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 이 영화를 만든 라스 폰 트리에가
주장한 도그마선언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도그마선언은 극 영화에 어떠한 인위적인 기법이나 기교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다시 말해 조명은 자연광으로 하며 배우들의 연기 역시 하나의 풀롯을 던져주고 그 안에서 호흡을 나누지 않은채 연기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주장은 브레이킹 더 웨이브나 백치들이라는 작품들 통하여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고 있다.

그의 전작들은 극도로 자제하는 시퀀스와 배경음악을 삽입하는 형식을 거부함으로써 관객들에게는 그리 편치않은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가지게 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 어둠 속의 댄서는 어떠할까?

어둠 속의 댄서는 자식을 위해 모든걸 희생하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체코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와 공장에서 고된 일을 하는 신세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은 끔찍하고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벅찬 형편이다.

더더구나 그녀는 선천적인 유전병으로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에게도 이런 증상은 나타난다.

정말이지 우리 나라같으면 최루성 신파극으로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일 것이나  라스 폰 트리에는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주인공은 현실의 비참함을 덜어내기 위해 고통스러울 때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고는 한다.

그것은 눈이 차츰 보이지 않음에 따라 귀로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그 소리들이 그녀에게 하나의 정교한 리듬이 되어 생명시계를 돌리는 힘이 되어 버린 것이다.

라스 폰 트리에는 그러한 그녀의 심경을 표현하기 위해 뮤지컬기법을 사용했다.

원래 실제 유명한 가수라는 주인공이 상상의 나래를 펼때 등장하는 배우들이 모두 어우러지는 춤과 노래가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 라스 폰 트리에는 자신의 도그마선언을 번복한 샘이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그런 춤과 노래는 잘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 처연하고 뒤틀릴듯한 슬픔을 주는데 어쩌면 인위적 것을 일부러 택함으로서 비인위적인 비극의 극한을 표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아들을 수술시키기 위해 모은 돈을 노리는 이웃 경찰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정당방위일 가능성을 인정해 풀려 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자신이 유전병으로 장님이 되간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걸 염려해서 아무 말없이 죽음을 받아들인다..

마지막에 교수형을 당하는 장면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는데 밧줄이 목에 걸리운체 아들에게 최후의 노래를 불러주는 어머니의 모습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만큼 슬프고 아름답다..

마치 개인이 캠코더를 들고 찍은 듯 정신없이 흔들리는 촛점과 관객이 몰입할만한 부분을 일부러 분산시킨 흐름.. 여러모로 처음에는 익숙해지기 힘들지만 마지막에는 머리 속을 쥐어 뜯는 듯한 감동이 있는 수작 영화였다...

왕년의 여배우,,,까뜨리느 드뉘브가 주인공과 같이 일하는 친구로 나오는데 그 자글자글한 주름살.,.. 역시 세월은 무상한 모양이다.. 쉘부르의 우산때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