 2개입니다. 하나는 영화감독으로서의 기타노 타케시 하나는 배우와 코미디언으로서의 비트 타케시. 비트 타케시가 무명때 만담가였었는데 그
 때 이름이 2Beat여서 비트 타케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하는군요.
1 화성에물  
키타노 타케시.... 오히려 키즈리턴과 키쿠지로의 여름 같은 영화 스타일이 더 잘어울리는 듯... 물론 타케시류의 영화들이 있어서 빛을 발하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Brother는 별루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