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그러나 따뜻하게 만들어진 공감대 - 「파이란」

영화감상평

쓸쓸한, 그러나 따뜻하게 만들어진 공감대 - 「파이란」

G ROCK 2 222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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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꺼내 놓지 못하는 이야기 하나쯤 가슴 속에 간직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lang=EN-US style="font-size:9pt;">.애써 잊고 지내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골목어귀를 돌아설 때 갑자기 다가와 마음
아프게 만드는 서글픈 추억. 날카로운 면도날로 관념에서 깨끗하게 도려내지 못하게 만드는, 그 놈의 情 때문에
lang=EN-US 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lang=EN-US style="font-size:9pt;">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눈물 잔뜩 머금은 이야기들이 필연적으로 숨겨져 있다. 나에게 영화 파이란의 존재는 가슴 속에 숨겨진
서글픈 이야기처럼 남는다.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어느 저녁 소주 한잔 걸친 골목어귀에 어김없이
파이란의 기억이 날 기다렸다. 그렇게 파이란을 만나면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강재가 되어서 피 흘리고 멍들어 간다. 타인들만 가득한 거리가 외롭고,
따뜻한 온기를 갈구하는 모습이 처량해지고, 작은 희망을 품을 수록 절망에 대한 공포가 앞섰기에
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타인들이 알아 차리지 못하는 짧고 긴 가슴앓이가 끝나면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 영화, 괜히 봤어lang=EN-US 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






여러 대중예술 분야 중에서 영화는 쉽게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lang=EN-US style="font-size:9pt;">. 시간이 흐를수록 구분의 척도가 모호해지는 영화의 예술성도 간단하게 그 공감대 폭에 따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만든
사람의 마음을, 보는 사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영화. 진실된 표현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기 위한 긴 호흡과 참을성, 왜곡되거나
비대칭 되지 않은 적절한 조화, 일관된 흐름을 탄탄히 받쳐주는 연기와 스텝. 이런 것들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


상업성과 예술성을 따지기 전에 제대로 된 한 가지 이슈(issue)를 하나의 철학으로
이끌어 완성해 낸 영화라면, 그리고 관객들과의 의사소통에 성공한 영화라면 누가 쉽사리 삼류라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코미디, 에로티시즘, 무협액션
lang=EN-US 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lang=EN-US style="font-size:9pt;"> 어떤 장르이던지.





파이란과의 공감대는 리얼리즘이 건네는 극도의 쓸쓸함이었다.


시간의 차원이 다른
곳에서22.jpg 벌어지는 삼류 건달 강재와 불법 체류여인 파이란의 해프닝은 충돌과 어긋남의 궤도를 돌면서 사람마음을 쓸쓸하게 찢어 놓는다. 결국 테마는
사람이고 사랑이건만 감독은 원작을 거스르는 위험한 시도를 통해
흔해 빠진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lang=EN-US style="font-size:9pt;"> 이야기를 탈피했고, 그 시도는 분명 성공이었다. 극장을 나서기 무섭게 몽롱하게 잊혀지는 영화들은 가질 수 없는 공감대. 오직
파이란이란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람과 사랑에 대한 쓸쓸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각도로 볼 때, 리얼리즘이란 도구는 파이란과
안성맞춤으로 어울리는 코디네이션이었다.


요즘 한국영화에는 몽환적인 감각표현을 위해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거나 비정상적으로 강조되고 뒤틀림이 심한
촬영기법
, C.G 같은 기술이 자주 쓰이곤 한다. 어차피 기법은 표현을 위한 여러 가지 도구의 갈래, 그려내고 싶은
그림을 제대로 표현했다면 성공일 것이고 이야기와 어긋난다면 영화의 오점리스트에 들어갈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와니와 준하」의 애니메이션
부분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파이란에 그런 식의 표현기법이 쓰였다면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lang=EN-US style="font-size:9pt;">?



영화를 본 사람의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고개가 가로 저어 진다. 리얼리즘을
배제했다면 그들의 행로가 어떻게 그려졌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극중 강재는 매번 쌍소리로 욕을 해대거나 게으르고 비겁한 모습으로 세상을 비껴가려 하지만 결국 호되게 당하고
차가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곤 한다
. 강재가 쓰러진 콘크리트 바닥의 차가운 감촉을 살갗으로 느끼고 패배감으로 뭉쳐진
분노의 욕지거리가 내 것처럼 들리면서, 「박하사탕」 이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리얼리즘을 느낄 수 있었고 강재와 어긋난 차원에서 어두운 현실에 밝게
적응하려는 파이란의 모습은 비틀렸지만 역설적으로 애잔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극과 극은 오히려 쉽게 통할 수 있다는 논리처럼 삼류 인생들의
극단적인 절망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면의 희망을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이 아닌 설정에 맞춰 사실적으로 묘사된 캐릭터
묘사(요즘 영화들은 캐릭터 부각을 위해 작위적으로 상황설정을 몰아가는 경향이 많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맹목적인 삼류인생의 조명이 아닌 삼류인생이
사실적으로 겪어내는 이야기의 표현이란 관점의 차이에서 파이란의 리얼리즘은 다시 특별하다. 우화적 건달이 아닌 사실적 삼류 양아치의 모습, 시나리오
대사이기 보다 뒷골목에서 살아 있는 삼류들의 언어와 생활방식, 전작을 잊게 만드는 배우들의 필사적 몰입연기는 이야기의 골격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며
파이란을 특별하게 만들어냈다. 어설픈 리얼리즘의 접근으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희망을 붙잡고 싶은 감독의 쓸쓸한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감대』가
이루어진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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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를 삼류라 하고, 그녀는 나를 사랑이라 한다.」



오래 간직하는 파이란의 카피 한 줄이다.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여성을 우상화한 영화, 어쩔 수 없는 조폭 영화의
한 갈래.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파이란을 본 사람들의 반응들이다. 어쩌면 내가 소중히 간직하는
저 카피 한 줄도 유치한 감성을 자극하는 선전문구로 여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사람의 느낌과 감정은 모두 다르므로
나와 다른 견해와 판단이 당연한 것이다. 단지 내가 좋았다면, 오래 간직하고 떠올리며 느끼면 되는 것을.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사람을 판단하는 모든 기준을 벗어나서 누구나 한번은
자신의 인생을 삼류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쓸쓸하고 외로울 때, 기댈 곳 변변히 없는 부초 같은 처지가 되었을 때 누군가 날 생각해준다면
lang=EN-US 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
사랑이라 생각해준다면



한 없이 감상적이 되 버리고 말지만 마음 한 구석이 조금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lang=EN-US style="font-size:9pt;">.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에




만남과 헤어짐이란 일반적인 주제에서 멀어져서, 존재인식에 대한 기본적인 그리움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 파이란의 모든 이슈가 함축적으로 녹아 든 짧은 한 줄의 카피를 다시 곱씹으면서 나는 다시 강재가 될 것만 같아 조바심에 어쩔
줄 모른다.





44.jpg영화라는 매체가 예술에서 기호품으로 변모되는 시대적 흐름을 누구도 거역할 수는 없다lang=EN-US style="font-size:9pt;">. 상업성을 배제한 영화는 오래 버티기 힘든 서글픈 현실이 지속되면서 그나마 작은 위안은 세계적으로 자국영화 점유율 1위를
달릴 만큼 우리 영화 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헐리웃 블럭버스터의 거센 침공에 맞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요즘처럼
획일적인 영화 만들기를 지양해야 한다. 예술영화 기피현상에 대한 답을 우매한 관객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두 시간 짜리 자동오락실 손님으로 관객을
길들이고 있는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먼저 반성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개봉관에서 파이란을 보고 나오면서, 진한 여운을 느끼면서도 한편 걱정이 앞섰다.




다음 프로에 사람들이 많이 들까?lang=EN-US style="font-family:'Times New Roman'; font-size:9pt; mso-ascii-font-family:바탕">’




대기석에 들어찬 사람들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런 식의 걱정이 필요한 현실이lang=EN-US style="font-size:9pt; mso-spacerun: yes"> lang=EN-US style="font-size:9pt;">못내 아쉬웠다. 관객동원숫자가 영화를 저울질하는 모든
척도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데이터가 되고있다. 어떤 영화를 만든 감독이 아닌, 몇 만
명을 동원한 감독.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가슴 언저리에 오래 남는 좋은 영화가 흥행에서도 선두를 달리길 바라는 몽상가적인
발상이 완전히 소멸될 지도 모르지만, 냉정한 현실의 이면에 이창동, 김기덕 같은 이름들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또 하나의 작은 희망이
아닐까.





영화 파이란에 대한 이야기,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둔 것에 비하면
어눌하고 빈약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처음부터 몇 차례 다시 읽어 내려와도 더 이상 써나갈 자신이 없다. 이런 영화를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즐기며 서둘러 갈무리를 하는 수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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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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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란 o.s.t "희망소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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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매거폰  
아름다운 영화, 좋은 리뷰...시네스트에 자주 오도록 하는 이유입니다. 짝짝짝~
1 정영화  
멋진 글입니다 글쓴이의 생각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군요 님의 또 다른 글을 기다려봅니다.. 계속 좋은 글 기대할께요~~ ^^